철학자와 하녀 NoSmoking

철학자와 하녀 - 10점
고병권 지음/메디치미디어

 

<철학자와 늑대> 아니다. 마크 롤랜즈와 마찬가지로 철학자이지만 우리의 ‘고추장,’ 고병권 님이시다.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그린비, 2003), <고추장, 책으로 세상을 말하다>(그린비, 2007) 이후의 만남이다. 그 사이 미국 유학 등 계속된 공부, 관찰, 운동 등이 있었던 모양이다. 예전 글들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이 책, 담백하고 참 잘 읽힌다. 잘 소화된 철학이 부드러운 글발에 실렸다. 좋고, 고맙고, 부끄럽고, 막, 그렇다.


너, 나, 우리, 하녀를 위한 철학. 하녀를 벗어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녀가 어때서, 라고 할 수 있을 철학이랄까. 깨닫고 배우는 동시에 가르치는, 분투하고 저항할 수 있는 하녀.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를 갖다 다시 쓰자면, 우리가 돈이 없지 철학이 없냐. ‘좋은 말’이 좋은 말로만 그칠까 염려하고, 내보낸 말로 자신을 다시 돌아보기도 하는 저자 덕에 체감온도 1도는 올라간 듯한, 곁의 철학. 거의 문학과도 같은 힘을 가진, 낮은 철학. 살아야겠다, 잘. 배워야겠다, 더.


‘저항 없는 세상’을 꿈꾸고 ‘독백’만을 일삼는 사람들이 무엇을 놓치며, 스스로 어떤 한계에 갇히는지, 그래서 어떤 위험에 빠지게 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시끄럽다고 귀를 닫으면, 당연한 말이지만, 이해할 수도 없게 된다. 저항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편하고 좋겠지만, 그것은 무지의 위험 속에서 누리는 안락이다. 그리고 그 위험은 누구보다도 그 안락을 누리는 자를 향하게 되어 있다. 한마디로 저항을 소중히 생각하고, 저항의 언어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155-156)





덧글

  • 다다 2015/12/12 19:36 # 답글

    으아아 방금전,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 고병권님 코너를 둘러보고 이글루에 접속했는데, 안취한배님의 포스팅을 보게 될 줄이야...동시성...좋네요. 우리는 다르지만 서로 연결된 존재임을 다시 한번 깨달으면서...저두 고병권님 책은 다 읽었는데요. 이 책도 좋았어요. 이진경, 고병권, 고미숙...수유+너머..지금은 해산하고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지만...저에게 늘 영감을 선물하고, 고통을 자각케하는 영혼의 순례자들이예요. 살아간다는 것. 배운다는 것만큼 가치있는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저도 늘 배움의 자세로 살아가고 싶어요. :)
  • 안취한배 2015/12/12 20:43 #

    오오. 깜놀 동시성이네요! 연결된 존재, '있어주는' 존재, 저는 방금 다다 님을 선물로 받았습니다.ㅋㅋ 저도 한참 잊고 있다가 다시 찾은 고추장님인데요, 원래 글을 이렇게 편안하게 잘 쓰셨던가, 아니면 계속된 공부와 수양(?)이 내공을 더 쌓게 했나, 하는 생각까지 했답니다. 그 변화에는 물론 더 성숙한 나도 있을 테지? 하는 자문도 함께. 수유너머 공부쟁이들 멋져요, 그죠. (내부 싸움들 자세히 알면 물론 아름답지는 않겠지만) 오랜만에 저도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 구경 가야겠어요. 고병권 님 보러.ㅎㅎ 더 배우며 잘 살아보아요, 우리.
  • 달을향한사다리 2015/12/14 17:53 # 답글

    으음... 이 책은 저같은 무식한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나요? ㅋㅋㅋ 요즘은 가볍고 편한 책만 찾게 되요...ㅠ
  • 취한배 2015/12/16 17:34 #

    으음? 저같이 무식한 사람도 쉽게 읽는 걸요! ‘가볍고 편한지’는 잘 모르겠고, 어렵지 않게 잘 쓰인 글임은 분명.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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