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NoSmoking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 10점
포루그 파로흐자드 지음, 신양섭 옮김/문학의숲

 

나는 태양에게 다시 인사하겠다


나는 태양에게 다시 인사하겠다
내 안에서 흐르던 개울에게도
내 오랜 생각이었던 구름들에게도
나와 함께 가뭄의 계절을 견뎠던
정원 사시나무들의 고통스러운 성장에게도
밤이 스며든 밭의 향기를
나에게 선물로 가져왔던
한 떼의 까마귀들에게도
거울 속에 살고 있던
내 늙은 모습을 하고 있던 어머니에게도
내 반복되는 욕망 속에서 자신의 뜨거운 열기를
푸른 씨앗으로 채웠던 땅에게도
나는 또다시 이들 모두에게 인사할 것이다

나는 오고 있다
나는 오고 있다
나는 오고 있다
내 머릿결과 함께
땅 밑에서 물씬 풍기는 냄새
내 두 눈과 함께
어둠의 빽빽한 경험들
담장 너머 숲에서 꺾은 꽃다발 들고
나는 오고 있다
나는 오고 있다
나는 오고 있다
문지방은 사랑으로 넘친다
그 문지방에서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아직 그곳,
사랑 넘치는 문지방에 서 있었던 그 소녀에게
또다시 인사할 것이다

(82-83)


만신창이가 되고나서야 개운해지는구나. 고맙다, 너의 응답. 어지럼증을 설렘으로 착각하게 한 위약, 네가 오기를 실제로 기다리던 때도 있었다. 나머지는, 해버린 선언을 배신하지 않으려 발버둥 치던 시간이었다. 업지 않고도 나를 제자리에 돌려놓아줘서 고맙다. 소진했으니, 충전될 일밖에 없다. 거기에 이제 내가 온다. 나는 오고 있고, 이건 더한 설렘이다. 자존감도 다시 자랄 것이다. 네가 짓이겼던 거. 너였으니까 기꺼이 짓이겨지게 놔뒀던 거. 나는 다시 너의 강퍅함이 없는 세상을 살 것이다. 나는 태양에게 다시 인사하겠다.

 


덧글

  • 2015/12/05 19:13 # 삭제 답글

    술에게 바치는 시인가요? 허허 이제 없이도 일어설 수 있게 되신건가요?? 단호함 속에 반짝임이 있어 아름답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저는 이렇게 나약해져버린 것인지 의지하지 않고 홀로는 휘청일 수 밖에 없게 되어버렸어요. 어느 날엔간 저도 배님처럼 단단해질 수 있길!
  • 안취한배 2015/12/05 21:34 #

    그렇게 읽히면 그렇게 읽으시면 되죠.ㅎㅎ 제 글 나부랭인 그렇고, 저 시 좋지요? 아름다운 책이었습니다. 문학의 숲 세계숨은시인선 다 좋은 것 같아요.
    저, 단단해졌다기보다 잠시 미친 사람이 되었다가 돌아왔어요. 그 얘기 아세요? 술자리에서 술을 안 마시는 스토아와 에피쿠로스 각각의 이유 차이? 술은 마시면 안 되니까 안 마시는 게 스토아, 술보다 더 쾌락적인 것이(예컨대 즐거운 대화) 있기에 안 마시는 게 에피쿠로스. 그러니까 저-에피쿠로스주의자가 지금 금주하고 있는 이유는 (두 가지였는데 하나로 줄어서) 더 큰 쾌락을 위해서예요. 내년의 더 좋은 만남 말이죠. 포 님도 적당한 절제와 함께 더 즐거운 음주생활 하시길! 그리고 내년엔 짠, 건배. 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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