눕기의 기술+알라딘 달력 NoSmoking

눕기의 기술
베른트 브루너 지음, 유영미 옮김/현암사


누워서 읽었다. 향일성(向日性)의 수직이 아닌, 중력에 가장 순응하는 수평 자세로. 평일에 원하는 만큼 누워있을 수 있기 위해 (또 쓴다) 전우주와 싸웠다. (또 쓴다) 어찌어찌하다 보니 이렇게 되어버린 것과 크게 다르지 않겠으나 이 사치와 자유가 좋은 걸, 욕 먹을 각오 또는 부러움을 살 각오를 하고도 쓴다. 그리고 ‘눕기의 문화사’ 정도 읽을 자격 스스로에게 부여했다. 서지분류 ‘자기계발’의 반대편에 있는, ‘잉여스러운’ 책이라면 기꺼이. 한편으로는 2년 전, ‘책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전문적이고 엉뚱한 시도’라는 100자평을 내가 쓰기도 했던, <연필 깎기의 정석>(데이비드 리스, 프로파간다, 2013) 류를 예상해보기도 했다.


빌 브라이슨이 썼다면 제목은 ‘거의 모든 눕기의 역사’일 테고, 두께는 세 배가 되었겠지만, 베른트 브루너의 살랑거리는 바람 같은 문장도 나름대로의 맛이 있다. 부담 없다. 겉표지를 벗기면 나오는 표지 그림의 해먹에 누워 살짝 졸며 읽어도 괜찮을, 휴식과도 같은 작고 가벼운 책. 잠, 깨어나기, 몸을 누이는 가구, 눕는 자세, 누워 쓰기, 누워 읽기, 누워 먹기, 함께 눕기, 누운 그림, 성과주의 현대 사회에서 게으름으로 통하기 십상인 눕기의 의미……. 그러니까, 다 있고, 살짝 있고, 싱거우나 반(反)자기계발적으로 ‘엉뚱하고,’ 그래서 소중하며 예쁜 책.


발췌하면 근사해 보일, 침대 작가 프루스트나 이디스 워튼 같은 멋진 이야기들은 건너뛰고, (엉뚱한) 나는 내 침대에 경의를 표하려고 하는 참이다. 마침 나는 침대에 누워 읽었고(소파 없다), 싱글사이즈에 연식도 오래되었지만 매트리스만큼은 아직도 내 몸에 최적화되어 있는, 내 침대 맛을 아는 친구가 ‘빨려든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던, 그 가구에 새삼 고마움을 느꼈기에.


칼 윌킨스는 1924년에 출판된 목공 사전에 이렇게 적고 있다. “침대는 완전한 휴식, 즉 수면에 봉사하는 가구이므로 누운 자세로 도달할 수 있는 최상의 휴식을 제공하도록 디자인되어야 한다. 건강과 편안함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침대의 기능을 이렇게 명확하게 정의한 문장은 드물 것이다. (127)


‘침대는 과학이다’는? 내 잠과 깨어남(여긴 어디, 나는 누구?), ‘멍때림’과 휴식, 꿈과 가위눌림, 숙취와 사랑과 불면을 모두 보듬어준 내 침대. 과학인지는 모르겠지만 가구 이상인 것 같긴 하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좋은 침대는 바로 필요할 때 거기에 존재하는 침대다. (133)


밖에서 만취했을 때, 외박해야 할 때, 맞다. 내가 가장 그리워했던 건 내 침대였지 싶다. 사랑한다, 침대여. (침대는 사랑이다?) 그나저나 시트가 다 해졌다. 침대를 배경으로 <눕기의 기술>을 찍으려다 만다. 멋진 새 시트를 마련해야할 텐데.


위에서 언급한 <연필 깎기의 정석>에 비하면, 한 우물만 파는 전문성에서, 그리고 몰입한 저자의 심각성으로 인해 웃음을 꾹 참는 독자가 되어버리는 희한한 매력에서 조금 처질지 모르겠으나, 무게 잡지 않고 적당히 엉뚱한 ‘교양 인문학’ 서지를 차지하는 책이다. 눕기의 문화사를 가볍게 훑은 후 저자가 마지막으로 보태는 말은 이렇다. 예상 가능하지만, 고맙고 따뜻하게도.


누워 있는 행동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결코 눕기에 대한 정당화나 복잡한 철학적 논문 같은 것이 필요치 않다. 그것은 세상에 발을 굳게 딛고 사는 사람들의 현실적인 행동이다. (…) 눕기의 기술은 다른 기술들과 불가분하게 연결하여 구사해야 한다. 무위의 기술, 겸손의 기술, 누림의 기술, 휴식의 기술, 또한 그 유명한 사랑의 기술과 말이다. (205-206)



p.s.

생ㆍ선 뭐해줄까, 묻기에 그래? 그럼…… 하고 알라딘 장바구니를 쓱 내밀었더니 당장 실물이 날아왔다. 이른 생일선물 땡큐. 무엇에 따라온 건지, 저 편지지+편지봉투는 미니 사이즈, 귀여워서 앙. 달력은 작가의 방, 샬럿 브론테의 2016년 11월.





덧글

  • 달을향한사다리 2015/12/07 16:37 # 답글

    알라딘 달력 탐나긴 한데, 여전히 마일리지 가난뱅이인 저로서는... 그냥 skip하려구요 ㅋㅋㅋ 어차피 달력 잘 보지도 않는데하면서요... 여우와 신포도 ㅋㅋㅋ
  • 안취한배 2015/12/08 13:05 #

    알라딘마일리지가난뱅이+도서관쟁이가 더 좋은 걸요. (그냥)가난뱅이 저도 그쪽으로 슬슬 전환할까 싶응.ㅜㅜ 사다리 님 도와드릴게요, 알라딘 달력 시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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