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의 울음 Smoking

올빼미의 울음 - 8점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홍성영 옮김/오픈하우스

 

하이스미스 표 싸함이 가득한 주말을 보냈다. 누구를 믿어야할까. 신경쇠약자,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자, 우울증을 겪으며 우유부단한 자, 단순무식무례한 자. 진상이 호도되고 거짓말이 진실의 옷을 입기는 얼마나 쉬운지. 비틀린 심리가 복수욕에 찼을 때 얼마나한 악마가 될 수 있는지. 이런 모습들이 또한 우리에게서 얼마나 멀지 않은 이야기인지.


왠지 모르게 떠오르는 이가 있어 그냥 쓰고 만다. 외롭고 감상적인 시를 주로 쓰던 블로거였는데, 한적한 그 블로그에 갈 때마다 힘 내시라고, 나도 외롭다고, 계속 시 쓰시라고, 말 없는 ‘좋아요’를 누르고 나오곤 했다. 어느 파워블로거로부터 내가 마녀사냥 당하던 때, 거기에 동조하는 댓글을 그 사람이 남긴 걸 보고 사실은 많이 아팠다. 그 사람 자신은 모를 엄청난 배신감 같은 것. 내가 한 적도 없는 ‘인신공격’이라는 말까지 쓰며 자기 이웃-파워블로거를 옹호하는 모습이 뭐랄까, 기괴해 보였다. 무슨 종교 같은 느낌도 들고. 만약 내가 그전에 ‘좋아요’만 하지 않고 짧은 댓글로라든지, 대화를 잠깐이라도 나눴다면 그러지 않았을 거라 확신한다. 자기와 접촉이 없었던 낯선 이름을 마녀로 만드는 데 동참하는 건 너무나 쉽다. 또 그 ‘좋아요’라는 거. 멍청한 데다 폭력적인 어떤 글이라도 ‘좋아요’가 많으면 ‘옳은’ 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을 법도 하다. 그러나 그건 ‘좋아요’가 많은 멍청하고 폭력적인 글일 뿐이다. ‘좋아요’나 ‘리트윗’의 노예들, 위험하다. ‘좋아요’가 없는 이글루를 내가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엇 때문에 우울했나요?” 그녀가 물었다.
“음, 쉽게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에요.” 로버트는 얼굴을 찌푸렸다.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 누군가를 위해 살지 않는 한 인생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난 당신이 누구인지 모르면서도 지난 9월부터 당신을 위해 살았어요.” (38)


다시 하이스미스로 돌아온다. ‘당신이 누구인지 모르면서도 당신을 위해 살았어요.’ 댓글 하나로 당신이 누구인지 알게 될 수도 있음을 이제는 안다. 로버트가 제니를 알게 되면서 사랑하지 않음을 깨닫는 반면 제니는 로버트를 알게 되면서 사랑한다. 이상한가? 내게는 이상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그녀를 그렇게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 그런데 놀라운 사실이 하나 더 있었다. 그녀를 가까이에서 바라봐도 창문 너머로 바라봤을 때보다 더 기쁘거나 만족스럽지는 않다는 사실이었다. 그녀에 관해 조금만 더 알게 되어도 그녀의 모습이 작아질 것이고, 그가 생각해온 그녀의 행복과 담담함과 평온함도 사라질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35)


나는 저 감상적인 시를 쓰던 블로거나 이기주의자 김씨를 알기 전에 사랑했고 알게 된 후에는 사랑하지 않게 되었다. 알기 전에는 완벽했고, 완벽하기에 사랑한다고 여기곤 하는 나는, 누군가를 알게 되는 과정이 그 완벽성에서 조금씩 아우라를 깎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런 생각은 지금도 여전하다. 로버트에 시종 공감할 수 있었고 이렇게 인간의 다양한 심리를 낱낱이 드러내는 하이스미스를 정말 좋아한다. 냉혹한 가운데 가끔 등장하는 따뜻한 사람은 얼마나 고마운지.


로버트는 자신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지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었던 호의, 세상에서 보낸 30년, 40년, 50년 동안 용기를 내고 의미를 찾으려고 했던 일을 떠올릴 수 있을까? 호의만큼 값진 것은 없는 것 같았고, 의사 선생님에게 그 마지막 금요일은 그의 선한 삶을 스물네 시간으로 축약한 것 같았다. 의사 선생님은 그에게 호의를 베풀었고, 그다음엔 총격으로 죽음에 이르게 된 것 같았다. (318)


리플리 시리즈를 읽다 만 이유는 번역 때문인데, 이 책도 옮긴이가 같다. ‘의사 선생님’보다는 ‘의사 선생’이 더 낫지 않았을까. 나도 글을 참 못 쓰지만 출판된 책의 문장이 좋지 않다는 말은 할 수 있는 거겠지? 번역의 문제인지 원작에서 하이스미스가 착각한 사항인지 모르겠는, 로버트가 사는 집은 어디인가.


로버트는 랭글리에서 15킬로미터쯤 떨어진 험버트 코너스라는 작은 마을에 살았고, 그곳에서 좁은 포장도로를 빠져나가면 시골로 이어졌다. (7)


그녀가 사는 코너랙 거리에서 곧게 뻗은 완만한 오르막길을 9킬로미터 정도 가면 험버트 코너스가 나왔는데, 로버트는 그녀가 그곳에서 일할 거라고 짐작했다. 그는 험버트 코너스를 지나 자신이 사는, 델라웨어 강변에 있는 훨씬 큰 지역인 랭글리로 차를 몰았다. (15)




덧글

  • 2015/10/05 01:4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10/05 01:5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5/10/05 17:1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10/05 23:2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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