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생각나 Smoking

자꾸 생각나 
송아람 지음/미메시스


자꾸 생각날까봐, 나 오늘 안 들어갈 건데요. 들어가기 싫다구요, 오늘- 이라고 했던 기억이 떠오를까봐 한참 망설이다가 이제야 펼쳤습니다. 자꾸 생각나고, 나 오늘 안 들어갈 건데요. 들어가기 싫다구요, 오늘- 이라고 했던 기억이 어김없이 떠올랐습니다. 과장 없고 가식 없습니다. 달콤한 사랑 영화에서는 보통 건너뛰는 장면들, 예컨대 코 끝 시린 아침 모텔에서 나와 각자 지하철을 타는 신 같은 것이 있어 훨씬 내 얘기 같고 홍상수 같습니다. 취한 밤과는 달리 모텔에서 맞는 아침은 분명 하얗게 처리된 천국이 아니지 않습니까.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진실 따위 없고, 단칼에 잘라지는 마음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 또한 길지 않은 장면으로 어쩜 이렇게 잘 담았을까요. ‘만화 같은 사랑’을 그린 만화가 아니어서 매력적입니다. 현실의 사랑은 묘약이나 마법이 아니니까요.


솔직하게 사랑했고, 제가 싫어하는 ‘밀당’도 없습니다. 영원한 사랑의 맹세로 맺는 이야기가 아닌 것도 좋았습니다. 웨딩드레스로 끝나는 이야기라면 신물 나거든요. 눈치나 살살 살피며 아무렇지도 않게 남의 험담을 하고 자기보신을 위해 이쪽저쪽에 빌붙는, 한없이 가볍고 하찮은 이기주의자 김씨 같은 백승태도 알고 보면 그저 외롭고 약한 인간일 뿐이더군요. 지질하게 민폐를 끼치는 건 여전하지만 말입니다. 제가 가장 경계하는 감정, 연민을 느낄 대상이 있다면 아마 이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씁쓸하고 핍진한 사랑 이야기 마지막 장면, 잡지에 실린 미래 씨의 작품을 보고 도일 씨가 보낸 이런 문자메시지에 미래 씨는 뭐라고 답했을까요.
 

저 같으면 ‘고맙습니다.’라고 했을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측근님.





덧글

  • 다락방 2015/09/06 19:59 # 삭제 답글

    서늘한, 날 것의 이야기죠. 밀당도 없고 미화도 없어요. 그치만 이게 사랑인가? 라고 물어보면 답은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 취한배 2015/09/08 02:32 #

    그렇군요. 사랑이 놀랍고 가슴 설레는 일이기도 하지만 일상의 한 부분이라는 면에서는 결국 이런 것, 변하기도 하고 잡아둘 수 없는 속성, 저는 사랑이었다고 답할 것 같아요. 잔잔해서 가만히 생각할수록 마음에 드는 만화, 정말 잘 봤습니다. :)
  • 다락방 2015/09/08 08:09 # 삭제 답글

    결국 이 만남이 있은 후에 성장이 온 것 같아서, 저는 그게 좋더라고요. 우리는 어떤 사랑을 하든 또 어떤 이별을 하든 거기에서 무언가를 깨닫고 성장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면에서 모든 사랑은 일단 해보는 게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 취한배 2015/09/09 01:41 #

    '모든 사랑은 일단 해보는 게' 낫다, 크-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담. 그 사랑을 하는 순간에 충실하고 솔직하게. 그죠?
댓글 입력 영역


moon

CURRENT MOON

뉴스타파

알라딘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