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병동 NoSmoking

실종 일기 2 - 8점
아즈마 히데오 지음, 오주원 옮김/세미콜론


마침내 댄은 평생 동안 외면해 왔던 말을 꺼냈다.
“저를 좀 도와주세요.”
그는 한쪽 팔로 눈을 훔쳤다. 그가 그러는 동안 킹슬리가 허리를 숙여 포도주 병을 잡았다. 청년(댄)은 잠깐 붙잡고 있다가…… 놓았다. (<닥터 슬립> 1권 137)


<닥터 슬립>의 알코올 중독자 댄이 처음 도움을 청할 때 모습이다. 댄도 AA (Alcoholics Anonymous) 회원이다. ‘나는 못 하지만 하느님은 하실 수 있다’는 AA의 기독교적 색채를 아즈마 히데오도 잘 꼬집고 있다. 금주 모임으로 AA가 유일한 건 아니니 성향과 기호에 따라 고르면 되겠다. (누구에게 하는 말?) <알코올 병동>은 저자의 ‘실종일기’ 2편, 자신이 직접 겪은 금주(禁酒) 과정이다. 3등신 신체라 해도, 꼬마 같고 귀엽거나 못생겼다 해도

ㅠㅠㅠㅠ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장면이 있고


결핍이 느껴지고


진리도 있다. ‘대부분 술이 이기...’


마음속 빈곳. 친구라고 믿었던 사람은 때로 배반하지만 술은, 취기는 충실하다. 빈곳이 채워지는 게 아니라 빈 것을 잠시 잊을 뿐이라는 걸 모르지 않는다. 육체를 망가뜨리고 죽음으로 서서히, 충실하게, 어김없이 데리고 간다는 것도. 의존증. 혼자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되면 나 또한 저 말을 할 것이다. ‘도와주세요.’ 술집에서 문득 진실을 본다는 블로거 주제에.


차 마시는 모임이나 단주회 미팅에서도 아, 술 한 잔만 마시면 내 경험을 훨씬 더 잘 얘기할 수 있을 텐데, 라고 생각하는 나는 도대체. 말짱한 정신으로 낯선 사람들을 만나 술 얘기를 술 없이! 나눌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는 나는 도대체. (아직은 제대로 알코올필Alcoholphil 인 게지.) 그나마 아즈마의 알코올 병동에서는 담배가 위안이 된다. 술을 완전히 끊고 폐암으로 사망한 캐롤라인 냅과 레이먼드 카버 같은 이름들이 떠오르기도 하나 어찌할까, 결코 채워지지 않는 마음속 빈방, 갈증을.


“저쪽에 술집들이 몰려 있었어요. 그중에 브로큰 드럼이라는 곳이 있었죠. (…) 나랑 둘이서 그 앞을 걸어갈 때마다 아버지는 항상 발걸음을 멈추고 창문 안을 들여다보았고 그러면 아버지가 얼마나 들어가고 싶어 하는지 느낄 수 있었어요. 어찌나 갈증을 느끼는지 나까지 갈증이 날 정도였죠. 그 갈증을 해소하느라 몇 년 동안 술을 마셨는데 절대 없어지지 않더라고요. 아버지는 그때부터 그걸 알고 있었던 거예요.” (<닥터 슬립> 2권 325-326)



덧글

  • 2015/08/29 19:21 # 삭제 답글

    요즘은 혼자 술 안마시는 정도로 술이 줄어서 집에 갔을 때 엄마가 안도하더라구요.
    숙취는 그래도 견딜 수 있는데 마시는 도중에 아토피부분이 부어오르기 시작할 때가 있거든요. 그건 잘 못참겠어서 포기할 때가 있어요. 암튼 이 지병 때문에 전 알콜중독도 못될듯.
    라고 쓰며 챈들러컵에 우엉차 마시며 숙취중입니다. 아 힘들어요 ㅜㅜ
  • 취한배 2015/08/30 02:33 #

    아이고야. 우엉차로 되겠어요? 꿀물 아니면 설탕물이라도...
    아토피가 알코올자동제어시스템인 셈이네요?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불행이라고 해야 할지.ㅜㅜ 그리고 챈들러컵이 거기까지 따라갔습니까? 오. 감동! (짜왕도 두 봉지밖에 안 가져가신 주제에. 흑흑)
    숙취 어여 극복하시고 곧 다른 날의 건배를 기약합시다, 포 님.
  • 고라파덕 2015/08/30 06:38 # 답글

    제 경험으로는 음식으로 배가 부른 상태에서는 술에 대한 욕구가 사라지거나, 감소하는것같습니다.
    이게 여기에서 언급하는 주제에 관련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취한배 2015/08/30 13:56 #

    확실히 그렇죠. 아니나 다를까 이 책에서도 그런 조언이 나와요. 음주욕구가 들 때면 일단 아무 거나 먹어서 배를 채우고, 그래도 안 되면 수면제를 먹고 자는 게 낫다고요. 좀 의외였던 게, 의존증 환자들이 대체로 영양실조라고 하네요?;; 술을 끊으면 보통 살이 찌는 것과도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 달을향한사다리 2015/09/04 14:29 # 답글

    제게는 항상, 술과 라면은 상상 속에서 더 맛있어요. 현실의 술과 현실의 라면은 쓰고 느끼하고... 아직 철이 덜 들어서 그런가봐요ㅎㅎㅎ
  • 취한배 2015/09/05 00:29 #

    읏. 술이 사실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네요. 상상만큼 맛있어질 때까지 마실 때도 있는 거 보면. (아, 무식;;) 사다리 님 오히려 철이 완전 잘 드신 것 아닐까욤?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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