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Smoking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김보영 지음/기적의책

 

“내가 비밀을 하나 말해 줄게. 콘서트에서 연주를 할 때는 한 사람의 관객을 정해서 그 사람을 위해 연주를 하는 거야.” 그녀가 싱긋 웃었다. “그러면 모든 관객이 자기를 위해 네가 연주를 하고 있다고 생각할 거야.” (애나 골즈워디, <피아노 레슨> 87)


시반 선생님이 애나에게 한 말이다. 한 커플에게 바치는 이야기가 결국은 모든 독자의 것이 된다. 상대성 이론이 개입한 기다림이고, 시간과 공간을 물어보는, 혹은 뛰어넘는 사랑이다. 지구가 불구덩이가 되었다가 빙하로 덮였다가 문명이 파괴되고 자연계가 회복되는, 알 수 없는 시간의 흐름에도 메시지는 도달한다. 저 시간과 공간의 어긋남은 현실의 어떤 갈등과 역경 같은 것의 은유로 읽히기도 한다. 능동태 문장이건만 수동의 의미를 띠곤 하는 ‘기다리고 있어’가 지구 중력을 잃으니 이렇게 강하고 애달픈 인력이 된다. 기다림의 우주적 승화, SF 로맨스의 맛이다. 응원한다. 이 넓은 우주, 찰나와도 같은 생에서 만난 당신들 두 사람, 그리고 김보영 작가. 내가 만났던 ‘당신’ 또한.


나는 나이를 먹었어. 하루에 하루씩, 한 달에 한 달씩. 한 해에 한 살씩, 시간을 몸에 쌓으며 살았어. 그러니까 나는 당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이야. 10년 전보다 더 당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었어. 몇 백 년 전보다 더 괜찮은 사람이 되었어. 내일은 하루만큼 더 어울리는 사람이 될 거야. 내년에는 또 한해만큼 그렇게 될 거야. (7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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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다락방 2015/08/03 08:56 # 삭제 답글

    땡투요~
    이거 한 번 읽어볼래요.
    :)
  • 취한배 2015/08/04 00:38 #

    땡큐요~
    사랑쟁이.ㅎㅎ
  • 2015/08/04 10:15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취한배 2015/08/04 20:52 #

    변태라고 싫어하실까봐 걱정했다지요; 다행+기뻐요. 행복한 8월 보내세요. :)
  • 다락방 2015/08/04 17:35 # 삭제 답글

    어휴 측근님. 이 소설이 달달해서 막 읽는 저까지 달달해지지 뭐에요? 달달달달한 독서였어요.

    http://blog.aladin.co.kr/fallen77/7692146
  • 취한배 2015/08/04 20:53 #

    달달하고 예뻐서 저는 감히 별점도 주지 못했습니다. 링크 고마워요. 같은 책을 읽고 같은 문장에 밑줄!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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