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7 Smoking

13.67 - 8점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홍콩이고 경찰이고 광둥어이니 이 사람이 한순간 떠올랐지만




다른 분위기. 다른 치밀함. 다른 어떤 ‘본격.’ 본격이 되게 하는 어떤 작위. 그러나 그 작위의 느낌을 무마시키는 묵직함. 분명히, 공간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에서 오는.


나는 더 이상 단순한 사건이 아닌 한 인물, 한 도시, 한 시대를 묘사하는 이야기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분량도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늘어났다. (657, 작가의 말)


2013-1967=46년간의 홍콩이다. 일본 제국의 지배하에 있다가 1945년부터 영국의 식민지, 이어 1997년 중화인민공화국 홍콩 특별행정구가 된 지역. 시간을, 아니 영화 테이프를 RW 재생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겠다. FW 재생과는 비교할 수 없는 어떤 운명적인 느낌 같은 것. 넘어진 좀비가 일어나 혈색 도는 사람이 되거나 임종을 앞둔 노인이 젊어지고 어려져 새파란 애송이 시절을 천연덕스럽게 사는 것. 컬러풀한 디지털 전광판들이 아날로그 신호로, 흑백사진으로 환원되는 데서 오는 이상한 뭉클함.


정말이지 이런 RW 구성이 말도 못하게 멋지다. 분량이 늘어날 이유가 충분하고 성공했다. 정의감과 인간성과 뛰어난 추리력의 한 인물, 홍콩이라는 한 도시, 그리고 격변하는 한 시대가 작가의 말처럼 고스란하다. 우리 사회를 대입해보아도 될 것이다. 찬호께이, 천재 맞는 것 같다. 다만 한 가지 남는 찜찜함은 여기서 말하지 않겠다. 차치하고, 첫 단편의 노인네가 마지막 작품에서 스무 살 청년이 되어 이런 상황을 겪고 있는 게 나는 참 좋은 거다.


차선을 정신없이 바꾸면서 앞에서 달리는 차를 계속 추월하는 통에 아찔한 상황이 연이어 닥쳐왔다. 나는 말하는 동안 몇 번이나 혀를 깨물 뻔했다. (631, 빌려온 시간)
 

과작(寡作)의 불안한 예감, 그만큼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다음 작품이 과연 어떤 모습일지 궁금한 찬호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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