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성술 살인사건 Smoking

점성술 살인사건 - 8점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시공사

 

일본어에 흥미가 없어 일어 이름이나 지명을 잘 외우지 못하는 내게 거의 쥐약 수준으로 많은 이름과 지명이 등장한다. 그럼에도 크게 무리 없이 흥미롭게 읽혔다. 밀실살인, 토막살인, 점성술, 광기, 우울증을 앓는 해결사, 그의 충실한 조수이자 친구로 이루어지고, 힌트들은 해결사와 독자에게 비슷한 속도로 주어진다. 독자에게 던지는 작가의 도전장도 두 번이나 등장하는데, 너무 게으르게 읽기만 하지 말고 ‘당신도 추리해보라’는 목소리로 들렸다. 실마리가 술술 풀려가는 걸 가만히 앉아 눈으로만 좇는 게 살짝 찔려서 책을 덮고 잠시 나름대로 추리해보기도 했다.

어느 순간 그 사람이구나, 하긴 했는데 그게 해결사의 결론 전이었는지 후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40여 년 만에 사건은 속 시원히 풀리고 깔끔한 결말이 온다. 해결사 미타라이에 대해 말하자면, 발로 뛰지 않고 모든 게 머릿속에서 이루어지는 타입이다. 엄청난 육체적 소진을 초래하는, 일종의 ‘접신’ 경지라고 할까. 해설에 의하면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작가가 ‘일본인 중에서는 미타라이 기요시를 연기할 사람이 없다’(564)고 할 정도로 엄청난 인물로 차차 발전하는 모양인데 일단 이 데뷔작에서는 그냥 룸펜이다. 나로서는 그렇게까지 매혹되지 못했으나 이런 말은 좀 좋았다.


다음 날 일만 없으면 원하는 시간까지 잘 수 있어. 파자마 차림으로 신문도 읽을 수 있지. 좋아하는 연구를 하고. 마음에 드는 일만을 위해 문밖을 나가지. 싫어하는 녀석에게는 네가 싫다고 말할 수 있고, 백은 백, 흑은 흑이라고 누구에게 스스럼없이 말할 수도 있어. 이것들은 모두, 언젠가 형사도 말했듯이 세상이 상대해 주지 않는 룸펜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한 대가로 내가 손에 넣은 재산이야. 아직은 잃고 싶지 않아. 쓸쓸해지면 너도 있고, 나는 외톨이가 아니야. 이 생활이 아주 마음에 들어. (51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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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술집에서 문득 본 진실 :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2015-06-17 22:10:59 #

    ... 다...만. 영화로 만들었다면 시원한 카타르시스 장면이겠다. 요시키가 미타라이와 공유하는 성격은 아마도 작가의 기질이리라. 연달아 읽은 덕에 이 둘의 같은 신념을 비슷한 문장 으로 발견한 건 의외의 즐거움이다. “(…) 아무리 나쁜 패를 뽑아도 내 신념대로 갈 수밖에 없어. 당신에게 알아달라고는 안 해. 그러나 그냥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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