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씨들 Smoking

작은 아씨들 | 루이자 메이 올컷 지음, 유수아 옮김 | 펭귄클래식



사랑스럽지 않은 인물이 없다. 온 세상 소녀들의 필독서가 된 이유를 다시 발견한다. 믿음과 사랑과 헌신과 교훈을, 끈끈한 우정과 자매애와 설레는 사랑이 돈독한 의지와 힘으로 자리 잡아 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시끄러운 세상에서 잠시 물러나 솜털 같은 구름 속에 파묻히고 싶을 때 최적인 독서처방, <작은 아씨들>이다. 


문학동네 ‘인문서가에 꽂힌 작가들’에서 선보인 루이자 메이 올컷 <가면 뒤에서>를 읽고 반해 거슬러 올라가 확인한 경우다. 시대적인 분위기와 압박, 집필 의도 등이 <작은 아씨들>과 겹치지 않는 색깔의 <가면 뒤에서>를 만들어냈으리라는 짐작을 해보면서도, 그들이 완전한 서로소 관계는 아니어서 교집합이 꽤 있고, 그게 좋았다.
“진, 돌아가서 편지를 마저 써야 할까요, 아니면 여기 남아 당신에게 이 노인이 당신을 딸 이상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말해야 할까요?”(<가면 뒤에서>)
이렇게 말하는 존경받는 노신사 존 경을 <작은 아씨들> 바에르 씨에게서 다시 발견.


“조, 당신에게 줄 거라고는 내 넘치는 사랑밖에 없소. 당신이 내 마음을 받아줄 수 있을지 알아보려고 이곳에 온 거란 말이오. 내가 친구 이상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을 때를 기다린 거요. 당신의 가슴 한 켠에 날 위한 자리를 마련할 수 있겠소?” (2권 369)


독서가 여행과 같다고 할 때는 일상을 ‘일시정지’해 준다는 의미도 크게 포함할 터다. 메르스도 총리 청문회도 <작은 아씨들>의 나라에선 없었다. 독서가 여행과 같다고 할 때는 여행이 끝났을 때 일상을 고스란히 다시 안는다는 의미도 있을 터다. 메르스도 자격미달인 총리 후보도 그대로였다. 독서가 여행과 같다고 할 때는 여행이 이대로 계속되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을 터다. 영원히 아이로 머물 수 없는 아쉬움 비슷하게.


“하지만 테디, 우리는 이제 소년과 소녀로 다시 돌아갈 수 없어. 그 행복했던 옛 시절은 돌아올 수도 없고, 기대해서도 안 돼. 우리는 다 큰 성인들이잖아. 놀이 시간은 끝이 났고, 이제 장난도 포기해야 해. 그 대신 각자에겐 진지하게 임해야 할 일이 있는 거지. 네가 변한 걸 보니 너도 그 사실을 느끼고 있겠지. 나도 변했어. 내 어린 친구를 그리워하는 만큼 지금의 너도 사랑할 거야.” (2권 325-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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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다락방 2015/06/15 00:32 # 삭제 답글

    엄청나게 맛있는 리뷰에요, 측근님. 독서라는 여행을 마치고 온 이곳이 여전히 이모양이라 유감입니다. 꼭 그래서는 아니지만 저도 이 책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인용하신 문장들이 따뜻해요.
  • 취한배 2015/06/15 01:06 #

    ‘유감’이라는 말이 이렇게 맞아떨어지는 경우도 있군요. 유체이탈화법으로 누군가가 내미는 (‘사과’가 아닌) ‘감’은 그렇게 싫더니 말입니다. 측근님도 시끄러운 뉴스에서 잠시 떨어져 나오고 싶으실 때 (물론 그런 책들이 무지 많으시겠지만;) 손에 들어보시기를요. 측근님의 댓글이야말로 따뜻합니다. :)
  • 달을향한사다리 2015/06/15 16:07 # 답글

    인용하신 부분들을 보니 작은 아씨들을 다시 읽어야 할 이유가 확실해졌네요^^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요...ㅋㅋㅋ
  • 취한배 2015/06/16 00:01 #

    아시겠지만 ‘소녀들에게 교훈을’이라는 점만 좀 감안하면 루이자 메이 올컷이 어디 가진 않았더라고요. 앞에 실린 해설도 참 좋았어요. <가면 뒤에서> 후속작도 나온 거 알아요? <초월주의의 야생귀리>. 사다리 님이 원하신 ‘딱 <가면 뒤에서> 같은 작품.’ㅎㅎ
  • 달을향한사다리 2015/06/16 16:19 #

    그러잖아두 알라딘 훑다가 발견해서 위시리스트에 넣었지요^^ 근데 역시 언제 읽을지는...하아...
  • 취한배 2015/06/17 21:32 #

    읽을 책 진짜 많지요.ㅜㅜ 장바구니를 결제해도 왜 보관함은 줄지 않을까요, 사다리 님? 저는 오늘밤 알라딘 시계 살 것 같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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