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 니로의 게임 Smoking

드 니로의 게임 - 8점
라위 하지 지음, 공진호 옮김/마음산책

 

전쟁 속 두 친구의 우정, 배신, 무장권력의 부패, 정보기관의 은밀한 개입, 실제와 화자의 상상과 대화가 잘 섞여 이야기는 막힘없이 단숨에 읽힌다. 단신 기사로만 보았던 레바논 전쟁을, 피와 살을 가진 몇몇 인물들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고 아프다. 내 베이루트의 경험은 그리 멀리 가지 않는다. <마오 II>(돈 드릴로, 창비, 2011)의 마지막 장면이 바로 그 부서지고 상처 입은 콘크리트 도시였다. 돈 드릴로가 폭격과 카메라 마그네슘 조명을 나란히 놓았던 번쩍이는 빛줄기 말이다.


브리타는 동베이루트에 있는 친구의 친구 아파트에 머물고 있다. (…) 밤새 자동소총 쏘아대는 소리와 산이 우는 듯한 어둡고 쿵쾅거리는 소리가 바로 동쪽에서 간헐적으로 들려온다. 게다가 이따금 산발적인 총격 소리가 난다. 어떤 좌절한 사람 때문이거나 약간 잘못되어버린 마약거래 때문이겠지. (<마오 II> 354-355)


‘어떤 좌절한 사람 때문이거나 약간 잘못되어버린 마약거래’로 인한 총격을 바로 이 책 <드 니로의 게임>에서 읽을 수 있다. <마오 II>의 브리타와 <드 니로의 게임>의 조지와 바쌈은 어쩌면 서로 스쳤을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해본다. 브리타가 사진 촬영을 하기 위해 타고 가던 택시와, 조지와 바쌈이 탄 오토바이가 같은 길을 달렸을지도. 아니면 밤에 브리타가 듣는 총성과 바쌈이 바라보는 저 빛줄기가 같은 것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식으로.


이스라엘군의 제트기가 베이루트의 상공을 날며 가옥, 병원, 학교 등을 닥치는 대로 폭격했다. (…) 서부의 주민들이 목숨을 건지기 위해 피난을 가고 있는 그 시간, 동부의 우리들은 저항군의 대탄도탄이 밤하늘에 작렬하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다. 나도 옥상으로 올라가 서부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스라엘군의 폭격기에서 떨어지는 번갯불 아래 보이는 것들이 온통 번쩍거렸다. (177)


강대국의 이권 다툼이 있고 전쟁이 있고 그걸 이용하여 부를 챙기는 소수가 있고 피폐한 삶이 있고 가짜 영웅도, 진짜 영웅도 있다. ‘나’ 바쌈은 영웅이 아니다. 아니, 사실은 영웅인지 아닌지를 모르겠다. 버리고 떠나면 되는 건가. 떠나지 않는다면 또 어찌해야 하나. ‘내 꿈’을  이룬다는 암시로 보면 결국 영웅인 건가. 그러니까 이 소설은 전형적으로 ‘재미있는’ 전쟁소설이자 성장소설이고 그 전형성 때문에 약간은 불편한 소설이다.


이념보다는 실리. 어렴풋 짐작되는 바쌈의 신념(?이라기 보다는 경향)은 현실적 안락함을 넘어서지 못한다. 중간의 복수극은 통쾌하다. 우정은 얄팍하고 섹스는 불쾌하다. 과묵하여 가타부타 말이 없다. 파리의 호텔에서 바쌈이 빌려 보는 <이방인>의 뫼르소를 바쌈에게서 읽으라는 걸로 보인다. 바쌈이 처음부터 밝히는 이상향, 행선지 ‘로마’라는 마지막 멘트가 이상하게 내게는 희망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성장소설’ 안에서 바쌈은 내 성에 찰 정도로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다.


(…) 난 제일 먼저 네 생각이 났다. 난 언제나 널 생각한다.
글쎄,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생각부터 하는 법이지. 나는 라이터를 던져주고 자리를 떴다.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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