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Smoking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 8점
라우라 에스키벨 지음, 권미선 옮김/민음사
 

아라비아고무 분말을 뜨거운 물에 풀어 너무 되지 않게 반죽한다. 반죽이 준비되면 인을 넣어 완전히 녹이고, 질산칼륨 분말도 같은 식으로 준비한다. 그러고 나서 적당한 색깔이 나도록 충분한 사산화삼납을 넣어준다. (115)


‘요리소설’에서 성냥제조법이 나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브라운 박사가 마음을 전하듯 티타에게 조심스레 건네는 성냥갑. 거의 모든 요리의 기반이 되고 마음 속 열기와 때로는 폭발을 일게도 하는 불꽃의 담지자. 나차+티타의 부엌과 상응하는 ‘새벽빛’ 할머니+브라운 박사의 실험실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어릴 때 호기심으로 먹어본 성냥 끝 화약은 맛이 나쁘지 않았다. 그때는 물론, 몸 안에 성냥갑 하나를 갖추려고 먹은 건 아니었다.


우리 할머니는 아주 재미있는 이론을 가지고 계셨어요. 우리 모두 몸 안에 성냥갑 하나씩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혼자서는 그 성냥에 불을 당길 수 없다고 하셨죠. 방금 한 실험에서처럼 산소와 촛불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산소는 사랑하는 사람의 입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촛불은 펑 하고 성냥불을 일으켜줄 수 있는 음식이나 음악, 애무, 언어, 소리가 되겠지요. (124)


나처럼 성냥머리을 먹지 않아도 인간 몸 안에 존재하고, 오줌으로 배출되는 인 성분. 라우라 에스키벨을 읽다가 성격이 전혀 다른 코맥 매카시를 떠올리게 될 줄, 역시 몰랐다. 화산에서 화약반죽을 만드는 판사, 그이의 이름도 아마 브라운이었지 싶다. 배경 또한 멕시코였음에야.


우리는 반쯤 정신이 나가 있었지. 모두들 줄을 섰어. (…) 우리는 모두 성기를 꺼내 들었지. 우리가 다가가면 판사는 무릎을 꿇고 앉아 맨손으로 반죽을 주물렀어. 오줌이 막 튕겨 올랐지. 판사는 어서 오줌을 싸라고, 온 영혼을 다해 오줌을 싸라고, 싸면 저 야만인들을 물리칠 수 있다고 소리쳐 댔지. 그러면서 껄껄 웃으며 악취 나는 시커먼 반죽덩이를 열심히 주물렀지. 악마의 똥덩이도 그렇게 냄새가 독하지는 않을 거야. 판사는 잔혹한 시커먼 반죽쟁이 같았지. (코맥 매카시, <핏빛 자오선> 179)


화약이 이렇게 다르다. 배불리고 마음을 덥히는가 하면 소총에 장전되기도 하는 방식으로.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에도 혁명 멕시코의 불안한 정세가 없는 건 아니다. 이따금 티타 농장 바깥에서 불어오는 바람에서 감지된다. 티타의 멋진 둘째 언니 헤르트루디스의 행적에서도 고스란하다. 남미소설 특유의 환상과 유머 요소가 잘 배합된 사랑 이야기. 훅하고 지나가는 22년과 거대한 불꽃. ‘갖가지 인생이 꽃을 피웠기 때문에’(259) 더욱 비옥해진 토양, 잿더미 속 요리책 하나로 전해졌고 그 요리법이 계속되는 한 끝나지 않을 이야기가 순식간에 읽힌다. 티타 식 크리스마스파이가 먹고 싶은 밤, 비 오고, 젖은 성냥마냥 ‘사랑하는 사람의 입김’ 같은 것이 허기져, 페드로가 티타 창문 아래서 술 취해 불렀던 노래나 듣기로 한다.






덧글

  • 다락방 2015/05/20 12:13 # 삭제 답글

    성냥 끝 화약의 맛, 여기에 있군요.

    크- 진한 술을 한 잔 하고 싶어지는 그런 글이네요, 측근님.
    사실 술이 그래요. 어느 상황에서든 제격이죠.
  • 취한배 2015/05/21 03:09 #

    어릴 때 성냥을 먹어서 저는 잘 폭발하는 걸까요?ㅋㅋ
    술 취해 쓴 글이라, 술 한 잔 하고 싶어진다는 측근님의 댓글이 더 반갑네요.
    그렇죠, 술은 어느 상황에서든. 건배!!
  • 2015/05/21 01:14 # 삭제 답글

    이 책 저도 다락방님도 좋아해서 나도 말타고 가면서 섹스하고 싶다고 막 ㅋㅋㅋㅋㅋ
    그랬던거 같은데 오래전이라 나만 그랬는지 다락방도 공감했는지 아니면 다락방이 먼저 한 얘기였는지 기억나는 건 소주병뿐..
    담배도 성냥으로 불 붙이면 더 맛있다던데, 전 그냥 그 타는 냄새가 좋을뿐 담배 맛은 똑같더라구요.

    누군가는 이 책 두고 막장 드라마라고 하는데 이런 멋진 리뷰 감사합니다.
  • 취한배 2015/05/21 03:11 #

    말 타고 섹스 크- 두 분이라면 충분히 너나없이 맞장구-에로틱-판타지 대화를 나눴을 듯요. 소주병이 기억나신다니 안주는 삼겹살이었겠군요.ㅋㅋㅋㅋ
    성냥 타는 냄새가 좋다는 게 바로 담배가 맛있다는 의미 아닐까욤? 담배맛이야 뭐 거기서 거기... 아, 딱 하나, 축축한 날에 맛이 더 좋은 건 확실하네요, 제겐.ㅎ
    설정은 끝판왕일지 몰라도 막내딸에 대한 관습을 타파하려는 게 저는 좋더라고요. 히힝 고마워요. ;)
  • 다락방 2015/05/21 07:08 # 삭제 답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말과 섹스는 제가 좋아하는 것들 ㅋㅋㅋㅋㅋ말섹스신 좋아해요! 그치. 뽀랑 그 얘길 나눴었지 ㅋㅋㅋㅋㅋㅋ 우리 백년동안의 고독 꿀섹스 얘기도 한듯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측근님, 좋네요. 셋 다 같은 책을 읽고 얘기할 수 있어서요. 헤헷 :)
  • 취한배 2015/05/21 14:32 #

    ㅎㅎ갑자기 생각나는데, 측근님. 말섹스 신하고 매카시의 '카섹스' 신(카운슬러) 중 어느 게 더 좋아요? (백 년 동안의 고독 꿀섹스는 기억이 안 남;;) 그죠, 같은 책 읽은 건 같은 기억을 공유하는 것.ㅎㅎ 특히 밑줄이 겹치면 더 막 좋지 뭡니까.ㅋㅋㅋㅋ 즐점!
  • 다락방 2015/05/21 14:38 # 삭제 답글

    좋은건 말섹스가 더 좋은데요, 코맥 매카시 카섹스는...좋다기 보다는.....엄청 강해요. 진짜 쎈(!) 장면이죠. 어우, 그건 다시 생각해도...와, 너무 세서 뭘 어떻게 해야할지, 어떤 감정을 가져야할지 모르겠어요. 베리베리스트롱 씬.

    백년동안의 고독은 꿀섹스 씬 있다고 예전에 뽀 페이퍼에서 보고 읽었는데, 읽고나서 꿀섹스 씬이 기억이 잘 안나요. 그냥 꿀 바르고 하는 거였는지, 꿀 먹고 하는 거였는지....기억이 나질 않아요. 하핫. 있었다는 것만 알겠는....하핫;;
  • 취한배 2015/05/21 14:48 #

    저는 정말 (변태로서) 매카시의 그런 ‘쎈’ 장면을 좋아하나 봐요;; 그리고 말한테 살짝 미안해서 저는 ‘베리베리스트롱 씬’이 더 좋음요. (아, 왜 부끄럽지-_-)
    꿀 먹은 벙어리도 아니고 꿀 먹은 섹스! 확실히 달달구리하긴 하겠구만요.ㅋㅋㅋㅋ 숙취엔 꿀물-이죠잉. 기승전꿀. 하하하하하하
  • 2015/05/22 05:32 # 삭제 답글

    책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데 다 무너져가는 집에서 이모랑 조카랑인가.. 암튼 꿀칠하고 뒹굴고 놀다가 개미에게 거의 잡아먹힐뻔 해서 화들짝 놀라며 깨어나는 장면.. 그 이후로 꿀섹스 로망이지만 집에선 당연히 싫고 호텔이나 어디 물 있는 야외? 생각해보다가 너무 끈적거려 실제론 별로 안좋으려나 하며 뭐 그렇다구요.
  • 취한배 2015/05/23 19:28 #

    아.. 어디에서 읽었는지 모르겠는데, 사람 고문할 때 설탕물 칠해서 불개미 떼에 던지는 게 있었-_-;; 무셔- 포 님, 절대! 야외에선 안 하는 걸로. 에로틱 버전에 호러를 더해 미안함미당.ㅎㅎㅎ 암튼 이래저래 백 년 동안의 고독은 꼭 다시 읽어야 할 명작. 시험 잘 봤어요? 오. 지금 보고 있겠군요! lol
  • 2015/05/29 18:0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05/29 23:5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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