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시베리아 NoSmoking

나는 알래스카에서 죽었다 - 10점
호시노 미치오 글.사진, 임정은 옮김/다반

 

아름다운 사진과 조심스럽고 담담한 글. <여행하는 나무>(갈라파고스, 2006) 이후 다시 호시노 미치오를 만났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1996년 8월 8일 캄차카 반도에서 그이가 불곰에 의해 죽음을 맞기 전의, 그러니까 마지막 여정이다. <여행하는 나무>와 마찬가지로, 호기심에 못지않은 성숙함과 예의와 존중과 겸손을 다 갖춘 ‘여행 에세이’일뿐 아니라 이 책은 특히 지구상에서 사라져가는 언어와 환경에 대한 애틋하고 짧은 보고서이기도 하다.


“내가 이 세상을 떠날 때 많은 것들이 함께 죽을 것이야, 많은 이야기들이…….” (…) 나뿐 아니라 타나나족 말을 할 수 있는 자는 이제 이 마을에 없다. 이야기가 죽어 간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203-205)


숲과 빙하를 마주하고 인간의 유한함과 시간을 생각해보기. 글로 차마 옮길 수 없거나 옮기면 색채가 바랠 노래는 여백으로, 상상으로 남겨두기. 내가 만약 그 속에 실제로 가더라도 이 책을 읽는 것만큼 좋을지는 의문이다. 알래스카에서 시베리아로 건너간 이후의 기록은 단편적인 메모로만 남았고 이 책에 첨부되어 있다. 베링 해협이 이렇게 좁았던가, 새삼 지도를 오래 쳐다보았다. 하기야 옛날에는 뭍길이 있었던 곳 아닌가.




탈고가 채 되지 못한 메모들을 끝으로 읽고 좀 쓸쓸하던 차에 다른 곳에 각각 꽂혀 있던 알래스카-시베리아를 모아보았다. (시베리아 수용소 생활을 그린 도스토엡스키 <죽음의 집의 기록>도 여기 왔어야 했는데 저- 뒤 왼쪽 책꽂이에 꽂혀, 절묘하게 배경으로 찬조출연) 가슴이 너무 아팠던 <데르수 우잘라>(블라디미르 클라우디에비치 아르세니에프, 갈라파고스, 2005)는 호시노 미치오가 시베리아로 넘어가자마자 현지 가이드에게 언급하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데르수 우잘라>와 <여행하는 나무>는 옮긴이가 같다. 우리 <데르수 우잘라>는 일본어 번역본을 옮긴 모양이다. 중역이어도 가슴 시린 이야기는 통한다. 나의, 그리고 많은 독자들의 알래스카는 어쩌면 호시노 미치오의 알래스카이리라. 아깝고 아름다운 사진가이고 저자이다.


그의 절친한 친구 셀리아 헌터의 말처럼 ‘Life is what happen to you while you are making other plans(인생이란 무언가를 계획하는 사이에 일어나는 다른 사건)’인 것이다. (254, 이케자와 나쓰키의 해설 중)


 

덧글

  • 2015/05/16 23:06 # 삭제 답글

    어쩐지 데자뷰가 느껴지는 글입니다.
    친구와 어떻게 죽고싶냐는 얘길 한 적이 있어요. 친구는 아나콘다에게 잡아먹히는게 병실에 누워 늙어 죽는 것보다 나을것같다고 했죠. 저도 순간 맞아, 그건 너무 지루해, 라고 대답하긴 했는데.. 알래스카에서 불곰 때문에 죽는 것도 나쁘진 않을;;;;
  • 2015/05/16 23:06 # 삭제

    해설의 인생에 대한 정의 무지 좋네요. 히히
  • 취한배 2015/05/17 00:03 #

    그죠, 포 님. 저는 어쩌면 할 말들이 이미 다 했는지도 모르겠어요. 세상엔 책도 많고 독자도 많지만 각자는 자기가 보는 것만 보고 자기 대신 해주는 말만 건지는 거니까요. 포 님은 이제 저를 완전히 파악해버리신 거;; 해설을 쓴 사람도 저자의 죽음이 가장 그이다운 방식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해요. 아나콘다나 불곰이나, 배에 갇혀 수장되는 것보다는 덜 슬플 거라는 생각을 하는 요즘입니다요. 해설의 언급은 포 님이 좋아하실 줄 알았어요, 히히. 시험 잘 치르셔야 해요. 파라 티 이 메?
  • 2015/05/19 01:19 # 삭제 답글

    아! 그게 아니고 지금 다시 보니 체홉의 사할린섬 리뷰 때문인것 같아요. 절대로 할 말을 다 해버려서가 아니예요. 계속 얘기해주세요!
  • 취한배 2015/05/19 01:46 #

    아이긔! 섬세하신 포 님. 다른 시간대에 이렇게 같이 깨어 있네요?! 건배, 는 자제해야할 테고,,, 읭. 되도 않는 말 계속하는 게 어쩌면 포 님의 ‘매눈’ 때문이기도 하다는 말씀을 드리면셔- 그저 고맙습네담.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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