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당해봐서 아는데 술이깰때까지자시오

 

이름 붙이기 말이다. 문법을 아주- 중시하는 어떤 분이 내 문장은 뜯어고쳐 주면서 정작 본인의 단어선택은 영 엉망인 경우가 있었다. 본인의 글에 항의하는 댓글을 ‘악성 댓글’이라고 지칭하여 의미 없고 내용 없는 문장교정만 화려하게 펼쳐 마녀로 몰아가는 작전. 악성 댓글이란, 인신공격과 근거 없는 비방이라는 엄연한 뜻이 있는 단어다. 내용과는 상관없이 상대를 마녀로 만드는 건 수꼴의 전통이기도 하다.


동시면 그냥 동시이지, ‘잔혹 동시’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마녀로 몰아가는 프레임에 지나지 않는다. 시를 읽어보니 그냥 솔직한 아이의 심정이더라. 내 경우, 성 안에 갇힌 공주의 긴 머리카락이나, 예쁘고 연약하여 ‘왕자’가 와서 뽀뽀하거나 구해주어야 해피엔딩이 되는 이야기가 오히려 더 무섭고 끔찍하지, 엄마를 잡아먹고 싶다는 말은 너무나 친숙해서 웃음이 날 정도였다.


그 웃음은 물론 지금의 경쟁교육에 관한 씁쓸함을 포함한다. 아이의 목소리는 가슴을 열고 어른이 들어야 하는 날 선 비판이다. 학원 가기가 지독하게도 싫다는 하소연은 어른이 고민하고 함께 풀어가야 할 현실이지 ‘잔혹 동시’라 이름 붙여 책을 없애야 할 문제가 아니다. 뭔가 문제가 된다 싶으면 일단 없애고 감추고 보자는 식은 현 정권을 닮아 그런 건지, 원.


덧글

  • springhascome 2015/05/07 17:56 # 답글

    이미 '잔혹'을 깔고 들어가는 불편함. 이 일에 자꾸 마음이 쓰이네요.
  • 취한배 2015/05/07 18:15 #

    스프링 님 글 보고, 3월 30일 출간된 책이 5월 6일에 절판!된 것도 확인하고 정말 뭥미스러웠습니다. 할 말 못 하고 살아야하는 (심지어 어린이도!) 분위기가 출판계까지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건지요... 함께 마음 씁시다;;
  • 다락방 2015/05/08 13:20 # 삭제 답글

    측근님과 스프링님이 나눈 이 짧은 대화가 저는 아주 좋았어요. 이 두 사람이 내가 아는 사람들이란 사실이 무척 고마웠습니다.
    자꾸 마음이 쓰인다고 하는 사람, 그리고 함께 마음 쓰자고 하는 사람. 이 둘이 다 저의 이웃이라니. 저는 이 대화가 오래 남습니다.
  • 취한배 2015/05/10 20:42 #

    저는 다락방 님이 저의 측근이라 무척 고마운데- 이미 아시지요?ㅎㅎ
    B혈맹 측근님.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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