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NoSmoking




해적국가 - 8점
피터 아이흐스테드 지음, 강혜정 옮김/미지북스


젊은이들이 해적질에 나설 수밖에 없는 소말리아 실상이다. ‘아프리카의 뿔’ 내륙 이야기이자 슬픈 바다 이야기. 아프리카 심층 보도 전문가 피터 아이흐스테드가 썼고 강혜정의 깔끔한 번역이다. 소말리아, 영화제목으로도 접하여 낯설지 않은 ‘블랙 호크 다운’(1993년)으로 떠올릴 내전이 있고 더 최근 우리에게 ‘해적 국가’로 각인된 계기로는 2011년 청해부대가 구해낸 주얼리 호가 있다.


광물로 빚어지는 아프리카의 갈등은 시에라리온과 콩고의 다이아몬드, 나이지리아의 석유 문제에서 익히 보아왔다. 값비싼 광물을 강대국이 어떻게 착취하고 내전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외세의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이용과 착취는 소말리아에서도 매한가지다. 외국의 큰 배들이 싹쓸이하는 어장에서 소말리아 어부들은 도리가 없었다. 지금의 해적들은 분명 일확천금을 노리는 일당들이지만 애초에, 시작은 그랬다는 말이다.


어업권뿐 아니다. 강대국들이 쓰레기를 내다버리기에 소말리아 해변보다 값이 싸게 먹히는 데가 없다. 정부라고 하는 것이 과연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가운데 부패한 관료들이 강대국과 한패가 되어 자기 나라에 저 강대국들의 유독성 폐기물 투기를 허락해주면서 성립되는 뒷거래. 물론 그 돈은 내전에 사용될 무기를 사는데 쓰일 것이다. 몇몇 관료와 강대국들의 잇속에 의해 고통 받고 생존권을 위협당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보통 주민들이다.


미국과 미국 친화적 주변국들의 지원을 받는 정부군과 그에 맞서는 반란군. 군벌들이 서로 세력 다툼을 벌이다 내전의 잿더미 속에서 탈레반이 생겨났던 아프가니스탄과 유사한 모습이라고 저자도 짚는다. 지금은 주변의 이슬람 세력으로부터 지원받는 알샤바브가 ‘주적’인 모양새다. 보통은 종교의 이름을 들먹이며 테러를 자행하지만 종교는 허울 좋은 명목일 뿐임은 공공연하다.


이런 혼란과 무질서 속에서 오로지 생존하기 위해 젊은이들은 돈만 준다면 정부군도, 알샤바브도, 해적도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기약 없는 난민생활, 그도 아니면 죽음. 이 몇 가지 가능한 입장에 처해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정리한 르포르타주가 피터 아이흐스테드의 <해적국가>라면, 이와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픽션도 있다. 나란히 꽂아 두었다가 연달아 읽었다.



블랙 샤크 - 6점
베르너 J. 에글리 지음, 배수아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청소년 소설이다. 멀게만 느껴지는 해적과 난민과 구호선박의 선원들 각각에 이름과 얼굴을 주면서 소말리아의 복잡한 사정을 엮어냈다. 도식적인 구조와 우연의 남발이 다소 오글거리지만 <해적국가> 픽션 버전으로 만나기에는 제격이다. 문학적 성취도에 있어서는 글쎄-라고 할 정도랄까. 옮긴이의 이름을 믿고 읽은 경우인데 그럼에도 이 ‘간질거림’은 아마 청소년 소설의 한계인 듯.


지구 반대편의 이야기를 읽어도 결국 다시 우리 문제로 돌아오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이겠다. 해적 출몰이 잦아지면서 아덴 만을 항해하는 선박의 무장 필요성에 대한 영국왕립국제문제연구소 해적 전문가의 말을 아래에 붙인다. 선박에 사설 무장 보안 요원을 탑승시키는 것에 대해 해운 회사들이 반대하는 이유. 전혀 다른 맥락에서 나온 말임에도 우리 4월이 더 어이없고 슬프다.


"(…) 안전 보장은 국가와 해군의 책임이라는 인식도 강합니다. 나는 해상 안전을 (국가가 책임지지 못하고) 민영화하는 것이 일종의 후퇴라고 생각합니다." (<해적국가> 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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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술집에서 문득 본 진실 : 고모라 2016-07-15 23:57:10 #

    ... 이게 된다. 이탈리아 내부에서는 여기 남부가, 해외로 보자면 루마니아나 아프리카 특정 국가들. 특히 내전이 있고 무기가 필요한 나라일 경우 그러기가 쉬운데, &lt;해적국가&gt;를 읽으면서 본 적이 있기도 하다. 소비와 사치가 주로 강대국에서 이루어진다면, 그 결과인 쓰레기는 가난한 나라로 몰리는 이런 현상에 어김없이 범죄조직 ... more

덧글

  • youngjun0517 2015/04/21 00:24 # 답글

    소말리아의 불행한 사태가 해적 활동에 대한 정당한 변명이 될 수 있을까요?
  • 취한배 2015/04/21 01:02 #

    정당한 변명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자는 아덴 만에 있는 NATO 해군 병력이 더 힘을 쓸 것과, 외국인에게 주어진 어업 허가를 철회하고 소말리아 어부들에게 재발급하여 이들이 어업을 소생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제가 빠뜨린 부분을 짚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레이오트 2015/04/21 07:04 # 답글

    2016년 NEW PANAMAX 패치 적용되면 대해적시대 : 소말리아는 서비스 종료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 취한배 2015/04/22 00:41 #

    NEW PANAMAX 패치?를 제가 몰라서 말입니다;;
  • 레이오트 2015/04/22 09:18 #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상선들이 그렇게 위험천만한 말라카 해협과 소말리아 해를 통과하는 이유는 바로 이 PANAMAX 때문입니다. 현재 파나마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선박의 기준, 즉 PANAMAX는 폭 32미터, 만재배수량 9만톤 내외의 선박까지인데 문제는 현재는 이 PANAMAX를 넘어서는 선박들이 많이 건조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파나마 운하를 이용할 수 없는 선박들이 어쩔 수 없이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게 되고 이는 소말리아의 무정부상태에 준하는 상황과 겹치면서 대해적시대 : 소말리아 서비스를 시작하게 만들었죠.

    하지만 2016년 파나마 운하 확장공사가 끝나서 NEW PANAMAX 패치가 적용된 파나마 운하는 만재배수량 12만톤의 선박까지 통행할 수 있게 됩니다.
  • 취한배 2015/04/22 14:54 #

    아, 그렇군요. 설명 고맙습니다. 그렇다면 선박들이 거리상으로는 훨씬 더 긴 항해를 하게 되겠네요. 그렇더라도 저 해변이 해적이 아니라 어부들이 활동하는 곳이 된다면 더 없이 좋겠습니다. 레이오트 님 친절한 설명이 아주 쏙 이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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