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즌 빈스 Smoking

시티즌 빈스 - 8점
제스 월터 지음, 이선혜 옮김/영림카디널


<아름다운 폐허>(뮤진트리, 2013)에 완전히 매료되었던 기억으로 번역 전(全)작을 다 만난 제스 월터다. 출간작품 3권을 역순으로 읽은 셈인데 내게는 모조리 <아름다운 폐허>에 못 미쳤다. 작가로서는 월장하고 있다는 말도 될 터이니 어찌 보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으려나. 아무튼, <시티즌 빈스>는 새 삶을 시작하려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폭력전과의 주인공이 아닌 만큼(사기, 신용카드 위조, 마약거래) 빈스는 근육질의 거친 사내가 아니다. 재기 프로그램(?)으로 제빵을 선택한 점도 무척 마음에 들었다. 도넛을 만드는 사람. ‘나무를 심은 사람’ 같은 느낌의 건설적이고 따뜻하고 무해한. 과거를 ‘세탁’하고 새 이름을 가졌음에도 예전의 불법 거래를 계속하던 중 더 악질인 과거 범죄자를 만나 변한다.

말발이 장난 아니다. 책을 엄청 읽는 빈스다. 소설의 첫 부분만 내리 읽는 면도 성격 상 내가 감히 따라할 수 없는 매력이다. 수감 중이었거나 사기 범죄사실로 인해 가져보지 못했다가 과거를 세탁 받고 36년 인생에 처음 받아보는 투표권. 진정한 ‘시티즌’으로의 편입. 지나치게 낙관적인 결말이긴 하지만 많이 울컥했다는 점은 사실이다. 다음의 제스 월터가 더 기다려진다.


빈스는 명부에 나열된 이름들 위로 펀칭기를 이리저리 옮기다가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 펀칭기를 가볍게 내리누르는 순간 어렴풋한 해방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해방감은 빈스가 베스를 위해 사려고 한 집을 떠오르게 했고, 베스가 현관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그녀는 아이들이 줄넘기를 하며 노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빈스는 자신의 꿈이 이토록 단조로운 것이었음에 새삼 당혹감을 느꼈지만 투표용지를 바라보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빈스 캠든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비틀어진 인생을 마감하기 전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대통령 선거에 한 표를 던진 것이다. (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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