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베 기베르 <천국> Smoking


에르베 기베르Hervé Guibert를 떠올리게 된 건 얼마 전에 읽은 에두아르 르베의 <자화상>(은행나무, 2015)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유일한 번역본이자 절판본 <천국>(바리데기, 1994)을 조박사가 읽었다는 사실로 인해서였다. 역시 내 친구! 조박사.

어감이 비슷한 두 이름, 에두아르 르베(1965-2007)와 에르베 기베르(1955-1991). 둘 다 자전적인 글을 썼고 둘 다 사진가였으며 둘 다 젊어 사망했다. 한 명은 자살로, 다른 한 명은 에이즈로. 기베르는 작가와 사진가로서 활동도 많이 했지만 이름이 더 알려지게 된 건 미셸 푸코의 연인이었다는 사실 때문일 텐데 그보다는 기베르의 작품들로 그를 더 가까이 만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천국>은 기베르의 사망 1년 뒤 출간된 소설이다. ‘문학적 유언, 자기 인생과 자신이 살지 못했던 모든 삶을 애도’하는(위키피디아) 작품이라고 소개된다. 뒤죽박죽인 기억, 존재하지 않는 사람, 재구성되는 자서전, 정신분열적 기록을 읽기에 내겐 더없이 좋은 프랑스어 텍스트였다. 술을 꾹 참고 읽었다. 이 문장을 옮기면서 하루의 첫 잔을 마시고 싶어서.


천국이라는 단어가 쾅하고 울렸어, 믿기 어려운 무엇처럼 말이야. 그건 종교에 연결되어 있진 않았어. 왜냐하면 우리 부모는 우리를 그런 쪽으로는 가르치지 않았거든. 내게 천국은 지옥만큼이나 알기 어려운 것이었고 이런 신화들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몰랐어. 하지만 천국이, 어윈Irwin의 입에서 흘러나오면서 단번에 순수한 것 중 가장 순수한 것, 절대적인 꿈, 정점, 요컨대 천국이 되어갔어. 그리고 난 알고 싶어졌어, 그 천국 말이야.

(Hervé Guibert, <Le Paradis>, folio, 48p, 번역-취한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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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5/04/03 21:09 # 삭제 답글

    우왕.. 멋있다.. 저도 얼른 스페인어 책 읽기 시작해야겠어요. 사실 느낌으로는 알아도 정확하게 번역하기란 어찌나 어려운지 ㅠㅠ 오늘 친구가 '향기가 머무르는 장소'를 스페인어로 어떻게하냐고 해서 한참 고민했네여. ㅋㅋㅋㅋㅋㅋㅋㅋ
  • 취한배 2015/04/03 23:38 #

    이히. 기분 좋음요. 넹 포 님, 원서 읽기 해보세욤. 제2외국어(?)를 하는 기쁨과 약올림을 동시에 즐겨야하지 않겠슴미까. '에스파스 우 레스트 로되르...' 긍데 그렇게 물어보는 친구는 어느 말로 물어본 겁니까.ㅜㅜ 그런 질문이 왜, 어떤 상황에서 도대체 가능한지요;ㅋㅋ 딸꾹.
  • 2015/04/05 03:51 # 삭제 답글

    espacio con un buen aroma
    와 프랑스어랑 스페인어는 정말 비슷하네요? 에스파스가 공간이죠? 우(ou?)는 with 같은거고?
    한국에서 광고일 하는 친군데 샤프란 뭐 이런거 맡게 됐다네요. 브레인스토밍중인듯 해요.. ㅎㅎㅎㅎ
  • 취한배 2015/04/05 14:38 #

    스페인어-프랑스어는 닮은 듯 하다가도 완전히 다른 데도 있고 한데, 이태리어-프랑스어는 정말로 닮았답니다. 이태리어는 들으면 자주 막 이해되고 그래요.ㅋㅋ 여기의 '우'는 장소 관계대명사, 관계절은 동사(머무르다)-명사(냄새)로 도치된 상황... (수업에 들어갈 기세;)
    오. 샤프란! 아로마! ㅎㅎㅎㅎ
  • stroller 2015/04/06 21:22 # 답글

    "술을 꾹 참고 읽었다. 이 문장을 옮기면서 하루의 첫 잔을 마시고 싶어서"라니! 우왕! 그리고 첫 문장, 우오ㅇ아아!
  • 취한배 2015/04/07 01:43 #

    진짜 꾹 참는다는 각오를 하니까 훨씬 빨리 읽히더군요?!ㅋㅋㅋ 좋아해주시니 (뽐내기) 원서 읽기 기록 남긴 보람이 있습니다. 고마워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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