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제 아씨 Smoking


엘제 아씨 - 10점
아르투어 슈니츨러 지음, 백종유 옮김/문학과지성사


슈니츨러의 『엘제 아씨』(문학과지성사, 2010)를 소유하고 있은 지는 꽤 됐다. 이 책을 펼쳐보지도 않은 채 슈니츨러의 『윤무』(지만지, 2011)를 내내 침 흘리며 쳐다보고 있었음은, 이제야 알게 된 바, 진정 웃긴 일이었다. 중편ㆍ단편ㆍ희곡을 망라한『엘제 아씨』의 목차를 보면 이렇다.


1. 세 번의 경고
2. 엘제 아씨
3. 구스틀 소위
4. 라이겐 - 열 개의 대화
5. 돈 돈, 내 돈
6. 내가 만났던 한 중국인


이 중 「라이겐-열 개의 대화」가 다름 아닌 『윤무』였다는 사실. 독일어를 몰라 벌어질 수도 있었던 일이고, 슈니츨러의 작품들 제목에 일관성이 없음을 또한 알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이것들이 다 같은 작품이라는 것과,


   


여기 저기 단편들이 다른 제목들로 산재해 있다는 것. 내가 읽은 『엘제 아씨』에 실린 작품들만 따져도 이렇게 (각각의 목차에도 다른 제목들을 하고) 흩어져 있다.


  



그토록 갖고 싶었던 『윤무』가 나도 모르는 사이 내게 있었다는 사실에 나는 엄청나게 큰 안도감을 느꼈는데, 그 감정은 묘하게 「돈 돈, 내 돈」(『돈』에서는 「벨다인 부자의 돈」, 『사랑의 묘약』에서는「벨다인 가의 돈 이야기」)과 대비되는 감흥이어서 놀라웠다. 어느 날 가지게 된 일확천금. 만취 상태에서 묻어둔 장소가 기억나지 않아 분명 부자임에도 그 실체가 없어 평생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었던 부자(富者이자 夫子)이야기이다. 임종 직전 그 장소가 기억나 겨우 아들에게 알려주게 되는데... (영화내용 소개글 클리셰 이용)


「엘제 아씨」와「구스틀 소위」는 마치 짝을 이루는 듯 혼잣말 형식을 취하고 있는 각각 여자, 남자의 내적 독백이다. 줄곧 죽음이 둥둥 떠다니다 각자 극적인 다른 결말을 보여주는 게 멋지다. 중편들과 희곡도 좋았지만 나의 5별은 큰 부분 마지막 작품 때문이다. 별 다른 매력이 없는 제목 「내가 만났던 한 중국인」이 그것인데 분량도 아주 짧아 8쪽밖에 되지 않음에도 여운이 가장 길다. 사형선고를 받은 한 중국인이 사형 집행 전 주어진 마지막 세 시간을 소설 읽는 데 보낸다. 이를 본 화자가 호기심을 느껴... (클리셰 남용)


내 책장에 슈테판 츠바이크와 나란히 꽂혀 있는 세 권의 슈니츨러.『꿈의 노벨레』(문학과지성사, 1997) 작가로만 알고 지나가기에는 작품의 폭이 넓고 깊음을 새삼 알게 됐다. 『엘제 아씨』단편들만 해도 19세기 러시아 작가들을 연상시키는 면이 있으면서 『꿈의 노벨레』와는 또 다른 매력이 흐른다. 언젠가 정돈된 슈니츨러 작품 목록이 만들어지기를 바라면서, 「내가 만났던 한 중국인」중.


“뻔한 일이지만 당신은 결국 그 소설을 끝까지 읽지 못할 거야.” “물론 그렇겠지요.” 그가 말했다. “그러나 나에게는 한 시간 이상이나 되는 목숨이 아직 남아 있어요.” 이 말을 듣고 나는 약간 흥분하여 말했다. “그런데도 그 귀중한 시간에 소설 나부랭이를 읽는 것보다 더 나은 일이 정말 없단 말이야?” (374)


‘소설 나부랭이를 읽는 것보다 더 나은 일이’ 과연-
무엇.



핑백

  • 술집에서 문득 본 진실 : 해변에서 2016-03-30 22:32:50 #

    ... 한 것이었다. 그는 열심히 잡지를 훑어보았다. 「숙녀와 벌목꾼」이라는 연재물의 마지막 3회분이 실려 있었다. 그는 앉아서 읽었다. (259)슈니츨러의 단편 「내가 만났던 한 중국인」에서 보았던 장면과도 만나고, 임박한 마지막 순간에 최선을 다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것도 저와 다르지 않을 것이기에, 좋았다. 네빌 슈트는 최근 ... more

덧글

댓글 입력 영역


moon

CURRENT MOON

뉴스타파

알라딘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