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튜링의 최후의 방정식 Smoking

앨런 튜링의 최후의 방정식 - 8점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지음, 조영학 옮김/박하


앤드루 호지스의 <앨런 튜링의 이미테이션 게임>(동아시아, 2015)을 읽고 싶었으나 가격과 부피에 지레 겁을 먹고 차선책으로 만난 소설. ‘스릴러’라기엔 뭔가 조금 부족한 한편 앨런 튜링의 삶과 죽음에 대해 대충의 윤곽을 그리게는 해준다.
동성애가 불법(반세기 전 오스카 와일드를 감옥에 보냈던 바로 그 법)이었던 당시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며 수학 천재의 ‘기계’ 설계나 전쟁 시 수행했던 비밀 작전에 관한 이야기도 어렵지 않게 풀어낸다.
자살로 간단히 종결될 사건임에도, 죽은 앨런 튜링에게 자기도 모르게 이끌리는 주인공 코렐처럼 독자도 마찬가지. 띠지의 컴버배치 얼굴이 꼭 아니더라도 말이다. 글을 곧이곧대로만 대하고 꼭 진실로만 답했으며 옷차림에 무심하고 사람들의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나 ‘거짓말도 위선도 싫어’했고 ‘그저 자신의 본성에 충실했을 뿐’(98)이었던 사람.


“열정과 열의는 우리들 성격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런 것들을 없애면 기본 자체가 없어져요. 앨런은 앨런이었죠. 그 친구가 자신의 본성을 치료하고 싶어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136)


튜링의 삶을 그리는 한 축이 있고 또 다른 축에는 주인공의 삶이 있다. 약간은 보수적이고 꽉 막혔던 코렐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 또한 이 소설의 묘미다. 아마도 당시의 분위기를 전하기 위해 설정된 성격인 듯. 그래서 조금은 올드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아버지와 이모의 문학적 소양을 이어받았으나 우연히, 그리고 충동적으로 경찰이 되어 있는 코렐. 게다가 어릴 때 품었던 수학에 대한 동경이, 앨런 튜링을 알아가게 되면서 다시 살아난다. 그게 이모가 말하는 ‘질투’(165)의 감정이었든 아니든 코렐에게는 성숙의 계기가 된 셈이다. 튜링 사건 이후 동성애자로 의심되는 사람(로완)을 취조하다가 양심상 눈감고 넘어가는 장면이 이렇게 그려진다.


로완이 껴안을 것처럼 굴기에 코렐이 한 발짝 물러났다. 그 정도까지 감당할 자신은 없다. 절대로. 하지만 뭔가는 있었다. 기쁜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뱃속이 조금 뜨거워지기는 했다. 지긋지긋한 위선자 같으니. 어쨌든 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니까 몸도 더 가벼워졌다. (294)


잠시 짚고 싶은 등장인물. 존재감 없는 어머니의 자리를 대신하기라도 하듯, 완벽한 진보지식인으로 등장하는 이모는 (살짝 작위적이긴 하지만) 참으로 매력적인 ‘말술’꾼(150)+책지름꾼(150)+‘담배냄새’(164)+‘밤도깨비’(522)다. (어디서 많이 본- 왜 뜨끔한지;;)
어려운 이론을 줄줄 읊지 않고, 튜링의 인간적인 품성을 무조건적으로 찬양하지도 않으면서 튜링이 이룬 과학적인 성과와 기여뿐 아니라 성소수자로서의 삶이 누군가에겐 성숙과 성장과 배려를 가르쳐주었다는 메시지가 따뜻하다. 코렐과 같은 눈높이에서 튜링을 만나게 해주는 소설의 미덕.
앤드루 호지스의 870여 쪽 저서를 읽을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고민은 여전하다. <앨런 튜링의 최후의 방정식>만으로 된 듯도 싶고, 아닌 듯도 싶고. 어쩌면 ‘수수께끼’로 그냥 남겨 두는 게 나을까. 계속 갈망하도록.


“(…) 내 말은 그저, 수수께끼의 가치를 해답이 빼앗아간다는 뜻이에요. 아무리  해답이 교묘하다 해도. 결국 질문의 갈망을 제거하는 셈이죠.” (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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