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고양이 NoSmoking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아서 - 8점
피터 트라튼버그 지음, 허형은 옮김/책세상


고양이 맥거핀,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아서>는 사랑에 대한 사유다. ‘나’로부터 시작하는 이야기. 요즘 특별히 이런 책이 많아졌는지, 내가 이런 책을 특별히 많이 접하게 됐는지는 모르겠으나 ‘이 책은 논픽션이다.’(15)로 시작하는 또 하나의 ‘자기 쓰기’다. 부류를 따지자면 데이비드 실즈,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 제프 다이어 <꼼짝도 하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요가> , 모니카 사볼로, <나랑 상관없음> 등과 같이 놓을 수 있겠다.

이런 책들의 흡인력에는 무엇보다 ‘나,’ 즉 화자의 매력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이 사람을 더 알고 싶은지, 아닌지 하는 것 말이다. 피터 트라튼버그는 뭐랄까, 첫눈에 매력을 주는 사람은 아니었다. 유머도, 뭔가에 중독될 성향이 보이는 취약함도, 이것만은 용납못해하는 단호함도, 특정한 강박관념이나 어수룩함 같은 (나를 사로잡는) 면이 딱히 보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계속 읽을 수 있었을까. 고양이- 고양이 맥거핀이다.


고양이도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보긴 한다. 그러나 고양이는 벽도 똑같이 지그시 바라본다. 다른 어떤 동물도 그렇게 종잡을 수 없는 열중을 보이지 않는다. 무언가를 말하는 눈빛과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눈빛을 대체 어떻게 구별하란 말인가? (…) 그러나 내가 바이티에게 눈을 깜빡이고 바이티도 내게 눈을 깜빡였을 때, 나는 아주 잠깐이지만 녀석의 언어를 내가 알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205-206)


한동안 집을 떠나 다른 데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던 사이, 캣시터로부터 고양이가 실종됐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부랴부랴 집으로 가는 여정. 그리고 그 이동 간 (사람과 고양이에 대한) 사랑의 사유와 일화들이 이 책을 이룬다. 프루스트, 제임스 설터 등이 언급되면서부터 저자에 대한 매력이 스멀스멀 피어난다.

알랭 핑켈크로트, <사랑의 지혜>에서 이미 본 바 있긴 하지만, 도저히 고착되지 않는 사랑의 대상, 흐릿한 얼굴을 얘기하기위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끌어들이는 내공. 게다가 부부간의 오묘한 애증을 너무나 아름답게 그린 제임스 설터의 <가벼운 나날>이 재작년에 우리에게 번역ㆍ출간되지 않았더라면, 또 내가 읽어 반하지 않았더라면 도저히 트라튼버그의 매력을 알지 못했으리라.


그 구절은 《가벼운 나날》에 나오는 것이다. 한 남자의 아내가 그 둘이 결혼생활을 보낸 집에서 방금 나갔는데, 바로 그 순간 남자는 그녀에게서뿐 아니라 자신의 온 인생으로부터 떨어져나간다. “갑자기 너무 넓어서 건너뛸 수 없을 것처럼 느껴지는 여객선과 부두 사이의 간격처럼, 치명적인 공간이 열려버렸다. 모든 것이 여전히 거기에 있고 멀쩡히 눈에 보이지만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350)


비스켓(잃어버린 고양이의 이름)의 행방을 밝히는 건 아주 끔찍한 스포일러로, 이 책에 대한 예의가 아니므로 아무 말도 않겠다. 다만, 완독 후의 궁금증은 오히려 저자와 F와의 관계에 가 있게 된다. 화자는 F와의 끝난 부부관계를 돌아보며 얘기하고 있음을 일찌감치 밝히고 있는데 아마도 그래서 이 책이 조금 묵직하고 건조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같은 장면에 대해 두 사람이 서로 다르게 기억하고 있는 점이라든지, 어떤 일화에 대한 ‘불확정성’을 언급할 때는 마음이 좀 쓸쓸해지기도 한다. 끝나고 나서 돌아보는 사랑은 늘 그럴 것이다. 상대를 원망하거나 누구의 잘못인지를 따지는 일도 이미 소용없이, 육체와 영혼의 소진도 넘어선 촉루로 남은 사랑(이라면 좀 과장일지도 모르지만), 감정의 과잉 없이 담담하다.


시내로 가는 길에 F는 내 옆자리에서 사랑이 얼마나 하찮은지에 대해 계속 지껄였다. 사랑은 유기체의 실질적 욕구에 의해 발생하지만 적어도 인간 종족 사이에서는 뭔가 비틀리고 자멸적인 것으로 종종 변질된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사실 사랑이라는 게 존재하는지조차 의심스럽다고 했다. 그리고 그때 갑자기 뭔가 작고 폭신한 것이 F의 머리에 날아와 우리 둘의 좌석 사이에 떨어졌다. 뒷좌석에서 윌프레도가 던진 동물인형이었다. 바로 전날 지역 축제에서 상품으로 딴 것이었다. “자.” 윌프레도는 누군가 미친 듯이 찾아 헤매던 것을 대신 찾아낸 사람의 너그러우면서도 살짝 잘난체하는 말투로 말했다. “그럼 그건 뭔데요?” (322)










덧글

  • 2015/03/08 09:39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취한배 2015/03/08 12:02 #

    이힝. 저도 좋아하는 음악이라 첨부했는데요, 책에 이 곡의 원래 버전, 조 스태퍼드가 아-주 느리게 부른 노래에 대한 얘기가 나와요. 그렇게 느린 템포로 부른 이유는 ‘죽은 사람을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좀 슬퍼질까 봐 이기 팝과 아르디 버전으로 올렸죠. 동영상을 플레이해서 듣는 사람이 ㅇ님 말고는 있을 것 같지 않지만, 이 소스 끝에 음악이 튀데요? 다른 게 없어서 그냥.ㅋㅋ 좋아해주셔서 고마워요. 그리고 고양이는 정말 완벽하게 사랑스러운 생명체...
  • 명품추리닝 2015/03/08 17:31 # 답글

    완벽하게 사랑스러운 생명체라니, 저도 고양이를 길러보고 싶네요. 배님께는 왠지 러시안 블루가 어울려요. ㅎ
  • 취한배 2015/03/09 00:51 #

    ㅎㅎ보드랍고 따뜻하고 몰캉하고 도도하고 약하면서 강하고. 고양이 종류를 가리진 않지만 러시안 블루가 어울린다니 어째 제가 신분상승한 기분이네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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