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글쓰기 NoSmoking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 8점
데이비드 실즈 지음, 김명남 옮김/책세상

 

대뜸 이게 나야, 라고 말한다. 계속 나는 이래, 하고 이어간다. 말릴 틈도 없이 자꾸 옷을 벗는다. 아니, 이 사람이 왜 이러지. 글로 쓰지 않으면 실제로 겪은 것 같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 문학에 몸담은 짧지 않은 세월 끝에 ‘나’야말로 글쓰기의 소재라는 결론에 이른 사람, 로리!의 남편, 데이비드 실즈다. ‘내’가 본 영화, ‘내’가 읽은 책, ‘내’가 만난 사람, ‘내’가 한 섹스... 그야말로 ‘몸을 던지는’ 글쓰기?


에머슨: “글을 쓰는 방법은 화살이 바닥났을 때 자기 몸을 과녁에 던지는 것이다.” (50)


아마 그럴지도. 실즈가 벗어서 보여주는 ‘나’가 연출된 ‘나’인지, 전혀 그렇지 않은 ‘나’인지, 그러니까 사실은 외투를 마구 껴입고 있는 중이면서 벗는 척하는지는 읽는 내게 실상 중요하지 않다. 그렇지 않은가? 어차피 확인할 수 없을 내용이자, 모든 형식의 자서전은 자기합리화의 과정을 거치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기 때문이고, 제시된 ‘나’로부터 나 또는 너를 얼마나 발견하고 사랑하거나 경멸하거나 배우거나 배척하거나 하는, 즉 문학이 내! 삶은 구할는지를 물어보는 과정이 내게는 독서이기 때문이다.


작가들의 멋진 경구들에 배가 부르면서도, 언급되는 문학작품과 작가들이 친숙하다면 두 배는 더 재미있게 읽힐 메타북. 생소한 작품들이 많아 어찌나 아쉬운지 모르겠다. 그 와중에 제프 다이어가 반가웠고, 시종 깔깔거리며 읽었던 <병신 같지만 멋지게>의 저스틴 핼펀과의 재회는 선물 같았다. 실즈는 ‘나’를 ‘콜라주’ 형식에 담는 글쓰기를 이뤄냈고, 이루고 있으며 나는 그런 실즈를 계속 따라 읽을 태세다. 그중에서도 말더듬증을 소재로 한 초기 자전소설 <죽은 언어>가 가장 궁금하다. 로리 무어의 <애너그램> 중 실즈가 이런 대사를 소개해주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나는 늘 말실수하는 사람들에게 끌린다. 임신이나 알코올중독이 그러듯, 그것은 숨겨진 깊이의 징후처럼 보인다.” (79)


말더듬증에 관한 한 잊을 수 없는 <금각사>의 이 대목 때문이기도 하다.


내 감정에도, 말더듬 증세가 있었던 것이다. 내 감정은 언제나 시기를 놓쳐 버린다. 그 결과,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사건과, 슬픔이라는 감정이, 각기 다른, 고립된, 서로 연결되지 않고 서로 침범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진다. 미미한 시간의 엇갈림, 미미한 지체가, 언제나 내 감정과 사건과를 전혀 다른, 마치 그것이 본질적으로 무관한 듯한 상태로 바꾸어 버린다. (미시마 유키오, 웅진지식하우스, <금각사> 43-44)


그뿐이 아니다. ‘나는 말을 더듬지 않으려고 하는 순간에 더듬는다. 혼자 샤워하면서 노래할 때는 절대 더듬지 않는다’(152)는 거트루드 스타인의 말에도 밑줄을 그었다. 말더듬증 페티시가 있나, 내게?... 하여, 멋진 옮긴이 님이 <죽은 언어>도 살려주셨으면 좋겠다. 실즈의 삶을 ‘가까스로’ 구한 문학, 을 구한 젊은 실즈의 말더듬증 얘기. 아마도 내 삶마저 ‘가까스로’ 구하고 있는 문학(독서), ‘나’가 내가 되는 또 하나의 경험이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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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달을향한사다리 2014/12/22 17:59 # 답글

    으음... 전 이 책을 읽기엔 너무 무식할 거 같아요ㅠㅠㅠ
  • 취한배 2014/12/24 00:22 #

    아이고, 무슨 말씀을. 생소한 책들이 좀 언급될 뿐이지 전체적으로는 재미있게 읽혀요. 제 글이 무식하고 나빠요.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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