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과 마음 NoSmoking

사물과 마음 - 8점
살만 악타르 지음, 강수정 옮김/홍시



아름답고 푸근한 글이다. 사물들이 주는 위안과, 결국 사물로 돌아가게 되는 우리를 얘기한다. 본문에 맞춤한 ‘감사의 글’까지도 아름답고 따뜻하다. 사랑을 고백해보자.


우리는 사물에 둘러싸여 있다. 사물과 깊은 관계를 맺고 사물에 의존한다. 사물에게 말을 걸고, 사물도 우리에게 말을 한다. 상호의존적이라는 표현은 진부하다. 용기를 내어 고백해 보자.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는 걸. (17)


책들과 포도주 코르크 마개들과 지포라이터, 카메라 모양 연필깎이와 잔들과 침대와 스탠드여, 사랑한다. 2014알라딘 일력과 콜롬비아 커피, 포도주잔 걸이, 포스트잇, 책상, 클리넥스, 오디오 세트, 워커, 수면양말, 챕스틱, 목도리, 비, 곧 퍼부을 눈, 사랑한다.

그리고 이 사람들.


ㆍ110개국에서 맥주병(뚜껑을 따지 않은) 8,131개를 모은 독일의 페터 브로커.
ㆍ131개국의 호텔에서 “방해하지 마시오.” 문걸이 2,915개를 모은 스위스의 장 프랑수와 베르네티. (33-34)


110이나 8,131이라는 숫자보다 ‘뚜껑을 따지 않은’! 에서 놀라고 “방해하지 마시오” 문걸이 아이템은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이 이상한 마음은 뭔지. 이사할 때마다 한 가득 버리는 내 코르크마개와는 차원이 다른 진짜 ‘컬렉션.’ 뿌듯할 것 같고 그 수집벽을 존중하며 보고 싶기도 하다. 온갖 언어로 된 “방해하지 마시오”라니.

눈. 쏟아지기 시작했다. 사물과 당신들 모두 무탈하기를.


우리가 사랑했던 축음기는 그렇게 저마다의 가슴에 뚫린 휑한 구멍을 채워 주었다. 그것은 크고 갈색이고 만지면 따뜻했다. (54)





 

덧글

  • 다락방 2014/12/16 11:20 # 삭제 답글

    이 책은 만약 사게된다면 그리고 제가 읽게 된다면 지금 이 포스팅에서 만나는 것만큼 제가 좋아하진 않을 것 같아요. 말을 어쩐지 베베 꼬아버렸는데, 이 글이 무척 좋다는 겁니다, 측근님. 따뜻해요. 그래서 이 감정을 느끼고자 이 책을 사 읽어도 저는 이렇게 따뜻하게 느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겁니다, 측근님.

    그리고, 쓸데없는 말을 굳이 덧붙이려고요.
    저, 방금전에 알라딘에서 57,000원 어치의 책을 샀는데요, 고작 다섯 권이에요. 아, 초라해. 책값이 비싸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에요. 어쩐지 허전한 느낌이란, 그 말을 하고 싶은 거에요. 이 마음을 측근님은 아실테니까요. 그치요?
  • 취한배 2014/12/16 18:09 #

    오- 고맙습니다. 살만 악타르 선생의 따뜻한 글을 읽고 좋아하는 사물을 생각하다보니 (저도 모르게) 따뜻해진 걸까요?ㅎㅎㅎ 우리가 사물로 돌아가는 모습을 쓴 마지막 부분에서는 살짝 울컥하기도 했어요. (늘 그렇지만) 다락방 님의 덧글이야말로 따뜻합니다! 고마워욤.
    그렇지요? 요즘은 책 배달을 받아도 정말 허전해요. 상자도 완전 작은 것 같고.ㅜㅜ 구간을 넣어서 5만원어치 구성을 맞추던 재미도, 풍성한 선물을 받는 것 같던 기쁨도, 이젠 끝난 걸까요? 57,000원에 다섯 권, 흙. 요 며칠은 주문에 무슨 ‘복불복’ 사은품이 있던데, 뭐 응모하셨어요?
  • 2014/12/16 11:22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취한배 2014/12/16 18:12 #

    모닝술댓글ㅋㅋㅋㅋ
    ㅇㅇ님은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겁니까? 그렇다면 저는 이렇게 말할 것 같은데요,
    나는, 내 ***도, 나도, 당신 사랑하는데.
    ㅎㅎ 아니면 당신 ***만? 하고 묻든지.
    또는 그 사람이 조심스러운 성격이라 나름 고백을 그렇게 한 것?
    읭. 아무튼 이건 썸띵인 거지용? '밀당'을 싫어하는 저는 이런 때 하등 도움이 못 될 것 같아효.ㅠㅠ
    죄송-
  • 다락방 2014/12/16 11:23 # 삭제 답글

    히잉- 비로그인으로 비밀댓글 달면 제가 제 글을 못보네요. ㅠㅠ
  • 취한배 2014/12/16 18:12 #

    이글루스의 함정에 빠지셨습니다;; 비밀글에 공개답을 받는 것도 그렇고요.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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