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말해줘 Smoking

꽃으로 말해줘 - 8점
버네사 디펜보 지음, 이진 옮김/노블마인





마지막 장(章)인 ‘빅토리아 존스의 꽃말사전’만 보아도 돋아나는 상상력. 꽃말들을 조합해서 꽃으로 전하는 메시지, 낭만적이다. 꽃과 어울리는 모든 요소들이 다 만났다. 소녀, 소녀의 성장, 사랑, 치유, 그리고 무엇보다 화해. 각 장의 제목들이 알고 보면 스포일러, 다 말한다. 엉겅퀴(인간에 대한 불신)-흰 장미(사랑에 서툰 마음)-이끼(엄마의 사랑)-헤이즐(개암나무, 화해).


모든 메시지들이 그러하듯, 발신자의 뜻을 간파하는 수신자가 있어야 소통이 된다. 글의 경우라면 어떤 이의 문장을 토씨 하나하나까지 꼼꼼히 읽는 것이라든지, 행간에 흐르는 기류를 보려 한다든지, 혹은 은밀히 숨겨놓은 비밀을 알아챈다든지 하는 것. 불신감으로 사람들을 증오했던 빅토리아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은 꽃말이다. 그리고 그 메시지를 ‘캐치’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게 사랑이, 말문이 트이자 소통은 ‘꽃을 피워’ 메시지는 퍼져간다.


오랜 세월 메시지가 담긴 나의 꽃들은 철저히 무시되었고 그래서 나는 그러한 소통 방식을 오히려 편안하게 느꼈다. 열정, 친밀감, 불화, 혹은 거절. 대답을 들을 수 없는 언어로 소통하는 한 그 모든 것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겨우살이 한 가지가, 만약 그것을 건넨 사람이 정말 그 의미를 알고 있다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80-81)


빅토리아가 사람들을 거부하는 장면은 거칠고 슬프며, 사랑의 순간들은 예쁘고 안타깝다가 젖먹이와의 밤낮은 피곤하고 처절하다. 화해는 어떨까. 사과와 용서라는 절차가 있어야 가능한 그것. 캐서린의 수없이 많은 자주색 히야신스 그림과 빅토리아의 사과 메모, 엘리자베스의 용서와 사과 답장. 용서를 구하는 사람도, 용서하려는 사람도 사실은, 이렇게 간절한 것을.


언니와 화해하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엘리자베스는 잠시도 쉬지 않았다. 씨를 뿌리고 물을 주었으며 반쯤 피어난 꽃봉오리들을 확인하고 또 기다렸다. 기다리는 것조차 또 하나의 행동처럼 느껴졌다. 항상 반응을 기다리고 항상 움직이며 항상 서성거렸다. (209)


화해의 결과가 꼭 전형적인 가정의 모습으로 귀결되는 것이 조금은 식상했지만 그런 가족을 이루는 것이 얼마나 지난한 과정인지를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여겨도 무방할 것 같다. 자주 접할 일이 없다보니 좀처럼 기억되지 않는 것이 식물들의 이름이라, 마리아 테레제 티트마이어의 아름다운 그림이 실린 마리안네 보이헤르트의『Flower&Tree』(이은희ㆍ전경화 옮김, 을유문화사, 2002)를 가끔 뒤적이며 읽었다. 곁에 있어 든든한 책 중 하나.

                                                                                                                                                        



‘빅토리아 존스의 꽃말사전’을 보다 보면 희한한 선물이 받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정향나무(당신을 사랑했지만 당신은 알지 못했어요), 서향나무(오직 지금 그대로의 당신을 원합니다), 까치밥나무(당신의 찌푸린 얼굴이 나를 괴롭힙니다), 아마(당신의 친절을 느낄 수 있어요), 글라디올러스(당신이 나의 가슴을 관통합니다). 그리고 가만 생각해보니 나는 얼마 전까지 누군가로부터 이 꽃(말)이 무척 받고 싶었는데- 

출처 ⓒMoniphoto (dreamstime.com)


 

그리스신화에서 아폴론이 사랑하던 친구 히야킨토스를 실수로 죽이게 되어 그런 꽃말이 붙은 것일까 싶은, 캐서린이 그렇게도 그려댔던 자주색 히야신스(제발 나를 용서해 주세요). 그러면 내가 설마, 쑥국화(당신과의 전쟁을 선포하노라)로 답할 리는 없으리라. 『꽃으로 말해줘』를 읽은 새벽, 따뜻한 페퍼민트 차 마시고 싶다.


“다시 마셔봐. 익숙해질 거야. 페퍼민트는 따스한 느낌이란 뜻이야.”
나는 다시 한 번 마셨다. 이번에는 조금 오래 입에 머금고 있다가 팔 위에 뱉었다.
“나쁜 느낌이겠지요.”
“아니, 따스한 느낌. 왜 있잖아, 좋아하는 사람 앞에 있을 때 간지러운 것 같은 그 느낌.” (86-87)





덧글

  • 달을향한사다리 2014/12/03 15:29 # 답글

    정말, 챕터 제목이 스포일러였죠ㅋㅋㅋㅋㅋ빅토리아는 너무 안타까웠지만 어쨌든 해피엔딩이라 다행이었어요^^ 전 폰으로 네이버에서 검색해보면서 읽었답니당 ㅋㅋㅋ
  • 취한배 2014/12/04 00:00 #

    사다리 님과도 어울리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역시- 읽으셨군요! 해피엔딩... 저는 뭔가 좀 다른 결말 없었을까, 했던 비뚤어진 인간.ㅜㅜ 폰 검색으로 꽃 확인까지 하셨다니 대단하십니다. 실제 식물을 보고 이름을 딱딱 부르는 사람을 보면 항상 부럽더라고요. 식물책을 꽤 갖고 있는데도 저는 이상하게 그게 잘 안 되어요;;
  • 코양이 2015/04/19 23:59 # 답글

    흰 장미로 조금이마나 마음을 표현해 봅니다.
  • 취한배 2015/04/20 02:24 #

    ^___^ 아마로 응수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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