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라고 말해줘. Smoking

라스트 차일드 - 8점
존 하트 지음, 박산호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친구에게서 버번 냄새가 났다. 가슴에 버번 병을 꼭 끌어안고 있는 게 보였다.
(…)
“취했어?” 조니가 물었다.
“지금 설교하는 거야?”
“아니.” (298)


열세 살 친구 조니와 잭이 나누는 대화치고는 어찌나 ‘노티’ 나는지, 피식- 웃다가도 어쩐지 가슴이 쓸쓸해진다. 말 못할 상처와 상실감을 가진 아이들. 비겁하거나 나약하거나 믿을 수 없는 어른들로 인해 스스로 강하고 영리하고 성숙해야만 하는 처지이기에. 또 이런 장면은 어떻고.


조니는 아까 쳐들었던 손가락을 다시 세워서 제럴드의 두툼한 가슴을 팍팍 찔러댔다.
“잭은 네 동생이야, 이 얼간아. 도대체 넌 어디가 잘못된 거야?” (274)


이렇게 보호해주고 변호해주는 것, 친구라면. 배신하지 못하고 진실을 털어놓게 되는 것, 우정이다. 배신은 어쩌면 잔머리 쓰는 노땅들이나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눈치보고 권력에 이끌리고 강한 자에게 굽실대며 만만해 보이거나 자신을 칭송하고 좋아해주는 사람에게 거만 떠는 것.


“아저씨는 이해 못 해요.” 잭이 말했다.
“널 순찰차에 태울 수도 있어. 꼭 그렇게까지 해야겠니?”
잭의 표정은 공포에서 부루퉁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아뇨.”
“그럼 여기 있어.”
헌트는 마치 강아지에게 말하는 것처럼 말했다. (493)


‘강아지’ 같은, 작고 약한 술쟁이 잭. 상실감으로 인해 몸보다 마음이 부쩍 성숙해버린 조니. 내 마음의 빗장을 풀고 끝내 감동을 이끌어내는 건 결국 두 아이의 우정이었다. 진실을 말하고 잘못을 뉘우쳐 사과할 줄 아는 것 또한 용기다. 나약하고 의존적이고 아름다운 여자라는 식상한 캐릭터를 엄마로 콕 박아놓은 게 거슬렸지만 조니와 잭의 우정은 부러울 정도로 좋았다.


“정말 무지하게 미안해.”
“뭐가 미안하다는 거야?” 조니는 얼굴을 돌렸다. “뭐가 미안하다는 건지 말해봐.”
잭은 고개를 흔들면서 얼굴을 두 손에 묻었다. “비겁한 건 죄야.” (518)



 

덧글

  • 다락방 2014/11/22 04:24 # 삭제 답글

    같은 책을 읽었다는 건 이런때 좋아요. 그것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과 내가 보지 못한 것을 짚어낸다는 것. 성향과 추구하는 바가 달라서일 수도 있지만, 전 이 우정 보다 다른 것들이 남아 있거든요. 보안관 아버지가 자신이 여기 있다는 걸 아이에게 말해달라고 하는 장면과, 왜 하필 내 동생이냐고 말하는 상처 받은 소년이요.

    새벽이고, 저는 취해서 잤다가 일어났어요.
  • 취한배 2014/11/22 12:47 #

    으앗, 시간이;; 오- 지금쯤 뜨끈한 해장하고 있기를요.
    맞아요. 저도 이 책 어떤 점이 다락방 님 마음에 그렇게 들었을까, 궁금했답니다. 읽은 지 꽤 되었을 텐데 완전 잘 기억하고 계시네요! 자신이 여기 있다는 걸 아이에게 말해달라고 하는 아버지 장면은 저도 참 좋았어요. 상처 받고 너무 성숙해져버린 소년은 시종 감동이고요. 저는 무엇보다, 열세 살 아이들이 뭐 알겠냐, 순수하기나 하지, 하는 생각을 완전히 엎는 설정이 가장 좋더라고요. 같은 책 읽어가는 게 좋아요, 다락방 님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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