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 리뷰가 스포. Smoking


죽음의 미로 - 8점
필립 K. 딕 지음, 김상훈 옮김/폴라북스(현대문학)

 

SF 옷을 입은 크리스티였다가 <혹성탈출> 자유의 여신상이 주는 황망함이었다가 환각이 주는 오감의 추체험에다 영원히 계속될 밀실 항해라는 암담함까지. 결국에는 몰리의 사라짐이 오히려 하나의 큰 위로가 되는 막막한 공포다.


‘노골적인 B급 클리셰를 해결책으로 당당하게 사용했다는’(308, 역자후기 주석 중), 아마도 비난이, 내게는 오히려 어리둥절할 정도로 현실 도피형 가상현실에서 돌아온 ‘현실’이 너무나 비극적이어서 놀랐다. ‘노골적인 B급 클리셰’이긴하나,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아니라는 점, 악몽에서 깨어나 보니 꿈보다 더 가혹한 현실이라는 점에서 필립 K. 딕의 근원적인 우울함이 고스란하다.


(만들어진) 종합적인 ‘신’이 유일하게, 겨우, 그러나 꼭 신의 이름을 달고 있지 않아도 될 존재가 영혼을 만져주는 지점이라면 이런 것. 질투하고 금지하고 엄하고 지랄하는! 신이 아니라, 적어도 내게는 정말 위안이 되는 존재로서의 ‘신’을 처음 보았다.


‘중재신’은 말했다. “내가 여기로 온 건 자네를 데리고 가기 위해서야. 어디로 가고 싶나, 세스 몰리? 자네는 무엇이 되고 싶나?”
(…)
“사막의 식물이 되고 싶습니다. 하루 종일 해를 쬘 수 있는, 자라는 식물이 좋겠군요. 어딘가에 있는 따뜻한 세계의 선인장이 되어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살아가고 싶습니다.”
“알겠네.” (301)


필립 K. 딕의 ‘소품’(308)에 지나지 않았다는 평 때문에 더 소중하게 여겨지는지도 모르겠다. 전집에서 가장 날씬한 2번이고 어쩌면 필립 K. 딕 전집의 제일 약한 고리일지도 몰라서 애정을 더 듬뿍 주고 싶은 작품이다. 끝으로-

몰리는 델맥-O의 곤충 파리에게서 이런 음악을 듣는다.





“들어본 적이 있는 음악인데. 하지만 제목이 생각 안 나.” 확실하게는 말할 수 없지만, 예전에 좋아하던 고대 음악이다.
“듣는 사람이 좋아하는 걸 연주해.” 매기가 말했다.
그제야 생각났다. 그라나다였다. “세상에, 이렇게 놀라울 수가.” 몰리가 큰 소리로 말했다. “정말로 파리가 연주하고 있는 거야?” (131)


어째- 에프 님 계신 거기, 아마 이런 느낌인가보오.ㅎ




덧글

  • 에프 2014/11/14 00:11 # 삭제 답글

    오 ㅎㅎㅎ 스포라고 해서 막 엄청 빠르게 읽다가 깜짝 ㅋㅋ 그라나다라니! 피케디 읽고 싶다 ㅜㅜ
    저 ㅋㅋ 크리스마스랑 뉴이어에 프랑스 가기로 ㅋㅋㅋㅋㅋㅋㅋ
  • 취한배 2014/11/14 11:04 #

    스포 예고는 읽지 말라는 뜻이 맞지요. 영혼 없는 글쓰기.ㅋㅋㅋ 에스파뇰로 읽는 PKD도 멋질 것 같아요! 오- 프랑스 당연히 가야지요, 바로 옆에 두고 말입니다. 노엘도 노엘이지만 다음 주 보졸레누보 때 가시면 더 좋을 텐데, 히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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