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여자, 알라딘 달력 Smoking

가을 여자 - 8점
오정희 지음/랜덤하우스코리아

 

눈물이 어린 눈에 환시처럼, 착시현상처럼 피어오르던 목련이 떠올랐다. 아마 지금 굳이 그 꽃을 찾아보려 해도 다른 것과 구별할 수 없을 것이다. 꽃이 피어나는 그 운명적인 시간이 내 존재의 한순간과 만나 섬광처럼 부딪치고 사라졌다. 인생에의 꿈이나 그리움이라는 것도 그러한 것인가. (227)


「꽃핀 날」의 끝 문장이자『가을 여자』의 마지막 문장이다. 아침밥을 짓던 중 문득 보게 된 목련의 개화. 여자는 결국 밥을 태우고 식구들은 다들 부루퉁해진 얼굴을 한 채 회사로 학교로 집을 나선다. 갑자기 조용해진 집 안, 탄 솥을 긁어내다가 ‘난데없이 후룩’ 흐르는 눈물. 아, 오정희였지. 참 오랜만에 다시 만났다. 가을이라 충동적으로. 제목처럼 가을에 읽기 좋은 25개 단편들이다. 2009년 9월에 쓴 ‘작가의 말’에는 이렇게 돼 있다.


환멸과 슬픔과 쓸쓸함 또한 우리의 생을 살게 하고 보다 높이 들어 올리는 힘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며 또 한 번의 아름다운 가을을 맞는다. (5)


아름답고 슬퍼서 견디기 힘든 가을, 겨우 존재하고 있다, 는 일기를 쓴 오늘. 오정희의 ‘환멸과 슬픔과 쓸쓸함’이 와서 내 환멸과 슬픔과 쓸쓸함을 위로해준다. 환상과 기쁨과 쓸쓸하지 않음이 주지 못하는 위로와 치유의 힘이 오히려, 같은 저것들 안에 있는 듯하다. 슬플 때 슬픈 음악을 찾아 듣게 되는 것처럼.


밝을 때 찍어놓은 사진이 있어 올린다. 가을인가 싶었더니 어느새 알라딘 새해 달력. 그런데 웬일인지, 이 달력을 보는 순간 (난데없이) 세수가 하고 싶어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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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덧글

  • 따뜻한 허스키 2014/11/07 02:54 # 답글

    ㅎㅎㅎㅎㅎㅎㅎㅎ으아닛ㅎ달력이ㅎㅎㅎ저도 알라딘 달력 탐나더라구요ㅎㅎ
  • 취한배 2014/11/07 11:52 #

    ㅎㅎ이번 달력은 그림과 숫자판이 한 면에 함께 들어 있고 책장 넘기듯 넘기는 구조네요. 종이와 자석 달린 뒤판지가 고급스럽고 (그림 인쇄상태는 썩;;) 예쁩니다. 허스키 님도 곧 만나보시기를-ㅎㅎ
  • 다락방 2014/11/07 08:28 # 삭제 답글

    오오오오 피터 래빗 세숫대야!! >.<

    제일 처음 선택한 달력은 피터 래빗입니까, 측근님? 저도 다음주에 지를건데 뭘 처음 받을지 후훗. 피터 래빗 먼저 받을까요?
    그나저나 저는 달력 보다 저 뒤, 측근님 책상을 보는 게 훨씬 좋네요. 사실 제 책상은 옷장이 된지 오래라 -0- 누군가의 책상을 본다는 게 무척이나 흥미롭고 심장 떨리는 일입니다. 헤헷. 데스크탑 바탕화면에 아이콘이 많네요? 어쩐지 측근님은 최소한의 아이콘만 깔아두실 것 같은데 말이죠. 헤헷. 아, 다른 사람의 방을 보는 것을 이렇게 좋아해도 되나요? 변태같나요? ㅠㅠ
  • 취한배 2014/11/07 11:57 #

    세수할 때마다 만나는 친구들ㅋㅋㅋ
    넹. 1차로 받은 게 피터래빗이에욤. 다락방 님은 조카용이지만 저는 제가 쓸 겁니다.ㅎㅎ 피터래빗을 좋아해본 적은 없는데 이상하게 곁에 머무름. 마음에 쏙 드는 게 없을 때 늘 차선책으로 선택되는 것 같아요, 피터래빗은.
    모니터가 화면에 들어가는 것을 발견하고 사용 중이던 프로그램들을 얼른 닫고 찍었더니 빼곡한 아이콘들이 땋;; 걸렸네요-_- 녜녜, 줄줄 늘어놓고 삽니당.ㅜㅜ
    오, 저만 그런 거 아닌 거지요? 다락방 님이 좋아하시니 '노출'의 보람이 있습니다. 아니면 우린 둘 다 변태이거나.ㅋㅋㅋ
    즐- 점심식사!!
  • 취한배 2014/11/07 12:28 #

    p.s. '옷장이 된 책상'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합니다!
  • 달을향한사다리 2014/11/07 17:02 # 답글

    진짜, 가을에 읽기 좋을 듯. 오정희는 정말 가을 분위기 나는 단편이 많은 것 같아요. 하... 저도 도서정가제 시행 전에 책 많이 사고 싶은데, 짐을 줄여야 해서 못 사고 있자니 슬퍼요...ㅠ
  • 취한배 2014/11/07 22:53 #

    예, 맞아요. 봄의 개화를 얘기하고 있는데도 분위기는 가을. 참, 이사 계획이시죠? 앙. 저도 속상하네요. 살 건 사고, 있던 책을 그보다 더 많이 팔면요...? 흙흙-
  • 달을향한사다리 2014/11/19 14:13 #

    그러잖아도 책을 좀 팔아볼까 하고 일단 보이는 것만 훑었는데, 아무리 훑어도 10권이상 추려낼 수가 없어요ㅠ 이 책 팔까 하고 다시 훑어보면 또 재밌어요ㅠ 10권은 정말 새발의 피...ㅠ
  • 취한배 2014/11/20 22:55 #

    아이고. 그 마음 알아요.ㅜㅜ 사다리 님 책짐 줄이는 건 포기하시고 다른 짐을 들이지 마셔야겠... 쿨럭- 그나저나 사다리 님 서재 완전 기대된다능!ㅎㅎ
  • 달을향한사다리 2014/11/21 18:08 #

    흐흐흐 서재 기대하지 마세요ㅠ 어젯밤 냉정한 맘으로 훑어보니 서재라고 꾸미기에도 부족할 장서량인 거 같아서... 그냥 나혼자 흐뭇하게 침대 주위에 빙 둘러쌓을까도 생각했어요 ㅋㅋㅋㅋㅋ아님 폴 오스터의 <달의 궁전>에서처럼 탁자나 뭐 그런 걸로 쓸까...ㅎㅎㅎ
  • 취한배 2014/11/21 20:57 #

    장바구니에 든 책장은 어쩌고요?ㅋㅋㅋ 그런데- 침대 주위에 쌓은 책이야말로 오리지널한 서재이겠는데요?ㅎㅎㅎ <달의 궁전>을 아직 안 읽어서... 탁자로 쓰는 책탑? 책 하나 꺼내 보려면 난리가 나겠군요. (재밌겠어요;;!) 후후후 저도 덩달아 설레고 있음요, 사다리 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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