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크로이드 살인사건 Smoking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 8점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용성 옮김/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파커가 편지를 가지고 들어온 것은 8시 40분, 내가 애크로이드 씨의 서재를 나온 것은 꼭 8시 50분이었다. 편지는 여전히 끝까지 다 읽혀지지 않은 채로 있었다.
나는 문손잡이에 손을 대고 잠깐 망설이며, 무슨 잊은 물건은 없나 하고 방 안을 한 번 둘러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고개를 흔들며 방에서 나와 문을 닫았다. (59)


크- 멋있다. 책의 말미에서 화자가 자신의 글재주를 뽐내기 위해 과연 한 번 더 언급해 줄 가치가 있는 명문이다. 연이은 세 건의 죽음으로 다짜고짜 시작하는 이야기. 무능한 주제에 사치를 부리는 이, 자기 이익만 생각하는 이, 남의 일을 사사건건 알아내는 이, 자기 일에 그냥 충실한 이, 비밀스러운 사랑, 돈, 그리고 여전히 ‘인간성에 대한 풍부한 지식’(204)으로 모든 걸 꿰뚫어 보는 우리의 푸아로까지, 흥미진진한 사건과 인물 군상들이 지루할 틈 없이 나를 이끈다. 숨겨져 있던 악의 빛이 마지막에 한 번 번쩍!하고는 사그라지는 여운. 하나도 무섭게 소개되지 않던 세 건의 살인이 한참 후에, 한꺼번에 무서워지는 매력의 책. 인물들의 생생함이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이 역시 크리스티의 장편에 있다. 하고많은 채소 중에 하필이면 호박을 가꾸는 이웃으로 슬그머니 온 푸아로, 회색 뇌세포, 아이, 능청스럽고 좋아.


그는 책상에 손을 댔다.
“반드시 벙어리라고만은 할 수 없습니다. 때로는 이런 물체들이 나에게 말을 해주지요. 의자도, 테이블도, 이것들은 저마다 하고 싶은 말을 가지고 있답니다.” (114)


 

이렇게, 피에르 바야르의 <누가 로저 애크로이드를 죽였는가?> 읽을 준비 완료하였다. ‘여름언덕’의 바야르 구간들이 지금 모두 반값이라는 사실! 오. 알라(딘)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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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술집에서 문득 본 진실 : 누가 로저 애크로이드를 죽였는가? 2016-07-09 01:08:06 #

    ... bsp;제목을 바꿔 써 보자면, 에르퀼 푸아로는 어떻게 그자를 범인으로 몰아 자살로 이끌었는가?, 되겠다. 엉뚱한 바야르가 애거서 크리스티의 ‘변칙적인’ 걸작『애크로이드 살인사건』다르게 읽기를 선사한다. 보고 있으나 보지 못하는 독자, 일인칭 소설의 불확정성, 거짓말하는 건 아닌데 진상을 교묘히 은닉하는 생략의 묘미, 망상적 해 ... more

덧글

  • 포겟 2014/10/16 18:22 # 삭제 답글

    으아 이거 정말 재밌죠? 푸아로 좋아요. 전 미스마플은 작가가 하도 별볼일없는 노처녀라고 설명을 과하게 해서 처음엔 그런가보다 하다가 점점 아 어쩌라고 싶은 심정 ㅋㅋ
    졸려서 약속 전 잠시 커피한잔 하는 중인데.. 어쩌죠? 잠못이루는 밤으로 가는 티켓을 산 것 같아요.
  • 취한배 2014/10/16 21:37 #

    어머- 스페... 아, 지금은 일본이겠군요. 으아, 이렇게 빨리 (아무렇지도 않게) 들러주시다니, 흣. 잠 못 이루는 밤, 외국 도시, 게다가 곧 만날 알코올! 부럽습니다!! 크리스티 따위ㅜㅜ. 남은 여정도 무사히 겪으시고 (비행기에선 포도주!) 또 아무렇지도 않게 와 주세요. 네, 이 책 정말 재밌었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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