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남긴 먼지 NoSmoking

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입니다 - 8점
슈테판 클라인 지음, 전대호 옮김/청어람미디어

 

양쪽을 반드시 대립시켜야 하는 건 아니에요. 내 말은 분자의 아름다움이 예술작품의 아름다움보다 더 크거나 중요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보통 기대하지 않는 곳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요점이에요. 예컨대 과학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는 거죠. 그리고 분자에 대한 깊은 이해도 미적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우리가 명확히 알면, 자연과학은 새로운 차원을 얻습니다. 자연과학이 더 인간적으로 보이게 되요. (29, 로알드 호프만)


과학자들에게서 들을 수 있는 문학적이고 진보적이고 아름다운 목소리들이다. 로알드 호프만은 물론 화학자이자 시인이기도 해서 더 그럴지도 모르지만, 다른 이들 모두 과학자라는 몸 안에 이미 ‘통섭’을 갖고 있는 멋진 사람들이다. 저자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의 가상인터뷰를 한 챕터로 넣어 놓은 것만 보아도, 예술과 과학의 통섭을 이룬 그의 후예들을 소개한다고 보아도 과장은 아닐 것 같다.


5시간 두 번씩 만나 나눈 대화를 간략하게 추려놓은 모음집인데, 일부러 이렇게 편집을 했는지 모르지만 간혹 보이는 저자의 짧고 저돌적인 질문이 나는 참 유쾌하고 좋았다. 특히 각 인터뷰의 첫 물음들은 책장을 넘기며 다시 보아도 웃음을 짓게 한다. 몇 가지를 옮겨 보면.


ㆍ화학자 겸 시인 로알드 호프만:
“호프만 교수님, 혹시 교수님이 가장 좋아하는 분자가 있습니까?” (25)

ㆍ유럽 최후의 궁정 천문학자이자 영국 왕립학회 회장 마틴 리스:
“리스 교수님, 왕립천문학자는 무슨 일을 하나요”? (49)

ㆍ신경생물학자 한나 모니어:
“모니어 교수님, 만약에 당신이 모든 기억을 잃어버리고 단 하나만 간직해야 한다면, 어떤 기억을 선택하겠어요?” (75)

ㆍ화가, 조각가, 발명가, 건축가, 공학자, 해부학자, 식물학자,,,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안녕하세요, 레오나르도 선생님.” “이게 뭔가요?” (95)

ㆍ(신경)경제학자 에른스트 페르:
“페르 교수님, 부정의(不正義) 앞에서 분노한 적이 꽤 있을 텐데, 최근에는 언제 그런 분노를 느꼈나요?” (137)


그렇다고 저자가 과학과 영 거리가 먼 사람이냐 하면 그렇지가 않다. 저자 본인이 철학과 물리학 전공에 생물물리학 박사. 그러니 가끔 전문적인 과학용어와 내용이 조금 나오기도 하는데 심하게 어렵지는 않다. 아마도 일반 독자들을 배려하여 많은 공을 들인 듯.


‘아름다움에 대하여’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로알드 호프만 편이 나는 가장 좋았는데,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에 헤모글로빈을 제일 아름답게 느낀다는 설명과, 과학자로서의 책임감에 대한 물음에 ‘세상에 무언가를 내놓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작품에 대해 책임을 집니다. 심지어 시도 사람을 해칠 수 있어요.’라고 답하는 것 하며, 특히 이 부분.


슈테판 클라인: 교수님은 화학자로서 탁월하게 성공했는데, 다른 동료들과 어떤 점이 달라서 이렇게 되었을까요?

로알드 호프만: 글쎄요, 어쩌면 내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줄 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내 실험실 동료가 지금 어떤 어려움에 처해 있는지 느끼는 감각이 항상 좋았어요. 동료가 아무 말 안 해도 알아챘죠. 그리고 바로 그 문제를 내가 해결해줬고요. 이 특별한 공감의 재능은 어쩌면 내가 전쟁을 겪은 덕분에 얻은 것인지도 몰라요. (45)


과학자에게서 들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울컥한 장면이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은 과연 지성과 따로 떨어진 문제가 아닌 것이다. 또한 그런 자질은 문학에서만 필요한 것도 아니고 말이다. 호프만의 따뜻한 목소리에 내 헤모글로빈들이 더 빨갛게 통통통 이동하는 듯 했다.


저 위의 마틴 리스에게 던져진 질문에 답을 하자면, 왕립천문학자는 명예직이다. 마틴 리스는 영국 왕립학회의 회장도 맡고 있으며 정치에도 관여하는데 과학자가 다른 시민보다 더 지혜롭게 판단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저자의 질문에 리스의 답은 이렇다.


과학자는 색다른 관점을 제공합니다. 예컨대 저는 천체물리학자로서 아주 긴 세월을 돌아보거나 내다보는 일에 익숙하거든요. 많은 사람들에게는 서기 2050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이 먼 미래에요. 반면에 저는 우리가 40억 년에 걸친 진화의 산물이라는 점을 늘 의식합니다. 또 지구의 미래가 최소한 40억 년만큼 남아 있다는 점도요. 우리 다음에 또 얼마나 많은 세대가 지구에 거주할 수 있는지를 염두에 둔다면, 현재의 많은 문제들을 대할 때의 마음가짐이 달라질 겁니다. 현재의 결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테니, 굉장히 신중해질 거예요. (71)


책의 제목도 바로 마틴 리스와의 대화에서 따온 것으로, 저자도 한때 천체물리학자가 될까 고민했으나, 연구해볼 경이로운 대상은 코앞에도 많은데 비해 별은 너무 멀리 있는 것 같아 포기했다는 말에 대한 응답이 그것.


그 시절에 당신은 달리 생각했을지 몰라도, 별은 우리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어요. 지구에서 성립하는 자연법칙은 별에서도 똑같이 성립해요. 물론 별에서는 주변조건이 극단적이라는 점이 다르긴 해죠. 그렇지만 우주는 우리의 생활공간이잖아요. 또 지구에 살았던 모든 인간이 본 별과 지금 우리가 보는 별은 똑같은 모습이에요. 게다가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자면, 바로 우리 자신이 다름 아니라 별이 남긴 먼지예요. (51)


이 외에도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이름 제레드 다이아몬드와 스티븐 와인버그를 비롯하여 총 13명의 현명한 이들이 따뜻하게, 겸손하게 때로는 슬픈 기억에 울컥하며 우리에게 말을 거는 좋은 책이다. 무엇보다 같은 과학자의 입장에서 전문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가끔은 장난스럽기도 한 인터뷰어의 솜씨가 풍성한 내용을 만들어낸다. ‘감사의 말’에서는 뜻밖의 반가운 이름도 만나고. 325쪽.


아직까지 완독하지 못하고 있는 『1913 세기의 여름』의 플로리안 일리스! 아닌가. 아무도 뭐라고 안 하는데 혼자 뜨끔-하며 책을 덮는다.




핑백

  • 술집에서 문득 본 진실 : 인공지능, 인간을 유혹하다 2016-09-06 13:07:30 #

    ... 대하는 방법에 대한 윤리를 의미”한다고 적었다. 다시, 인간을 생각해야 한다. (145) 관련 책 술집 리뷰들:<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입니다>에서 본 적 있는 천문학자 마틴 리스한재권, <로봇 정신>카렐 차페크, <로봇>아이작 아시모프, <아이, 로봇>더글러스 ... more

  • 술집에서 문득 본 진실 : 별의 계승자 2016-11-11 21:45:06 #

    ... 춰보는 구조. 넘나 좋은 것. ‘<a href="http://doncjesuis.egloos.com/9486206" target="_blank">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입니</a><a href="http://doncjesuis.egloos.com/9486206" target="_blank">다</a>’와 같은 감상을 남기는 ... more

덧글

  • 달을향한사다리 2014/10/16 17:16 # 답글

    리뷰도 아름답고, 책도 아름다울듯 하네요^^ 요즘 소설만 열심히 읽고 있는데, 이 책도 위시리스트에... 근데 위시리스트는 늘어나기만 하고, 줄어들지를 않네요ㅠ
  • 취한배 2014/10/16 21:39 #

    윽 고맙습니다. 근데 '과학과 아름다움'의 제 맛을 보려면 이 책보다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실험 열 가지>를 추천하고 싶어요. 저도 그 책 정도의 감동을 기대하고 봤는데, 거기까진 못 미치더라고요. 물론 비교+선택은 사다리 님 몫.^^ 늘어나는 위시리스트- 말도 마세요;; 완전 이해하지요.ㅠㅠ
댓글 입력 영역


moon

CURRENT MOON

뉴스타파

알라딘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