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술이깰때까지자시오

 

오후 전철에선 발이 시렸다. 생각해보니 쓰레빠와 워커 사이에 사실, 적절한 발싸개가 내겐 없다. 갈색 나이키 운동화 밑창이 닳아 비가 새는 이후로. 기후 변화에 어느새 맞춤한 경제적 처신. 신발에 대한 가난한 명상을 하던 중에 옆에 서 있던 남자의 착화 상태를 보고 말았는데- 양말 신은 발에 쓰레빠. 근데 뭐지? 장갑을 신은 저 발은? 아, 발가락 양말이군하... 발이 시린 나는 잠깐 부러웠더랬다. 아주 잠깐. 당산역과 합정역 사이 한강을 건너면서는 ‘당신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심리에 대해 생각했다. 무슨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더 이상 답하지 않겠다, 에 알레르기 일 지경, 비겁함 외엔 다른 설명을 찾지 못했다. 도대체 아직 나는. 귀가하여 워커를 꺼내 놓는다. 든든한데, 당신의 비겁함이 못내 부끄럽다. 배신감 이전에 창피함이다. 당신이 ‘그 사람’이 되기까지의 모든 글이 싸구려가 되는 과정, 존재에서 비존재로 가는 길이 하도 초라해서.




덧글

  • 포겟 2014/09/25 11:11 # 삭제 답글

    저라면 부럽지 않을 것 같아요. 발가락 양말+ 통풍이 잘되는 쓰레빠의 조합이라면 분명 무좀에 시달리고 있을듯...?

    저 역시 당산역과 합정역 사이의 한강을 건너러 나가야 하는데 왜 씻지도 않고 있는걸까요 ㅠㅠ
    술없는 점심 약속은 정말 메리트 없음 ㅋㅋㅋ
  • 취한배 2014/09/26 00:32 #

    아, 무좀;; 잠시 동안이지만 어찌나 따뜻해 보이던지요-_-
    씻지 않고 나갈 수 없는 약속인 모양이에요?ㅎㅎ 술 없는! 점심이라니효, 흥. 저는 무조건 알코올을 시키고 봅니다. 술을 먼저 결정한 다음 어울리는 먹이를 고를 지경으로.ㅋㅋ 부디 좋은 만남이었기를요-
  • 달을향한사다리 2014/09/25 17:28 # 답글

    남자들도 오픈토 같은 신발 있으면 좋을 텐데요. 발가락 부분은 뚫려 있지만 다른 부분들은 감싸져 있어서 요즘 같은 때 딱이에요ㅋㅋㅋㅋ
  • 취한배 2014/09/26 00:34 #

    '무좀남'에게 권해주고 싶군요. 정말 아름답지 않은 착화였는데 발 시림에 잠시 혹했던 게 부끄럽습니다; 오픈토, 신발을 산다면 꼭 생각해보겠어요.ㅎㅎ
  • 2014/09/26 17:0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9/27 00:0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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