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어둡고 무섭고 무거운 소네 케이스케 Smoking

열대야 - 8점
소네 케이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북홀릭(bookholic)


아주 있음직한 범죄스릴러 「열대야」부터 암울한 미래소설 같은 「결국에……」와 「마지막 변명」까지, 『코』에서 보았던 어둠과 공포와 무게감이 여전하다. 소네 케이스케의 어두운 상상력은 은근히 현실 비판적이기에 더욱 무섭다. 「열대야」에서는 현대인의 이기심과 욕심, 비뚤어진 집착을, 「결국에……」에서는 고령화와 언론조장, 공포정치를, 가장 황당하게 보이는「마지막 변명」에서는 극단적인 상황설정으로 우리 ‘식육’을 조롱하고 꼬집는다.

예전 내 리뷰를 찾아보니 이렇게 돼 있다.

무섭다, 무섭다. 『코』의 무서움은 은유가 은유로 읽히지 않고 허구가 허구로 읽히지 않는 데서 온다. 강렬한 작품집이다. 소네 케이스케를 알게 되어 기쁘다.

우정 또는 사랑이 변질되거나 소멸하여도 든든하게 버텨주고 배신하지 않는 작가, 작품들이 있어 살 만하고 좋다, 조금 허전해도. 같이 왔던 장소에 혼자 방문하는 것처럼. 소네 케이스케의 장편은 아직 접해보질 않았는데 이러한 밀도 높은 공포감이 장편에서는 어떨지 궁금해진다. 『열대야』에서, 이 작가에게서 좀처럼 보기 힘든, 코믹하면서 따뜻한 장면으로 내 밑줄은 여기.


운동회가 끝나고 남을 괴롭히길 좋아하는 녀석 중 하나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네가 없었으면 우승이었어.”
결과만 보면 그의 말은 옳았다. 나는 고개를 깊이 숙여 사과하고 한두 방 얻어맞을 각오를 했다. 하지만 고개를 들었을 때 그 녀석은 이미 거기 없었다.
아이의 날아차기를 맞고 몇 미터 앞에 뒤집어져 있었다. (228, 「마지막 변명」)



 


덧글

  • 은취(은근취함) 2014/09/16 00:35 # 삭제 답글

    배신하지 않는 작가와 작품.. 을 떠올려보면 저 자신을 무서워하게 되네요.
    살아있으면 자꾸 이상하게 변질이 되어가니깐 자꾸 이미 죽은 작가를 더 편애하게 되는 이 이상함. 아시나요?? 특히나 영화 감독에는 너무나도 큰 배신감을 세월이 지날 수록 느끼기 때문에.. 이미 죽어서 더 이상 배신할 수 없게 된, 이미 좋은 작품을 많이 써둔, 생전에 좀 구린 작품을 썼더라도 이미 죽어서 욕할 수 없어진, 그런 작가를 좋아한다고 말 하려니, 어쩐지 잔인하네요.
    내 취향에 맞지 않기 위해선 이미 죽어라.

    약한 술을 너무 섞어마시니 취하진 않고 쨍. 하네요. 부작용 ㅠㅠ
    역시 소주가 짱 ㅠㅠ
  • 취한배 2014/09/16 01:35 #

    어차피 짝사랑일 거, 그 대상으로야 죽은 사람만큼 든든하고 변함없는! 작가는 없겠지요. 저도 옛날 사람들을 좋아하지만 살아 있으면서 같이 변해가는 모습이 더 좋아지는 작가와 작품도 있지 않겠어요? 지금 제 글을 다시 읽어보니, 취기가 좀 있었나... 싶기도 하네요. 나중에 맑은 정신으로 다시 보아야겠어요. 그런데- 은취 님도 완전 쨍. 해 보이지는 않는데요?ㅋㅋ 지금 제 앞에는 소주가 있는데, 아, 저는 포도주가 엄청 당겨요. 요즘 좀 가난해서...ㅠㅠ (에고- 없어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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