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죄와 씻김굿 같은 글쓰기 Smoking

자살의 전설 - 10점
데이비드 밴 지음, 조영학 옮김/arte(아르테)


중편 「수콴 섬」을 가운데에 두고 앞뒤로 단편들이 놓인 구성이다. 다른 단편집들도 그렇겠지만 이 책은 특히 각 작품의 순서가 특별히 고려된 듯 보인다. 보통은 장편을 더 좋아하지만 이 책의 형식이(형식까지도!) 나는 무척 좋다. 잔잔한 가운데 폭발하는 상황이, 열세 살의 나이에 자살로 잃은 아버지를 살리고 다시 살려 자신이 사랑했음을 전하고 놓아주는, 그리하여 마침내 어머니의 오두막 옆 작은 화강암 비석으로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전 과정이 말이다. 집필 기간 10년은 아버지의 (결국 그렇게 되고 만)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지 못했던 죄책감에 대한 속죄와 씻김굿의 세월에 다름 아니었을 것이다. 꾸밈없고, 사색보다는 배고픈 몸을 움직이고 먹고 자는 육체적 행위가, 작위하고는 거리가 멀다. 자신의 슬픔을 강요하지 않으며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데도 마음이 마구- 아파온다. 책날개에 실린 그의 사진을 보고 또 보는데, 다크서클이 인상적인 그 얼굴은 마치, 아직도 울고 있는 것만 같다.

당연히, 헌사가 이렇다.


아버지 제임스 에드윈 밴(1940-1980)에게 바칩니다.



세 살의 데이비드 밴과 그의 아버지 (출처 goo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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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다락방 2014/09/14 23:10 # 삭제 답글

    악! 저 이 책 있어요. 아직 읽지 않은채 쌓여있는 것들 중 한 권이라 저어기, 있는데, 이 책이 취한배님께 별 다섯을 받았단 말입니까!!
  • 취한배 2014/09/14 23:32 #

    앗- 무척 반가운! 가운데, 혹시 그래서, 너무 기대하고 읽으시면 어떡하지요...? 예, 저는 심히 아프게, 좋게 읽었어요. 게다가 이 사람 <하우스키핑>을 좋아한다는데, 다락방 님은 별로로 여겼던 작품 아니었어요? 걱정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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