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보게 하는 섬뜩한 당신 Smoking

나가사키 - 10점
에릭 파이 지음, 백선희 옮김/21세기북스(북이십일)


그뿐 아니었다. 이 여자의 존재가 열어젖힌 일종의 ‘환기창’을 통해 나는 조금 더 명료하게 내 의식을 들여다보았다. 비록 그녀가 나를 알지 못하고 내가 그녀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을지라도 그녀와 내가 함께 보낸 이해가 나를 바꿔놓을 것이고, 이미 나는 예전과 똑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무엇이 달라질지에 대해서는 뭐라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나는 달라지지 않고는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다. (060)


‘강간’(017)당하듯 침범된 내 집. 내 부재 공간을 전유한 유령 같은 당신. 나를, 나의 고독을 고스란히 비추어 돌려주는 거울. 외롭고 초라한 나를 보게 한, 알지 못할 당신은 나의 섬뜩한 거울, 나의 지옥. 무섭고 허전하고 황폐하고 쓸쓸하다. 군더더기 없이 있을 것만 있는 120여 쪽.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절제. 이야기가 끝나고, 파스칼 키냐르의 제사(題詞)를 다시 보게 되는 이가 나만은 아닐 것이다.


뿌리가 같은 대나무는
제아무리 세상 멀리 떨어진 곳에 심어도
똑같은 날에 꽃을 피우고
똑같은 날에 죽는다고 한다.
-파스칼 키냐르



오늘 배송 받은 상자 안에는 이런 것도 들어 있었는데-


프로모션 문장에 반해서였다.
“읽지 마세요. 냄비에 양보하세요.”
내 카드 결제의 대부분을 빨아먹고, 사랑스러운 건, 애인과 마찬가지구나. 알라딘.
‘나가사키우동’이라도 끓여 먹어야할까, 희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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