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리나 강의 다리 Smoking

 
드리나 강의 다리 - 10점
이보 안드리치 지음, 김지향 옮김/문학과지성사



보스니아의 400년을 읽었다. <발칸의 역사> 같은 역사책과 나란한 흐름일 것이나 어쩌면 그런 책 문단들의 빈 곳을 빼곡하게 채워주는 민중사, ‘본의 아니게 인류의 구성원이 된 이름 없는 사람의 역사.’ 며칠 전 읽은 밀로시 우르반의 <일곱 성당 이야기> 에도 이런 글이 있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역사라는 것은 나에게 있어 정치적 결정과 그 결과를 나열하고 지배 왕조와 그들이 다른 가족을 상대로 일으킨 전쟁의 통계를 열거한 목록에 불과했다. 나는 그와 다른 살아 있는 역사, 내 일상생활만큼이나 확실히 돌아다닐 수 있는 특정한 시간과 공간을 원했다. 그 많은 왕과 전투들이 대체 내 삶에 무슨 영향을 끼친단 말인가? 그 사람들이 나와 무슨 상관인가? 그런 생각에 이끌려 나는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역사 연구 분야를 찾고 있었다. 나는 나 자신의 역사를 찾고 있었다. 본의 아니게 인류의 구성원이 된 이름 없는 사람의 역사 말이다. (<일곱 성당 이야기>, 85)


<드리나 강의 다리>에는 그들의 이름이 없지 않다. 이름이 어찌나 많은지, 잘 기억하고 있을수록 이야기가 더 살게 된다. 세대를 이어가며 연결되는 가문과 사람들. 민족과 종교를 따지지 않고 이웃으로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홍수 같은 위기 시에 대책을 함께 강구하며 서로 돕고 평화롭게 공존하던 시절. 강대국의 간섭으로 의지와 상관없이 적이 되고 피난민이 되는 어이없는 사태까지, 잔잔한 일화들의 연속으로 그 긴 역사를 보여준다. 예컨대 터키가 패하고 보스니아의 점령국이 바뀌는 사건은 이렇게 묘사된다.


오스트리아-헝가리와 터키 사이의 국경지대인 우바츠에는 작은 강 우바츠가 흐르고 있었고 그곳에는 오스트리아 헌병대와 터키 방어사를 나누는 나무다리가 있었는데 터키 장교가 호위병 몇 명을 거느리고 오스트리아 쪽으로 건너가고 있었다. 연극 같은 몸짓을 해가며 다리 난간에다 군도를 부딪쳐서 부러뜨리고 오스트리아 헌병대에게 항복을 했다. 그 순간 회색 군복을 입은 세르비아 보병들이 산에서 내려왔다. 보스니아와 산좌크 사이의 전체 국경을 따라 주둔하고 있던 구식 군대 아스케르(터키의 군대)가 이들로 바뀐 것이었다. 오스트리아와 터키, 세르비아 사이의 삼각관계가 끝났다. 어제까지는 카사바에서 15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터키 국경이 있었지만 갑자기 1000킬로미터 이상이나, 심지어 저 멀리 예드렌까지로 물러난 것이었다. (341)


그리고 그러한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묵묵히 있는 것은? 드리나 강의 다리다. 온갖 만남과 일상과 마을에 떠도는 이야기들이 교환되고 어두운 시절에는 감시와 처벌의 장소로도 사용되었던 ‘카피야,’ 즉 다리 중간 쯤 발코니처럼 자리한 만남의 장소 또는 동네 사랑방, 광장의 역할을 했던 거기를 포함한, 열한 개의 아름다운 아치를 가진 돌다리.


사두고 아직 읽지 못한 앨런 와이즈먼의 <인간 없는 세상>의 한 장면과도 통하지 않을까 싶었다. 하루살이 같은 사람의 생과 대비되는 돌의 견고함.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김아타의 사진을 생각했는데, 긴 노출 시간으로 촬영된 대도시의 사진들 말이다. 수많은 행인들, 덧없는 운명들, 필멸의 존재들은 사라지거나 희미한 자취로만 남고 튼튼한 건물과 땅만 선명하게 남은 작품들. 이보 안드리치의 <드리나 강의 다리>는 노출 시간 400년의 결과 얻어진 한 장의 숭고한 사진으로 내게 각인되었다.


이렇듯 다리 곁에서 인간의 세대는 반복되었지만 다리는 그 위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성품이나 필요성들을 남겨놓은 온갖 흔적들을 마치 먼지처럼 털어버렸고 모든 것이 지난 후에도 변하지 않고 그리고 변할 수도 없이 그냥 그렇게 남아 있었다. (135)





같은 유고슬라비아 출신 에미르 쿠스투리차가 영화화하려고 시도했다는 소식까지 알고 있었는데, ‘안드리치그라드(카멘그라드)’는 완공된 모양이다. <드리나 강의 다리>가 촬영될 공간이자 후에는 안드리치 기념장소가 될 '마을'로, 카멘그라드는 'stonetown'이라는 뜻. 비셰그라드의 바로 저 다리 근처에 있다고 한다. 안드리치그라드의 이보 안드리치 동상과 오프닝 데이(2014. 6. 28) 사진. 3년 전이었던 시공일도 같은데, 그냥 골라진 날짜는 아니다. 세르비아 청년 프린시프가 오스트리아 페르디난트 황태자 부부를 암살한 날, 그리고 올해로 100년.


출처: 위키피디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타인의 사랑의 크기나 질투나 그 안에 숨겨진 위험을 느낄 능력도 없는 것이다. (375)









moon

CURRENT MOON

뉴스타파

알라딘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