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보일드 로맨스 Smoking

런던 대로 - 8점
켄 브루언 지음, 박현주 옮김/시공사



선셋대로, 은퇴한 여배우와 충직한 집사. 매력적인 소재다. 무덤덤한 독백과 대비되어 잔인한 장면은 더 충격적으로 다가오고 서서히 밝혀지는 집착과 광기까지 더해지면서 밀도 높은 결말을 이룬다. 하드보일드의 외형 속에 따뜻한 구석이 있다. 이런 빵처럼.


식당은 따뜻하고 편안했으며, 직원들과 아는 사이였다. 시작이 좋았다. 우리는 조개를 넣은 링귀니 파스타를 주문했고, 그 다음엔 볼로네즈 스파게티를 먹었다. 빵은 이상화된 어린 시절처럼 바삭바삭하고 갓 구운 것이었다. (177)


단어를 끊어가며 줄을 바꿔 쓰는 방식이 자칫 겉멋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텐데 켄 브루언은 멋지고 해내고 있다. 구구절절 풀어 긴 문장으로 나열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예컨대 이렇게.


코카인을 흡입하자 기분이 들뜨면서 오락가락했다. 책꽂이로 가서 제임스 살리스를 꺼냈다.
시.
상실.
중독.
완벽하다. (46)


몇몇 대목에서는 시니컬한 웃음까지 선사한다. 이런 데 밑줄 치는 내가 이상한가. 아니,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물건이 (은제든 철제든) 담배케이스라 생각하는 사람이 나. (껍데기 말고 알맹이를 주시라.) 고백하자면, 선물 받은 경험이 있는데 딱 이 심정이었다.


아, 참. 릴리언이 선물을 하나 줬다. 은제 담뱃갑.
퀸스웨이에 있는 술주정뱅이에게 줘버렸다. 그는 그걸 보더니 소리를 질렀다.
“이 거지같은 건 뭐야?”
내 말이. (183)


따뜻하다고 느낀 지점은, 도벽에다 약간의 조울증이 있는 듯한 여동생에 대한 주인공의 마음과, 새로 사귀게 되는 애인을 향한 감정이다. 애인인 애슬링에게 결국 한 번도 ‘사랑해’라고 소리 내어 말하지 못한 게 후회되지는 않았을까. 사랑한다고 직접 말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슬프다고도, 후회한다고도 말하지 않고 술이나 약에 취할지언정 웃지도 울지도 않는다. 그건 독자의 몫이니까. 모든 감정은 행간에 있다. 그게 좀 멋있었다.

 

“나를 위해서 뭐 하나 해줄래요?”
“힘을 다해 보지.”
“피터 가브리엘 노래 중에 <내 마음이 아파요>라는 곡이 있어요.”
“그런데?”
“그 노래를 나와 같이 들어줄 수 있어요?” (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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