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할 수 없는 존 Smoking

이상한 존 (반양장) - 6점
올라프 스태플든 지음, 김창규 옮김/오멜라스(웅진)


 

줄거리나 주제에 상관없는 밑줄 먼저. 그냥 조금 아름다워서.


“나는 물새와 주디를 같은 이유로 좋아해요. 주디는 간단한 행동밖에 못하지만 자기만의 방식이 있어요. 가마우지가 가마우지 식으로 존재하듯 주디는 전체적으로, 완전하게 주디예요. 어릴 때처럼 커서도 어른들의 일을 그런 식으로 할 수 있다면 정말 멋질 거예요. 하지만 그러지 못하겠죠. 더 복잡한 일을 할 때가 오면 주디는 자기만의 방식을 망가뜨릴 거예요. 당신들처럼요. 유감스러운 일이죠. 그래도 걔는 주디예요.” (66-67)

 

그 아이는 30초 정도 아무 말 없이 꼼짝 않고 서 있다가 우리를 내려다보고는 웃으면서 말했어요. ‘잊지 마요. 우린 함께 별을 본 사이예요.’ (141)

 

“나는 녀석을 존경하는 마음을 품었어요. 그리고 안쓰러웠죠. 한창일 때 죽어야 했으니까요. 하지만 나도 그렇게 될 거라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나도 전성기를 맞지 못하리라는 걸 갑자기 깨달은 거죠. 나는 녀석과 나 자신 때문에 큰 소리로 웃었어요. 삶이란 원래 거칠고, 찰나에 지나지 않으며, 죽음을 내포하니까요.” (149)


 

(이하 아마 스포. 주의)


존의 23년 인생을 다 읽은 지금에도 설득이 잘 안 된다. 호모 사피엔스의 통념이나 윤리를 넘어서는 방법으로 기껏 이룬 공동체를 스스로 파괴하고 사라지는 이유. 그렇게 자신만만해 하던 호모 수페리어의 한계를 이렇게 허무하게 드러내다니. 장황하긴 한데 감동이 없다. 그저 숙제를 다 한 느낌.


옮긴이가 슬쩍 짚고 넘어가듯, 윤리적 측면에서 라스콜리니코프를 떠올린 건 사실이다. 우월한 집단의 행복을 위해 열등하고 불필요해 보이는 존재를 필요에 의해 살해해도 되는가 하는 질문. 올라프 스태플든은 거기에 대해 집중하진 않지만 툭 건드리고 있으며, 또한 이상향적인 공동체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 개인주의적인 공산주의 사회.


외딴 섬에 모인 소년소녀들이라니 『파리대왕』같은 상황이 되지 않을까 하였지만 전혀. 이들은 호모 수페리어니까. 초지성을 가졌지만 정서적으로 아직 성숙하지 못한 존재들의 모습은 어쩌면 『파리대왕』보다 더 무섭다. 케케묵은 표현으로 얘기하듯 아이들이 순진무구하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그들은 단지 무식하고 자기중심적일 뿐. (자기중심적인 ‘어른’들은 나를 좌절하게 하는 주 존재들이다) 그러나 여기의 미성숙한 존재들은 월등한 지성의 ‘아이’들이고 그런 공동체의 모습은 끔찍했다, 내게는.


“(…)그건 한 가지를 얘기하는 게 아니에요. 기적이나 선행 같은 게 아니라고요. 해야 할 모든 일들을 같이 하는 거죠. 모든 능력을 쏟아 부을 뿐 아니라 정신적인 풍미와 식별력, 그리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완전한 인식이 수반되어야 해요. 그거예요.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죠. 그건 삶에 대한 찬미이자 진짜 환경과 어우러지는 모든 것에 대한 찬미예요.” (158)


 

그들이 지향하는 정신적 삶이란 이런 것이라는데, 글쎄 잘 모르겠다. 무식하고 자기중심적인 우리 호모 사피엔스 쪼무래기들을 새로이 사랑스럽게 여길 수 있게 되는 것도 이 작품의 효과라고 할 수 있을는지. 확실한 건 비오는 오후 오멜라스의 (지금은 다시 품절 상태) 레어 아이템, 아주 예쁜 책장을 천천히, 호모 사피엔스의 속도로 넘기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는 것. 내용과 상관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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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 할까. 뇌가 ‘굳기’ 전 14세 인간들이 상상력을 그대로 발휘할 수 있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10대 사람들이 건설하는 이상향이라니 올라프 스태플든의 <이상한 존>이 떠올랐는데 무라카미 류의 유토피아가 훨씬 피부에 와 닿는다. 그리고 무척 고취된다. 배경이 우리와 퍽 닮아 있기 때문이겠다. 한국판 ‘엑소더스’가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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