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자평과 밑줄: 홀, 전국축제자랑, 택시, 여자를 위해, 믿습니다! NoSmoking


홀: 어느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 | 김홍모 | 창비


눈물을 꾹 참고 보려했습니다만, 왜 꾹 참아야하는지요. 용기 내어 펼쳐 보고 웁니다. 부디 안녕을, 일상을 바랍니다. 같이 울어요. 또 같이 웃어요, 꼭.


나는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이때부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정신과 의사는 그때 본 것들이 너무 괴로운 기억이라 보호본능이 작용해서 기억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고 한다.

오히려 기억이 안 나는 게 좋을 거라고. 기억을 하게 되면 못 견딜 거라고.

나중에 해경에서 찍은 영상을 봤는데

나는 혼자 세월호 안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73)



전국축제자랑 | 김혼비ㆍ박태하 | 민음사


이토록 다정하게 까발리는 K스러움이라니. 이토록 유쾌한 르포르타주라니. 제목부터 일러스트까지 완소5별+깔깔.


그런 김혼비의 마음에 유일하게 걸리는 것이 있다면 축제가 올해 내건 슬로건 ‘오감만족, 완주에서 FUNFUN하게!’였다. 맙소사. 김혼비는 ‘뻔’을 ‘Fun’으로 바꾸는 식의 K-관공서식-위트(‘위트’라고 불러 주는 것도 감지덕지다.)를 정체불명의 애벌레를 한 주먹 먹어야 하는 것보다도 견디지 못했다. 아직도 ‘Fun한’이라니 너무 뻔하지 않은가.(2016년 정도에서 끝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에도 ‘희로愛rock 공연’, ‘우리가 그린Green 대회’, ‘맘mom 편한 톡톡talktalk 타임’ 같은 이름의 행사는 조용히 외면해 왔다. 그런 김혼비가 그래도 슬로건이 ‘가을 냄새 FallFall 나는 강추(秋) 축제!’가 아닌 게 어디냐고 애써 두둔해 주며 이곳까지 온 것은 그만큼 와일드푸드에 대한 열정이 컸다는 점으로밖에 설명이 되질 않는다. 완주에 도착할 때쯤, 완주군이 펴내 무려 전국 서점에서 유통 중인 관광 안내서의 제목이 ‘완주 놀Go 보Go 먹Go’인 것을 발견하고 마음이 다시 차갑게 sick기는 했지만(완주군을 떠도는 ‘제목 빌런’, 그는 대체 누구인가.) 에라error 모르겠다, 눈 딱 감Go, 와일드푸드를 향한 우리들의 두드림DoDream! (188-189, 이건 먹고 들어가는 콘셉트 | 전북 완주 완주와일드푸드축제)



아무튼, 택시 | 금정연 | 코난북스


유쾌함이 늘 좋습니다. 책 읽고 영화 보고 담배 피우고 택시 타고 에 또... 글 많이 써 주세요! 인세 들어오면 책 읽고 영화 보고 담배 피우고 택시 타고 에 또...


기사 할아버지는 최고령 택시 기사 기록을 깨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 순간 나는 약간 감동했다. 해맑게 말하는 기사 할아버지에게 어떤 종류의 애정을 느끼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자문했다. 이건 누군가와 함께 롤러코스터를 타거나 외나무다리를 걷거나 공포영화를 보면 심장 박동이 빨라져서 상대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과 같은 종류의 감정이 아닐까? 확실히 내 심장은 빨리 뛰고 있었다. 택시 기사 할아버지의 떨리는 손을 본 이후로 쭉 그랬다…… (67-68, 라이센스 | 고령화 택시)



여자를 위해 대신 생각해줄 필요는 없다 | 이라영 | 문예출판사


멋진 작가들 소개 잘 받았습니다. 작가와 작품에 장소성이 함께 하니 더 좋네요.


나는 백인 남자들의 저서로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사람을 지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 편견이 아니라 경험의 축적으로 얻어낸 결과다. (19, 서문 | 생각하는 사람으로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믿습니까? 믿습니다! | 오후 | 동아시아


‘섹시한’ 주제를 고르는 안목에 언제나 혹하게 됩니다. 다음 작품도 기대합니다. 4 전작 독자가 말합니다, 믿슈미다!


“무지는 지식보다 더 확신을 가지게 한다.” -찰스 다윈

“이 시대의 아픔 중 하나는 자기 확신이 있는 사람은 무지한데, 상상력과 이해력이 있는 사람은 의심하고 주저한다는 것이다.” -버트런드 러셀

이 두 위인의 말에 정확히 들어맞는 것이 더닝 크루거 효과다. (…) 새로운 분야를 접하면 처음에는 누구나 무지하다. 그러다 어떤 계기로든 첫 번째 정보가 들어오면 그 내용을 신뢰하게 되며, 이후 자신이 그 분야를 잘 아는 것처럼 그 주장을 반복하게 된다. (344-345, 심리 : 우리는 왜 미신을 믿는가 | 믿음은 더 큰 믿음을, 무지는 더 큰 무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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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최세희 2021/08/22 20:24 # 삭제 답글

    오, 이게 웬 일입니까?? 제가 읽은 책이 세 권이나 됩니다. ㅋㅋㅋㅋㅋㅋ세월호는 참 마음이 아픈데, 여전히 세월호 유가족분들 중에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던데, 정부 차원의 조사와 진상규명은 끝나지 않았나요? 유가족분들이 정부 차원의 공식 입장을 받아들이지 못하시는건지, 아직 규명되어야 할 실체적 진실이 더 남아있다는건지 잘 판단이 안되네요. 에르고숨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라영 작가님 책 중 "정치적인 식탁"도 재밌게 보았어요.

    믿고보는 오후 작가님 ㅋㅋㅋ
  • 에르고숨 2021/08/23 12:38 #

    우어, 세 권이나 찌찌뽕 반갑네요! 세월호 특검은 끝났죠. 그럼에도 명백히 누구 잘못이라거나 조작이라거나 처벌한다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 가족들이 답답해하시는 것 같습니다. 사참위에서 앞으로 더 어떻게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가족들 입장은 백번 이해가 가요. 다만 그 감정을 이용해 음모론을 펼치는 사람들이 가장 나쁘고 위험하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김어... 에취, 아닙니다.
    '정치적인 식탁' 저는 읽지 않았지만, 로잘린드 마일스 <최후의 만찬은 누가 차렸을까?>가 떠오르네요. 제목들에서 딱 통함 :) 오후 작가 전작할수록 <우리는 마약>보다 덜 웃겨서(!) 실망.. 아니 기대.. 아니 그냥 믿는 걸로.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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