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메다 스트레인 + 콜드 스토리지 Smoking

안드로메다 스트레인 | 마이클 크라이튼 | 정성호 옮김 | 명지사


우주로 쏘아올린 발사체들에 붙어 있(을 수 있)는 현대 지구 (미)생물들이 우주 공간에서 어떤 돌연변이를 일으킬지 상상해본 사람? 마이클 크라이튼이고, 전설의 <안드로메다 스트레인>이다. 지상으로 돌아온 인공위성에서 비롯한 균이 주인공... 아니지 파악 대상이다. 귀환 지점 마을 주민들은 2명 빼고 모두 사망한다. 몇 해 전 이것을 우려해 지하 멸균 시설과 연구소를 제안한 작전 팀이 소환된다. 미국 곳곳에 흩어져 있던 팀 과학자들이 속속 모인다. 시료도 있고 목격자도 있고 연구시설도 있다. 문제는 시간일 터다. 균의 돌연변이 속도가 너무 빠르다. 허무한 결말로 흐르는 이유 되겠다.


1969년 작품이고 내가 가진 책은 1993년 발행번역본이다. 크라이튼이 ‘크리튼’이던 시절이었나 보다. ‘~슴’ ‘댓가’ ‘촛점’ ‘텔레비젼’ 등 표기가 정겹다. 번역은 정겹지 않고 별로다. ‘~인 것이다’ 남발이 우스꽝스럽다. 당시 유행한 문투인가. 또한 외계 물질을 연구하고 봉쇄하는 프로토콜 이름은 ‘번개탄’이라고 돼있다. 구글링해보니 Wildfire라는 멋진 단어다. ‘도깨비불 작전’ 보다야 낫겠지만 ‘번개탄 작전’이라니... 흠. 생물학 분야 설명충은 아직도 유효할 듯하나 과학 기구와 장치들은 좀 낡은 느낌이 나지 싶다. 관련 전문가의 코멘트도 덧붙여, 코로나 시대를 맞아 다시 번역 출간될 법도 하다만 글쎄. 아무튼 전설의 작품을 읽어 뿌듯하다. 따끈한 신간 <콜드 스토리지>가 <안드로메다 스트레인> 오마주가 아닐까 싶어서다.


지금까지 알려진 생물과 전혀 닮은 점이 없는 생물을 어떻게 연구할 것인가? 그것이 살아 있다는 것조차 어떻게 알면 되는 것일까?

이것은 그냥 공리공론이 아니었다. 생물학은 예전에 조지 월드가 말했듯이 그 주제를 명확히 정의할 수 없는 특이한 과학인 것이다. 누구도 생물의 정의는 할 수 없다. 아무도 정말로 생물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지 못하다. 옛날의 정의인 섭식, 배출, 물질대사, 증식 등을 나타내는 개체라는 정의는 무가치한 정의이다. 예외를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233)



콜드 스토리지 | 데이비드 켑 | 이정아 옮김 | 황금가지


90년대 번역문을 보다가 최신 출판물을 읽으니 번역이 매끄러워 빛날 정도다. (다만 한 가지, 내내 ‘세라’였던 아이가 마지막 장면에서 ‘사라’로 등장한다.) 책도 자그마하니 예쁘다. (황금가지 짱) 책 예쁘다고 한 김에, 표지 디자인도 짚자. 마침맞다. 초록색 균류(빌런?), 그리고 배경은 우주 공간 같기도 하다. 안드로메다 스트레인 오마주를 넘어 현재적 변주라고 보아도 될 것 같다. 두 작품을 연이어 읽었더니 둘이 섞여... 아니, 스토리가 포개진다. 우주선 잔해에서 비롯한 괴 균류, 마을 주민들 전멸까지 동일, 그 후 30년 간 지하 봉인, 지구 온도 상승, 균류 깨어나 생장, 노병 재출두(아파 골골, 깔깔), 젊은 세대 역할(하지만 로맨스, 끌끌).


감염과 죽음 장면이 자극적이지만, 가벼운 터치 유머가 희석해주어 묘한 조화를 이룬다. 고리타분한 할배 <안드로메다 스트레인>의 발랄한 손주 느낌이랄까. 현대 영화 특수 효과 촬영에 맞춤한 글쓰기 같다. 영화 전공자이자 유수의 각본을 써온 작가다. 다시 말해 할리우드 영화 표본이라고 해도 좋겠다. 그에 걸맞은 ‘껄떡대는’ 장면 및 로맨스가 나는 노땡큐이나 그것까지 좋아한다면 강추할 만한 페이지터너다.


티케이크는 나사돌리개를 두 번이나 너무 세게 쳐 버렸다. 그 바람에 장도리와 나사돌리개를 모두 패대기친 뒤 양손바닥을 허벅지 사이에 밀어 넣고 바닥에 데굴데굴 구르며 그가 얼마나 폭넓고 독창적인 욕을 구사할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180-181)





덧글

  • 2021/03/25 08:51 # 삭제 답글

    엄청 신기한 소재군요! ㅎㅎ 작가들이 웬만해선 놓지 못하는 로맨스...
  • 에르고숨 2021/03/27 12:23 #

    ㅇㅇ 꾸물꾸물징글징글균류는 멋있음요ㅋㅋㅋㅋ 로맨스는 저의 알러지...
  • 포스21 2021/03/25 17:19 # 답글

    안드로메다 스트레인이라.. 90년대 sf열심히 볼 때 읽은 책같은데.. 오래전이라 기억은 거의 안나는 군요.
  • 에르고숨 2021/03/27 12:25 #

    저것과 같은 '크리튼'을 읽으셨겠군요. 저는 운 좋게 구해 이번에 읽었지요. 허무한 결론이 인상적이었습니다.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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