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마에게 바치는 청소지침서 Smoking

살인마에게 바치는 청소지침서 | 쿤룬 | 진실희 옮김 | 한스미디어


살인마에게 청소지침을 바치는 이는 누구인가. 피해자인가. 가해자인가. 그러니까 죽으면서 남기는 지침인가 죽이면서 내리는 지침인가. 후자다. 그렇다면 살인마가 피해자라는 얘기인데…… 그렇다. 응징 살인. 스무 살 남짓 청년 스녠이 청소지침을 내리는 주인공이고 결벽증을 가졌다. 몹시 괴로운 과거도 가졌다. 끔찍한 기억 중 일부는 지워지기도 했다. 스녠이 응징하는 이들은 잭 더 리퍼를 추앙하는 살인마 집단이다. 다크웹에 스너프 필름을 전시하는 이들이다. 응징 살인 이어지고, 기억 되찾고, 정의는 실현…… 될까?


발랄한 표지와 제목 믿고 열었다가 큰 코, 아니 작은 돼지코 다쳤다. 가벼운 터치로 그리는 살인 장면이 가차 없다. 썰고 베고 피 뚝뚝은 예사다. 청소지침 내릴법한데다, 단 몇 줄 만에 싹 청소되는 모습은 으아…… 소설이니까. 가벼운 듯싶으나 무겁다. 유치한가 싶다가도 슬퍼진다. ‘블랙코미디’(찬호께이 추천사)라는 것의 뒷맛이겠다. 황당무계하다고 치부할 수 없는 게, 다크웹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준 사건이 최근에 있기도 해서다. 그런 면에선 ‘소설이니까’라고 못하겠는 거. 누군가에게 기꺼이 추천하기가 꺼려지나 (응? 왜지? 몰라, 찔려) <선생님이 알아서는 안 되는 학교폭력 일기>가 출간된다면 찾아 볼 성싶다. 후속작 떡밥이 아주 확실하게 뿌려졌거든. 한 군데 밑줄 쳤다.


얼빠진 샤오쥔은 넋을 놓고 스녠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놀라운 속도와 효과에 혀를 내두르며 저도 모르게 생각했다. ‘저 녀석, 혹시 미래에서 온 청소 로봇인가……?’ (266)




덧글

  • 최세희 2021/02/09 10:21 # 삭제 답글

    작은 돼지코 ㅋㅋㅋㅋㅋ에르고숨님 귀여워요.(실례가 안된다면)
    왜 사람들은 죽이는 것에서 쾌감을 얻을까요? 네크로필리아일까요?

    에르고숨님 명절 잘 보내세요. ^^
  • 에르고숨 2021/02/09 16:43 #

    제 코가 그렇습니다.ㅜ (실례가 안 됩니다. 칭찬으로 받아들임:)
    누군가를 내가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는 권력뽕, 또 '나 이런 것도 할 수 있는 사람이야' 하는 과시욕을 채우려는 게 아닐까요. 욕망은 완료되는 법이 없기에 자꾸 자꾸 더 더...
    고맙습니다. 최세희 님도 메리설+코로나 조심하세요.
  • 최세희 2021/02/09 20:27 # 삭제

    역시 폭력은 권력과 관련이 있군요. 욕망은 속성상 또 만족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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