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자평과 (긴)밑줄: 곤충, 꽃, 관계, 의학, 신 없음 NoSmoking




짤막짤막한 곤충 지식이 한 가득이다. ‘곤충 행성’(원제)에 사는 호모 사피엔스에게 생태와 생물 다양성의 소중함을 경쾌한 글발로 역설한다.


초파리가 발효 음식, 그중에서도 특히 알코올에 달려드는 무척 짜증나는 습성조차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초파리의 ‘알코올 의존증’에 관한 연구는 매우 진지하고 중요하다. 인간을 연상시키는 초파리의 행동들은 맥주 축제에서의 대화를 확실히 책임질 것이다. 예를 들면, 술을 과하게 마신 수컷 초파리는 집착하는 경향이 있고 교미하지 못해 안달하지만 정작 짝짓기 성공률은 낮다. 또한 데이트 시장에서 밀려난 수컷 초파리는 짝짓기에 성공한 경쟁자보다 술을 많이 마시며 슬픔을 달랜다.

이걸로도 모자라 인간은 초파리를 통해 암이나 파킨슨병 같은 질병은 물론 불면증이나 시차증과 같은 증상에 대한 지식을 늘려간다. 그렇다면 부엌에서 이 작은 파리에게 저주를 퍼부으며 파리채를 휘두를 때조차 최소한의 존경을 표하는 것이 옳다. 초파리 함정을 설치하더라도 그 전에 생물 의학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생물에게 감사를 건네는 게 좋지 않을까? (203)





식물학+법의학자의 회고록으로 꽃가루 수사+자기 이야기가 담겼다. ‘꽃은 알고 있다’니, 제목 섹시하게 잘 옮겼다. 원제 그대로 ‘삶과 죽음의 자연’이었다면 읽지 않았을 듯.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시작된 것은 1970년대 미국의 인류학자 윌리엄 배스가 경찰로부터 사체가 죽은 지 얼마나 되었는지 밝히기 위해 범죄 현장에 와달라는 부탁을 받으면서부터였다. 배스는 결국 그 문제에 대한 답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제각각이며, 자연적인 환경에서 썩고 있는 시체를 실제로 관찰할 수 있어야 훨씬 쉽고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다고 얘기했다. 배스는 지역의 침례교도들을 비롯한 다른 시위자들과 논쟁을 벌인 끝에, 녹스빌의 테네시 대학과 인접한 삼림지대에 부지를 받았고, 여기에 ‘시설’을 세웠다. 이곳은 ‘시체 농장’으로 유명하다. (…) 그리고 작가 퍼트리샤 콘웰이 『시체 농장』이라는 동명의 소설을 출간하고 난 뒤에 이곳은 무척 유명해졌다. (196-197)





사례, 축적, 패턴으로 사회현상을, 전체를 읽는다. 문과 같은 이과랄까, 통계물리학이란 것은.


과학은 세상을 보는 하나의 시선이다. 과학의 시선은 회의와 의심의 시선이다. 내가 아닌 다른 이도 같은 것을 보는지, 끊임없이 성찰한다. 만약 다르게 보면, 시선의 어떤 차이가 다름을 만드는지도 고민하고 토론한다. 더 나은 시선에 합의해 다음에는 더 잘 보기 위함이다. 인류가 함께 찾아낸 과학의 시선은 영원한 현재 진행형이다. 모든 것을 남김없이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세상을 더 잘 보는 새로운 시선이 미래에 얼마든지 등장할 수도 있다. 과학은, 믿을 수 있어서가 아니라, 의심할 수 있어 가치 있는 시선이다. (164)





너무 많은 사람과 장면이 함축적으로 담겼다. 유머를 기대했다면 낭패, 공부 당하는 느낌, 자칫 지루할 뻔.


97쪽. 늘 마음이 짠해지는 제멜바이스.





무게감뿜뿜인 네 기사Four Horsemen의 수다다. 대담(2007년)과 출판(2019년) 사이 히친스의 별세(2011년)가 자리해 숙연해진다. 가벼운 아페리티프 격으로, 진수는 역시 각 저작들에 있을 것.


도킨스: 네, 저는 이렇게 답하고 싶습니다. 점성술이든 종교든 저는 사람들이 회의적으로 사고하고, 증거를 들여다보는 세상에서 살고 싶어요. 점성술이 해롭다는 게 아닙니다. 점성술은 아마 해롭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자기가 어떤 것을 증거 없이 믿는다는 이유로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며 산다면 너무 많은 것을 놓치게 됩니다. 이 세계에서 사는 것, 왜 우리가 이 세계에서 살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 세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고 별과 천문학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대단히 경이로운 경험입니다. 반면 모든 일을 좀스러운 점성술로 환원하는 것은 궁핍한 일이죠.

종교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주는 웅대하고, 아름답고, 경이로운 곳입니다. 반면에 정령, 초자연적 창조자, 초자연적 간섭자를 믿는 것은 좀스럽고 편협하고 시시한 일이죠. 미학적 이유로 믿음을 없애고 싶다는 주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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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tvair 2020/09/01 11:10 # 삭제 답글

    정성스런 포스팅 잘보고 갑니다. ㅎ
  • 에르고숨 2020/09/01 13:06 #

    (게으른 포스팅이라고 안 해주셔서) 고맙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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