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리 Smoking

쇼리 - 8점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박설영 옮김/프시케의숲


그가 한숨을 쉬면서 나를 붙들었다. 그리고 좌석에 등을 대면서 내가 그의 가슴에 기대게 해주었다. “그게 대체 뭐였어?” 그가 잠시 후 물었다. “어떻게 한 거야? 그리고 도대체 왜 그렇게 기분이 끝내주는 거야?” (24)


피를 빨았어. 뱀파야... 2005년 출간된 옥타비아 버틀러(1947~2006) 마지막 작품이다. 효리 아니고 소리 아니고 쇼리. 주인공 이름이다. 쇼리는 새의 명칭으로 ‘동아프리카에 서식하는 볏이 달린 나이팅게일’(201)이라는데, 영어 철자는 어떻게 되는 거냐. (Shori임을 알아냈다) 소설 원제는 Fledgling이다. ‘①미숙한 ②풋내기 ③갓 날아 나온 어린 새’(다음어학사전)라는 뜻을 가졌다. 다름 아니라 쇼리(새 말고 주인공)가 풋내기 뱀파이어여서이겠다. 인간 시간으로 53년을 살았으나 ‘이나’(Ina임을 알아냈다)로 불리는 뱀파이어 세월로는 꼬꼬마인 셈이다. 더욱이 열한두 살 아프리카계 소녀 외양에, 53년 기억을 깡그리 잊은 채 깨어나는 게 첫 장면이다.


자기 종족의 삶과 역사를 배우고, 이나 가운데서도 유독 자신이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된 이유를 알게 되며, 그로 인해 종족 안에 생긴 불화를 재판으로 해결하는 과정까지 신참 뱀파이어로서 친절한 화자가 되어준다. 뱀파이어 소재를 택해도 버틀러는 버틀러다. 타임 슬립(<킨>)을 하여도 불사(不死)의 존재를 상정해도(<야생종>) 여전했던 버틀러 말이다. 피부색, 성별, 문명에 따른 차별을 꼬집는다. 그리고 기억, 역사, 성, 사랑, 공동체, 치유력, 유전자조작도 함께한다. <쇼리>에서는 특히 피부색이 영리한 장치로 쓰인 듯싶다. 새하얀 얼굴로 밤에만 활동하는 뱀파이어 클리셰 있잖은가. 또한 흡혈에서 연상하게 되는 에로티시즘이 매우 공공연하다. 마치 성, 사랑, 가족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같다. 누군가는 ‘폴리아모리’라고 썼던데, 옳다. 질투는 어떡하느냐고? 서로(서로서로서로) 진심으로 배려하고 돌보고 충실하면... 되지 않을까? 이나와 인간이 어우러진 공동체에선 그렇던데.


'낳습니다'보다는 덜 웃기지만. ‘낫다’에서 약한 모습 보인 편집이다. 형용사에서↑ 동사에서↓




덧글

  • 포겟 2020/07/23 22:08 # 삭제 답글

    ㅋㅋㅋㅋ 아니 이 사람 ㅋㅋㅋㅋㅋㅋㅋ 뭐 낫다 동사와 원한이라도 있나요 ㅋ
  • 에르고숨 2020/07/23 22:23 #

    '낳았어요'는 많이 봤어도 '낫어요'는 신박했어요.ㅎㅎ
  • 최세희 2020/07/24 00:25 # 삭제 답글

    역시 에르고숨님의 예리한 눈 ㅎㅎㅎ
    에르고숨님은 비배타적이고 비독점적인 다자연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문득 궁금하네요. ^^
  • 에르고숨 2020/07/24 12:29 #

    예리했어요? 눈이 점점 쇠하고 있어서 힘든 와중. 가차오탈리즘(오. 지금 만든 말인데 좀 재밌는 듯) 계속해보겠어요.ㅎㅎ
    당사자들 간 합의를 한 경우 다자연애 좋게 생각합니다. 음.. 끝.
  • 최세희 2020/07/24 13:32 # 삭제

    가차오탈리즘 ㅎㅎㅎㅎㅎㅎㅎㅎ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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