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자평과 밑줄: 오늘의 SF 에스프리 비주류 한 줄 NoSmoking


오늘의 SF #1 - 8점
정소연 외 지음/arte(아르테)

편집과 만듦새 예쁘고. 각기 다른 맛 단편들 좋고. 사랑스러운 노력들 감동스럽고. 부디 계속해주시길 응원하고.


SF는 지금 이곳here and now 너머를 말하는 장르이지만, 한편으로 SF라는 장르는 지금 여기에 있다. 독자도 창작자도 비평가도 엄연히 지금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현재성이 갖는 가능성을 깊이 고민하여, 《오늘의 SF》라는 제목 그대로 오늘날 한국 SF를 가능한 한 모든 방향에서 충분히 말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자 했고, 앞으로도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7, 인트로, 《오늘의 SF》창간에 부쳐, 정소연)




에스에프 에스프리 - 8점
셰릴 빈트 지음, 전행선 옮김, 정소연 해제/arte(아르테)

문장이 깔끔하지 않고 책 펼침도 힘들어 읽기가 수고스러웠지만 피와 살이 되는 도움말 들이다. 문명사회 비판에 사고실험까지 행한다는 점에서 SF의 순기능을 본다. 내가 왜 SF를 좋아하는지도 더 잘 알겠고.


SF를 신념의 문학으로 생각할 때, 이 장르는 사회 비판의 중요한 장소이자 우리의 사회적 상상력을 넓히고 평등한 세상을 구상하도록 돕는 중요한 도구가 된다. SF 장르는 가부장적 억압과 조직적인 인종차별주의를 가시적으로 만드는 강력한 도구로 입증되었으며, 이전에 비주류로 소외당하던 사람들이 상상한 미래를 분명하게 표현하는 목소리를 포용하면서 좀 더 포괄적인 공동체가 되었다. (232)




비주류 선언 - 8점
텍스트릿 엮음/요다

한국 판타지, SF, 히어로, 무협, 로맨스 등 소위 서브컬처를 개괄한다. 웹소설이라는, 몰랐던 동네 구경도 했다. ‘장르는 주류로 들어가고 싶어서 피해 의식으로 가득한 집단이 아니라 독자적인 미학의 계보를 쌓아가는 대상이라는 의미의 비주류 선언’(262)


협(俠)이란 무엇인가? 이에 대해서는 수다한 말들이 있지만, 나는 다음과 같은 결론이 가장 깔끔하다고 생각한다. 협은 사적 정의다. (…) 무협소설은 그 적통을 이었다고 간주된다. 분명 합당한 말이다. 무협소설의 무림은 관(官)으로 대표되는 정부를 소설에 넣지 않거나, 관이 있다고 보더라도 무림과 관은 불가침이라 설정한다. (97, ‘사이다’로 혁명을 꿈꾸는 사람들, 서원득)




한 줄도 좋다, SF 영화 - 6점
유재영 지음/테오리아


글이 공기 같다고 할지 물 같다고 할지. 분명히 읽었는데, 체에 하나도 걸리지 않고 그대로 통과해 흘러가버린 느낌이다. 곰곰 생각해보니 ‘나’체가 아닌, 무색무미무취한 ‘우리’체 때문인 것 같다.


우리는 잠에서 깨어나 다시 잠들기까지 줄곧 화면을 들여다봅니다. (…)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실 속에서 타인을 보는 일조차 모니터의 인물을 바라보듯이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자기가 틀어놓은 채널을 관람하듯 물끄러미 타인을 보는데요. 그 시선에는 책임과 염치가 결여되기도 합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타인의 시청을 종료시키는 일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마주 보면 그만입니다. 그래도 시선을 유지한다면 이렇게 말하는 건 어떨까요.

“나는 당신을 봅니다.” (079-080, 제임스 캐머런 <아바타>)





덧글

  • 달을향한사다리 2020/06/03 17:36 # 답글

    '우리'체는 좀...난 그렇지 않은데 왜 나를 자신과 같다고 뭉뚱그려 말하는 거지? 싶다가 아, 나는 배제하고 자기네들 얘기를 하는 건가? 싶기도 할 것 같아요. 저는 SF에서 한 발 물러나있다고 해야하나, 한 발 듬그고 있다고 해야하나 하는 상황이지만, 에르고숨 님 따라서 한 번 좋아해 볼까요? ㅎㅎㅎ
  • 에르고숨 2020/06/04 11:58 #

    '우리'체 느낌을 잘 표현해주셨네요. 오만한 우리체, 배제하는 우리체가 있는가 하면 '나'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겸손한(?) 우리체도 있는 듯한데, 이 책의 우리체는 후자에 가까웠어요. 개성이 1도 없어서 공기를 한 컵 마신 기분이랄까요. 책을 워낙 많이 읽으시는 사다리 님은 SF에서 한 발 물러나 다른 발은 살짝 담그고 계신 걸로 제가 알고 있습니다.ㅎㅎ 같이 더 좋아해보아요! 옥타비아 버틀러 <킨>을 읽으셨던가요? 조심스레 추천합니다.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