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피라미드 + 아서 매켄 단편선 1 Smoking

불타는 피라미드
아서 매켄 지음, 이한음 옮김, 이승수 해제,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기획/바다출판사

아서 매켄 단편선 1 
아서 매켄 지음, 이미경 옮김, 정보라 해설/와이드마우스

『공포문학의 매혹』에서 하워드 러브크래프트 선생이 말씀하시길


코스믹 호러를 가장 예술적인 경지로 끌어올린 살아 있는 창작자들 중에서 다재다능한 아서 매켄에 비견할 수 있는 작가는 없을 것이다. 그는 십 수 편의 장단편을 썼고, 감추어진 전율과 끔찍한 공포 요소를 다루면서 사실적 예리함과 비교할 데 없는 실체에 도달한다. (『공포문학의 매혹』 120)


‘살아 있는’은 물론 한 세기쯤 전 일이다. 아서 매켄은 1863년 태어나 1947년까지 살았고 특히 1890년에서 1900년 사이 활발하게 작품을 썼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오스카 와일드, 아서 코난 도일 등과 동시대 작가다. 『아서 매켄 단편선 1』의 주석과 연보에서 본 바, 와일드와는 친분이 꽤 두터웠던 모양이다. 매켄을 연달아 읽고 가만 생각해보니 매켄 속에서 저 작가 세 명이 조금씩 다 느껴지는 듯도 하다. 분위기가 퍽 다르긴 하지만 지킬 박사나 도리언 그레이, 또 셜록 홈즈까지 한 방울씩은 담긴 듯 하달까. 세기말 데카당스 개념으로 정보라 작가가 해설편에서 잘 설명해놓았다.


각각 단편 세 개씩 실렸다. 한 줄 요약을 써버리겠다.

「검은 인장 이야기」 그레그 교수의 초자연현상 탐구와 희생.

「하얀 가루」 헬렌 동생 프랜시스가 약을 잘못 먹고 괴물이 되는 이야기.

「불타는 피라미드」 다이슨이 다른 종족의 문자를 해독하고 의례를 목격함.

「위대한 신, 판」 헬렌의 불가사의한 괴물성(?)으로 여러 남자가 자살함.

「내면의 빛」 블랙이 비밀리에 보관하던 오팔과 수첩을 다이슨이 찾아내 진상을 밝힘.

「붉은 손」 다이슨이 암호를 풀어 살해사건 전말을 알아냄.


(쓸데없tmi. 반복되는 이름들로 저 밖에 필립스, 본도 있는데 소소한 재미다.) 고대 유물 및 초자연현상을 탐구하는 교수, 의사, 애호가가 주로 등장한다. 추리 형식을 한 작품은 다이슨 시리즈로 나와도 좋았겠다. 앞서 언급한 작가들과 데카당스 사조를 공유하면서도 분위기가 퍽 다르다고 한 것은 당연히 매켄만의, 그리고 러브크래프트가 이어받은 호러호러호러다. 어떤 식이냐 하면, 알 수 없는 연유로 꿈틀끈적징글검정악취부글드글스티븐킹저리가라괴물로 변신하거나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 죽음에 이른다. 가장 많이 등장하는 문장이 아마 ‘~을 보는 순간 강렬한 공포심을 느꼈다’로, 등장인물 설레발이 어김없다. ‘앗 깜짝이야’ 혹은 ‘아이 무서워!’ 하기에, 나는 너무 오염됐다. 공포를 느끼는 데에도 감정이입이 필요한 법. 이상하게, 무서움을 느끼려고 무척 애쓰게 되는 한 세기 전 호러다.


그곳을 쳐다본 나는 새하얗게 달구어진 쇠가 심장을 지지는 듯한 강렬한 공포심을 느꼈다. 악취를 내뿜는 검은 덩어리가 바닥에 놓여 있었다. 끔찍하게 썩은 모습으로 부글거리는 그것은 액체도 고체도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 눈앞에서 녹으면서 계속 모습을 바꾸고 있었고, 끓어오르는 역청처럼 기름기 있는 거품을 부글부글 내뿜고 있었다. 그 한가운데에 불타는 두 점이 눈처럼 빛나고 있었다. 팔다리 같은 것이 꿈틀거리며 옴죽거렸고, 전에 팔이었을지도 모를 무언가가 움직이면서 위로 추켜올려지는 모습이 보였다. (『불타는 피라미드』 107, 「하얀 가루」)



영국의 포스트 펑크 밴드인 더 폴The Fall과 네오포크 밴드인 커런트 93Current 93은 매켄의 신비하고 오컬트적인 작품의 특성과 소재를 음악에서 차용했다. 더 폴의 마크 E. 스미스는 인터뷰에서 필립 K. 딕 혹은 에드거 앨런 포와 같은 소설가들과 함께 아서 매켄을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라 밝혔다. 더불어 커런트 93은 매켄의 작품에서 얻은 영감을 소재로 창작한 “내면의 빛”에서 매켄의 작품 제목을 노래의 제목으로 삼기도 했다. (『아서 매켄 단편선 1』 254-255, 해설, 정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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