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브릭 + 게임 NoSmoking


스탠리 큐브릭 - 8점
스탠리 큐브릭 지음, 진 D. 필립스 엮음, 윤철희 옮김/마음산책


영화에 대사가 등장하는 부분은 절반이 안 된다. 영화는 전통적인 드라마 구조를 재편했다. 과정이 플롯보다 중요해졌다. 지루함이 메시지였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우주여행에 대한 영화가 아니었다. 영화 자체가 우주여행이었다. 큐브릭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정말로 중요한 건 영화에 대한 생각이 아니라 영화에 대한 느낌”이라고 주장했다. (147, 조지프 겔미스, 1970)


큐브릭 인터뷰집이고 발췌문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얘기다. 아서 C. 클라크 단편에서부터 긴 버전으로 발전한 이야기. 과연, 소설과 영화는 다른 경험이었다. 클라크는 언어를 다루고 큐브릭은 화면을 다룬다. 화면을 다루기 위해 큐브릭은 또한 많이 읽었다. “바로 이거야.”(17)라고 할 목표물을 찾는 사냥꾼 같았다고 할까. 큐브릭의 거의 모든 영화가 유명한, 또는 큐브릭(버전 시각적인 경험)으로 인해 유명해진 원작이 있는 작품들이다. 여기 써놓겠다. <킬링>(1956, 원작 라이어넬 화이트의 소설 『클린 브레이크』), <영광의 길>(1957, 원작 험프리 코브의 소설), <로리타>(1962, 원작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1964, 원작 피터 조지의 저서 『적색경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 원작 아서 C. 클라크의 단편 「파수병」), <시계태엽 오렌지>(1971, 원작 앤서니 버지스의 소설), 끝내 만들지 못한 <나폴레옹>(숱한 책들), <배리 린든>(1975, 원작 윌리엄 메이크피스 새커리의 소설 『배리 린든의 행운』), <샤이닝>(1980, 원작 스티븐 킹의 소설), <풀 메탈 자켓>(1987, 원작 하스퍼드의 소설 『말년 병사들』), <아이즈 와이드 셧>(1999, 원작 아르투어 슈니츨러의 『꿈 이야기(꿈의 노벨레)』). 헉헉.


1959년부터 1987년까지 인터뷰가 실렸다. 필모그래피로 보자면 (단편 빼고) <공포와 욕망>(1953)부터 <풀 메탈 자켓>까지다. 작품 수도 많지 않은 완벽주의자 감독은 말도 많지 않은데다 은둔자로도 알려졌던 터라 목소리를 듣는 기쁨이 크다. 인터뷰어가 달라도 큐브릭이 각 영화에 대해 반복하는 내용은 문장도 거의 같다. 인터뷰 이후 출판될 내용을 직접 검토까지 했다니 완벽한 성격은 영화에만 한한 게 아니었나 보다. 이런 철저함이 괴팍한 방식이 아니라 친절한 방식으로 느껴진다. 아니, 인터뷰도 영화 홍보 차원이기 마련이니 직업의 연장이랄 수도 있겠다. 직업에 관한 한 철저했고 그 외엔 (옷차림이나 체스 게임, 늘 옆에 있는 가족 등) 소탈한 모습이 아주 정겹다. 돈에 대한 생각은 이렇다 하신다.


(우리 대화는 빠르게 진전되지 않았다.) 감독님 집은 어디에 있나요?

“아무 데도 없어요. 일하는 곳은 어디나 내 집이에요. 뉴욕에 플랫을 갖고 있긴 하죠. (…) 봐요, 나는 돈의 요점은 그걸 쓰는 데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돈의 요점은 내가 정말로 만들고 싶지 않은 영화를 만들지 않아도 되게끔 그걸 보유하는 데 있어요.” (39, 일레인 던디, 1963, 강조는 원문)


큐브릭은 편집에 특별한 열정을 보인 것으로 유명하다. 할리우드에서라면 엄두도 못 낼 독립성이다. 걸작이 탄생한 과정이 그랬다. 할리우드에서와는 달리 감독이 작업 대부분에 개입했다. 영화학교를 나오지 않았고 젊은 시절 혼자서 단편영화를 만든 이력은 ‘영화 공장’의 분업 공정하고는 달랐을 것이다. 꼼꼼하게 모두 살피는 장인, 그러면서도 촬영과정은 퍽 민주적이었다고 한다(는 내용은 『큐브릭 게임』에서 보았다). 1987년까지의 인터뷰이므로 마지막 작품 <아이즈 와이드 셧>(1999)은 볼 수 없다 해도 <샤이닝>(1980)에 관한 내용이 별로 없는 점은 아쉽다. 달 착륙 영상 촬영이나 타살에 관한 쓸데없는 음모론은 물론 등장하지 않는다. 소설의 영역이기 때문이겠다. 당연히 이어 읽었다.



큐브릭 게임 - 6점
데릭 테일러 켄트 지음, 최필원 옮김/책세상

1. 책 만듦새가 예뻐서 놀람. 2. 큐브릭 영화를 두루두루 세세하게 살펴볼 수 있어 만족. 3. 하지만 재미가 없음. 끝


이 아니고. 큐브릭 별세 후 15년 되는 날 큐브릭의 퍼즐게임이 과제로 주어진다. 누구에게? 영화학도들에게. 누가? 큐브릭(?). 퍼즐 하나를 풀면 다음 단계 퍼즐로 연결된다. 힌트는 당연히 큐브릭 영화들 속에 있다. 큐브릭 덕후 (당연히) 등장하고 (당연히) 영화 디테일 설명충이 되고 험난한 어린 시절을 겪어 성격은 (당연히) 더럽고 굳이 왜 넣었는지 모를 러브라인은 유치한데다 등장인물들이 대학생 일반인임에도 칼과 총이 나오더니 살인까지 벌어져 심하게 비현실적이다. 황당무계하고 작위적이야.


획득한 정보를 걸핏하면 숨기고 누구는 이중 삼중 스파이에, 알고 보니 적들은 (당연히) 프리메이슨, 큐브릭은 살해당했거나 아직 살아 있으며 심지어 아폴로 달 착륙 영상을 큐브릭이 찍었다는 음모론까지 막장... 달 착륙이 조작이었다고까지는 말하지 않는다만. 웬만하면 개성미 넘칠 덕후 주인공조차도 매력 빵점이다. 액션이나 연애 같은 거 빼고 차라리 그냥 큐브릭 영화 설명충이 등장하는 담담한 이야기를 썼으면 낫지 않았을지. 이것도 어쩌면 할리우드의 폐해가 아닐까 싶다. 액션 미스터리 연애 강박.


달이 신의 손을 감추었습니다. 그가 당신을 잠의 나라로 데려가 줄 겁니다. 마지막 다리를 건너서 잃어버린 Q의 정체를 찾도록 해요.

이해가 되지 않는 힌트였다. 걱정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큐브릭은 지금껏 한 번도 달을 언급한 적이 없었다. 큐브릭 관련 음모 중 가장 오래된 것은 NASA가 그를 고용해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장면을 연출시켰다는 것이다. 숀도 고등학교 시절 그 내용을 조사해본 적이 있었다.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주장이었지만 그 이론은 수그러들 줄 몰랐다. (309, 강조는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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