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 변주곡 Smoking

수수께끼 변주곡 - 8점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잔(도서출판)


“이디스 워튼은 오랫동안 뉴잉글랜드에 살았지만 마흔여섯에 불륜을 저지르고 일기장에 적었죠. 마침내 삶의 포도주를 마셨다. 영국인 노교수는 그 문장을 사랑했어요.(…)” (244,「별의 사랑」, 강조는 원문)


콜바넴 작가 사랑쟁이 안드레 애치먼 단편집이다. 첫사랑부터 노년의 사랑까지 인생 단계별 사랑 이야기가 담겼다. 화자와 몇몇 주변 인물들이 같아서 연작으로도 읽힌다. 화자 폴이 마시는 ‘삶의 포도주’를 함께 맛본다. 그러니 조심, 마실 때의 오르가슴은 다음날의 숙취를 잠재적으로 품게 마련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단편들로 읽으면 반짝이는 순간순간이 보이고 장편으로 읽으면 이보다 씁쓸할 수도 없다. 절정에서 끝나곤 하는 로맨스영화의 ‘이후’ 혹은 ‘한편’까지 품은 리얼리즘이랄까. 사랑의 대상이었던 이가 주변인 혹은 배경이 되어가는 가차 없는 인생 말이다. 박제된 사랑 혹은 ‘멈추어라, 너 참 아름답구나’ 순간일지언정 다음에 놓이는 에피소드에 의해 배반된다. 영화와 달리 삶은 계속되니까.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변한다. 알잖은가. 다만 기억할 뿐이다, 아프고 시리던 감정.


전부 다 기억했다. 특히 울고 싶어지던 기분, 기다림과 희망을 도저히 견딜 수 없어 그를 보려고 기다리던 것, 단 한 번의 짧은 시선으로 마음이 심란해져 웃지도 못하고 무엇 하나 즐겁지도 않아서 차라리 그의 모든 걸 미워하고 싶어지던 마음. (22-23,「첫사랑」)




덧글

  • 달을향한사다리 2020/02/03 14:33 # 답글

    저도 읽으면서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가 계속 맴돌았죠... 읽을 땐 단편으로 읽었는데, 돌아보면 '장편 기분'이에요ㅎㅎㅎㅎ
  • 에르고숨 2020/02/04 22:25 #

    배경이 된 등장인물들이 합창합니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ㅋㅋ 사랑 좀 지겹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애치먼이었어요. 감정이 어쩜 저리도 자꾸자꾸 샘솟을까...ㅜㅜ
댓글 입력 영역


moon

CURRENT MOON

뉴스타파

알라딘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