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의 문화사 NoSmoking

매너의 문화사 
아리 투루넨.마르쿠스 파르타넨 지음, 이지윤 옮김/지식너머
 

옛날 예법서들을 근거로 유럽 풍속 문화를 들려준다. 몸가짐, 인사법, 식사예절, 생리현상과 분비물, 눈물과 웃음, 공격성, 성생활 등을 거쳐 현재의 인터넷과 나르시시스트적인 SNS 문화를 끝으로 지적한다. 알라딘 책 소개만큼 유쾌하지는 않다. 고전문학을 얼마간 읽어온 독자라면 굳이 따로 장착하지 않아도 될 ‘문화사’ 아닐까 싶다. 재미도 의미도 감흥도 없는 와중에 프랑스어의 한글 표기는 또 엉망이라 실망스럽다만. ‘풍속 문화에 관한 역사는 항상 훌륭한 교훈을 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아는 것에서 위로를 얻을 수는 있다’(252)고. 위로, 음. 얼마나 더럽고 후진 시대였는지 잠깐 구경하고 나서 세상 참 좋아졌군, 이라고 말하는 게 글쎄, 위로라면.


중세의 웃음은 투박하고 잔인했다. 사람들은 지능이 좀 떨어지거나 정상 기준에 못 미치거나 하위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을 보고 웃었다. 예를 들어, 연대기 작가인 피에르 드 페닌Pierre de Fenin은 어떤 강도의 살인에 대한 보고서를 다음과 같이 마무리했다. “그 일은 사람들에게 큰 웃음을 주었다. 그 일에 거론되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가난뱅이들이었기 때문이다.” (139-140)


잘은 몰라도 Fenin은 ‘페닌’보다 ‘프냉’으로 써야 할 것 같고. 시대마다 달라진 웃음 포인트를 읽으면서 예전 개그 프로그램과 후배 하나가 떠올랐다. 어쩌다가 같이 티비를 보게 됐는데 출연자가 상대 외모를 품평하고 비하하면서 관객의 웃음을 유도하는 개그 코너였다. 헉 저게 뭐야, 하고 눈살을 찌푸리고 있으려니 킬킬 웃던 후배가 나를 보며 왈, “왜요? 이해가 안 돼요?” 저런 게 ‘이해’가 돼서 네 뇌를 문제없이 통과해 입 꼬리를 올리고 웃음소리까지 낼 수 있는 네게 실망했다, 라고까지 말은 못했다. 그냥 연 끊었다. 후배와도 티비와도. 긴 시간차를 두고 생기는 변화가 아니어도 동시대 유머 포인트와 정치색은 내게 그런 효과를 내곤 한다. 그래서 내게 친구가 (티비도) 없는 모양이다. 티비 얘기한 김에 최근 불거졌던 오디션 프로그램 짬짜미 순위 사건도 생각해본다. 출연자뿐 아니라 시청자들 신의도 쌈 싸먹고 뒤통수 친, 매너 없는 사기꾼들. 끝.


소설가 살만 루슈디Salman Rushdie는 21세기 초부터 시작된 몇몇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보면서 다음과 같이 결론 내렸다. “도덕적으로 문제 삼을 것이 많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좋다. 사기꾼이 되는 데 ‘좋고’, 사악해지는 데 ‘좋다’.” (147-148)


 

덧글

  • 로그온티어 2019/12/02 02:47 # 답글

    유럽 풍속에 대한 요점정리 같은 책인가요? 간혹가다 어떤 책을 읽으면, 이전에 봤던 책 내용들 (관련 서적들이 공통적으로 다루는 주제) 이 정리되지만 그것에 총합 + 색다른 결론을 내리는 책이 있더라고요. 문제는, 그 책이 그 분야를 잘 모르는 타인이 읽으면 어려운 책이었지만 저는 관련 서적들을 읽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해했다는 겁니다. 곱씹으면서 더하기 위해 읽는 책이 있다는 걸 그떄 깨달았던 기억이 나는데, 책 설명을 읽다보니 그런 느낌이 들어서요.
  • 에르고숨 2019/12/02 12:21 #

    책 소개가 발랄해서 제가 기대를 크게 한 모양이더라고요. ‘색다른 결론’이랄 것이 없어서 그냥 유럽 과거 풍속을 나열해놨어요. 솔직히 ‘그래서 어쩌라고?’ 정도 감상만 남았다고 할까요. 문학 작품을 읽다가 지금 여기와는 다른 매너나 풍습이 등장하면 해설에서 설명을 볼 수 있잖아요. 컨텍스트가 같이 제시되니까 그게 재밌는 건데, 뚝 떼어놓은 단편적인 내용 나열에서는 곱씹을 것도, 재미도 없었어요. 제게는. 흥미롭게 보실 다른 독자들은 존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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