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몸을 살다 NoSmoking

아픈 몸을 살다 
아서 프랭크 지음, 메이 옮김/봄날의책


그것은 30센티미터쯤 되어 보였다. 아빠가 보지 못하는 본인 몸의 수술 자국을 내가 봤다. 긴 줄 위에는 약 1센티미터 간격으로 바느질이 되어 있었는데 마치 스테이플러로 찍은 듯했다. 지네 다리 같았다. 지네는 예상과 달리 아주 깨끗했다. 소독할 때 따가워보였다. 따가워 몸을 비틀면서도 아빠는 상처를 차마 쳐다보지 못했다. 내가 봤고 나중에 이쯤 되더라고, 오른손 한 뼘을 펼치며 얘기해주었다. 거짓말이었다. 상처가 그렇게 클 줄, 그렇게 깨끗할 줄 몰랐다. 그 속에서 한쪽 콩팥과 요관을 꺼냈을 것이다. 암 덩어리.


아빠가 77년 만에 배에 얻은 30센티미터 지네는 삶 같았다. 의지 혹은 희망 같았다. 아서 프랭크의 말을 빌리면 변화와 상실과, 아직은 알 수 없는 어떤 것의 획득일 수도 있겠다. 질병이나 돌봄의 경험은 삶을 조망하게도 하고 충실한 일상을 살게도 한다고, <아픈 몸을 살다>가 얘기한다. 우리말 제목 참 잘 옮겼다. 모든 필멸의 존재가 겪을 변화와 상실과 획득의 주체, 아픈 몸이다. 지금은 내 아빠이고, 다음은 어김없이 나일 것이다.


한 사람이 살아온 역사는 몸에 기록된다. 몸에 남은 나의 역사에는 물론 후회되는 부분도 있지만, 조금 있으면 사라질 역사이기에 애도했다. 수술과 화학요법 치료가 몸을 뒤바꾸고 나면 나는 다르게 살게 될 것이었다. 달라지면서 많이 잃을 것이고 또 그만큼 많이 얻겠지만, 무엇을 얻을지는 아직 알지 못했던 반면 상실할 것은 거울 속 바로 내 앞에 놓여 있었다. (65-66)


 

덧글

  • 최세희 2019/09/10 17:52 # 삭제 답글

    ㅠㅠ힘겨운 항암치료 과정도 기다리고 있겠군요.
    아버님의 쾌유를 기도합니다.
    에르고숨 님도 건강하시구요.
  • 에르고숨 2019/09/12 17:12 #

    운 좋게(?) 항암치료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답니다. 곧 퇴원하실 예정이고요.
    고맙습니다. 최세희 님도 건강 잘 챙기시길+해피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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