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 블러드 NoSmoking

배드 블러드 
존 캐리루 지음, 박아린 옮김/와이즈베리

부제가 ‘테라노스의 비밀과 거짓말’이다. 테라노스는 실리콘밸리에서 혜성처럼 등장했다가 작년에 사라진 바이오 기업이다. 피 한 방울로 200여 가지 검사를 할 수 있다는 신기술로 한때 기업 가치가 90억 달러에 달했다. 제2의 스티브 잡스가 되고자 했던 엘리자베스 홈즈의 민낯과 테라노스의 몰락 과정이 담겼다. 슐츠, 매티스, 머독 등 이사회 명단에 이름을 올린 유수의 인물들뿐 아니라 그 똑똑하다는 실리콘밸리의 박사들까지 희대의 사기극에 놀아났던 게 놀랍다. 이 책을 읽고 빌 게이츠가 했다는 말이 이렇다.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미쳤다.’(책 소개 글 중)


가짜 유니콘의 이면을 보는 게 씁쓸하면서도 어처구니없다. ‘현실 왜곡의 장’(419)을 일으킨다는 홈즈의 개인기, 즉 사람을 휘어잡는 목소리와 연설 능력, 그에 따른 정치적 인맥은 그렇겠거니 했다만 홈즈와 짝꿍 서니가 회사 내에서 조장하는 분위기가 끔찍하다. 비밀주의, 불통, 거짓말, 무조건적인 복종 강요, 공포, 협박, 따돌림, 내침. 숨기는 게 많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을 터다. 대대적으로 장담해 놓은 건 있고, 회사가 이룬 실제 기술은 초보적이고. 그러니 그럴 듯한 포장에 거짓에 사기에 불법까지……. 한 관계자가 내놓은 비유가 마침맞다.


“테라노스가 운영되는 방식은 버스를 운전하면서 동시에 버스를 만들고 있는 것과 같아요. 도중에 누군가는 죽고 말 거예요.” (333)


그 똑똑하다는 실리콘밸리의 박사들까지 놀아났다고 앞에 썼지만, 테라노스의 비밀과 거짓말을 알아챈 이들도 실은 그 박사들이었다. (아니면 누구이겠는가. 과대망상홈즈에 홀린 이사회 영감들?) 이의를 제기했다가 잘리거나, 거짓말을 계속할 수 없어 스스로 그만두거나. 공히 기밀 유지 서약서에 강압적으로 서명해야 했다. 테라노스의 어마어마한 변호인단의 위협과 위험을 무릅쓴 제보가 있었고, 홈즈를 다룬 기사에서 뭔가 이상하다고 느껴 솔직한 리뷰를 쓴 병리학 전문 블로거가 있었고, 끝내 탐사전문보도기자로까지 연결된다. 바로 저자 ‘나’의 출현이 323쪽에서야 이루어지는데 무척 극적이다. 물론 엉터리 검사결과로 피해를 본 사람도 존재한다. 테라노스 바보상자 아니, ‘미니랩’이 이 정도에서 멈춰 천만다행이다. 양심과 탐사보도의 힘이겠다.


실제 개발 상황을 은폐하면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제품을 과대선전하며, 결국 개발이 현실을 따라 잡기를 바라는 전략은 기술 업계에서 계속 용인되고 있다. 하지만 테라노스는 전통적인 의미의 기술회사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다른 무엇보다도 테라노스는 의료 기업이었다. (…) 의사들은 환자 치료의 70%를 실험실 혈액 검사 결과에 기반해 진행한다. 그들은 당연히 의료 기기가 광고된 대로 작동하기를 기대한다. 그렇지 않으면 환자의 건강이 위협받게 되기 때문이다. (429, 에필로그)





덧글

댓글 입력 영역


moon

CURRENT MOON

뉴스타파

알라딘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