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K Smoking

제로 K 
돈 드릴로 지음, 황가한 옮김/은행나무


초연해라. 죽음 앞에서 울지도 못하고 위로 받지도 못했다. 돈 드릴로는 문학적으로 이미 ‘냉동된’ 이름이겠으나 생물학적 죽음을 생각해 보라기에 그렇게 한다. 죽음이라고 얘기해버렸군. 소설 속 장치는 재생, 죽음 유예, 혹은 영생이건만. 소위 냉동보존이란 거. 세계 몇몇 부자들은 벌써 가입했다는 거.


“미래에 대한 생각도 하세요? 다시 깨어난다는 건 어떤 걸까요? 똑같은 몸일 수도 있고, 개선된 몸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정신은요? 의식은 변하지 않을까요? 과연 똑같은 사람일까요? 죽을 때는 특정한 이름을 가진 사람으로 죽겠죠. 그 사람으로서. 그 이름으로 축적한 모든 역사와 기억과 수수께끼를 지닌 채로요. 하지만 깨어날 때도 그 모든 것이 그대로 있을까요? 단지 긴 밤잠을 잔 것과 같을까요?” (54)


다시 깨어날 기대를 하고 드는 깊은 잠. 안락사와 다르게 읽히지 않는데. 다를 날이 머잖아 오겠지. 제프의 아버지는 냉동인간이 되려한다. 부인을 뒤따라가는 길이다. 깊숙이 숨은 냉동보존센터는 온갖 예술형태의 비밀 전시장 같기도 하다. 냉동보존도 하나의 행위예술이라는 의미일까. 수수께끼 직원들이 등장해 연극 같은 분위기 속에서 질문들을 던진다. 그중 하나, “사람들이 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이유는 내가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이 주는 고통 때문이 아닐까요?”(77)


내 아빠가 갑자기 소중해진 건 아니나 이번 여름 암 환자 타이틀을 달았다. 급작스런 유한성. 마음은 초조한데 어찌해야 할지 모르다보니 겉으로는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어 마치 아무 일도 없는 듯하다.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 이런 게 고통인가. 사랑하는 사람을 따라 냉동되겠다는 아빠였다면 어땠을까. ‘잘 주무세요.’라는 인사는 고통이 아니었을까. 단지 퍼포먼스라고 여긴다면 그저 한 줄 감상, ‘아름다운 처치였어.’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 글쎄, 마치 아무 일도 없는 듯해서 아직은.

 


덧글

  • 최세희 2019/08/19 15:49 # 삭제 답글

    아...그러시군요...
    저두 가까운 분이 중한 병에 걸리면 그럴 것 같아요.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게 마음은 초조하고....
    에르고숨 님 마음이 어떠실지....ㅠㅠ
    책을 읽어도 마음은 아빠 곁에 가 계실 것 같아요..
    아버님의 쾌유를 빕니다.
  • 에르고숨 2019/08/19 16:02 #

    에고. 고맙습니다. 예전이라면 아주 큰 수술이었을 텐데 요즘 기술이 많이 좋아져서 편하게들 한다네요. 완치율도 높고. 어찌할지는 병원에 달린 거라서 마음이 좀 이상한 거 빼고는 괜찮습니다. 아빠 본인도 크게 걱정 안 하시고요. 음..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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