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아 쓰는 한줄평과 발췌문 Smoking

천국보다 성스러운 
김보영 지음, 변영근 그래픽/알마


아주 그냥 직진. 통쾌.

어쩌면 사람이 이토록 초라한가. 초월자로서의 능력도 지혜도 교양도 후광도 초능력도 거대함도 위엄도 없는 사람이, 신과 고작 단 하나의 닮은 점밖에 찾지 못한 하찮은 피조물이, 고작 그것 하나를 두고 신이 자신과 동류라는 확신에 젖어 말한다.
제 옆에 있는 가족더러 너는 그렇기에 나보다 못한 존재가 아니겠느냐고, 너는 나보다 열등하지 않느냐고, 받아들이고 나를 경애해달라고 애처롭게 눈을 빛내며.
“역시, 신은 남자로구나.” (56-57)


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지음/난다


판타지 로맨스잖아? 손발이 오그라드는 와중 밤새 봄.

다이옥신 같은 새끼, 미세먼지 같은, 아니, 미세 플라스틱 같은 새끼, 낙진 같은 새끼, 옥티벤존, 옥시녹세이트 같은 새끼, 음식물 쓰레기 같은 새끼, 더러운, 정말 더러운 새끼, 밑바닥까지 더러운 새끼, 우주의 가장 끔찍한 곳에서 객사나 해라…… (94-95)



더 클럽 
타키스 뷔르거 지음, 유영미 옮김/황소자리


이노무셰키들... 욕하는 사이 또 하룻밤 시간 도둑맞음.

“권력은…, 어떤 애들은 그것을 제대로 다루지를 못해. 강해진다는 것은 책임을 진다는 의미야. 알지?” (270)



검은 개 
이언 매큐언 지음, 권상미 옮김/문학동네


남편 매큐언보다 백만 배 사랑스러운 사위 매큐언.

이 못난 광기는 삼십대 중반 제니 트리메인과 결혼하면서 끝났다. 나는 존재하기 시작했다. 실비아 플라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랑이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 내 안의 버려진 아이를 구조하기 위해서는 사랑할 내 자식을 갖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다는 걸 배웠어야 했다. 그리고 이제 더는 부모가 필요 없어졌을 때 나는 준과 버나드 트리메인을 혼인으로 맺어진 새 부모로 맞게 되었다. (25-26)


 
피터의 기묘한 몽상 
이언 매큐언 지음, 앤서니 브라운 그림, 서애경 옮김/아이세움
 

동화에서 가장 거리가 먼 작가라고 생각했다가, 아니지, 무의식 차원에서라면 어른-아이 지름길 매큐언이지, 했다. 뭉클.

피터는 그 8월 저녁에 두 무리 사이에서 맨발로 바닷물이 찰랑이는 곳에 서서 불현듯 명백하고 무서운 비밀을 알아 버렸다. 언젠가는 자기도 바닷가를 거침없이 뛰어다니는 아이들 무리에서 떠나, 앉아서 수다나 떠는 무리와 어울리게 될 것이라는. 믿고 싶지 않지만, 그것은 사실이었다. 피터는 다른 것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일, 돈, 세금, 수표첩, 열쇠, 커피, 그리고 앉아서 수다 떠는 일, 끝없이 자리에 앉아만 있는 일에나. (177,「어른」)



덧글

  • 解明 2019/08/19 14:08 # 답글

    부지런히 읽으셨네요. 저도 열심히 읽어야 하는데, 좀처럼 속도가 안 납니다.
  • 에르고숨 2019/08/19 14:19 #

    요 목록은 다 짧고 속도감 있는 책들이었어요. 해명 님은 아마 무거운 책; 들고 계시잖아요? 흠흠... 파이팅요.
  • 解明 2019/08/19 14:21 #

    그런데 올해 서평 대상으로 삼은 책 대부분은 300쪽이 안 된답니다. 해야 할 일은 많고, 글 읽을 때는 줄어드니까 재빨리 읽을 만한 책을 찾게 되더군요.
  • 에르고숨 2019/08/19 14:30 #

    독서 계획을 갖고 계셨군요. (저는 너무 어렴풋해서 없는 거나 매한가지. 그렇지만) 맞아요, 재빨리 읽을 만한 책에 자꾸 손이 가고 계획 책은 밀리고 그래서 또 사고 책꽂이는 넘치고 ‘안읽쌓’탑은 넘어지고... 힝잉. 동지님.
  • 최세희 2019/08/19 15:05 # 삭제 답글

    "천국보다 성스러운" 에르고숨 님 덕분에 제 앞에 땋 ㅋㅋㅋㅋ 게다가 평도 좋네요. 빨리 읽어야지-
  • 에르고숨 2019/08/19 15:15 #

    제 덕분이라고요? 띠용+저도 감사. 화끈한 맛 어서 보시기 바랍니다.ㅎㅎ
댓글 입력 영역


moon

CURRENT MOON

뉴스타파

알라딘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