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노라마섬 기담 + 도플갱어의 섬 Smoking


 

 

하고많은 에도가와 란포 선집 중 두 권을 샀는데 각권 표제작 둘이, 제목만 다른 동일 작품이다. 선집의 경우 다반사. 하지만 제목까지 다를 줄이야. 두 번 읽지는 않았다. 한 번 읽기에도 충분히 지루한 「파노라마섬 기담」 혹은 「도플갱어의 섬」이다. 「도플갱어의 섬」 제목이 말하듯 외모가 똑같은 사람이 나타나 거부(巨富) 고인을 참칭하며 먼바다섬에 유토피아를 만든다는 내용이다. 일명 ‘파노라마관’을 흉내 낸 인공 낙원이다.


에드거 앨런 포 「아른하임의 영토」를 참고하였다는 설명이다. 얼마나 대단한 규모인지 얼마나 멋진 풍경인지 파노라마를 묘사하는 대목에, 과연 포처럼 그림을 그리듯 공을 들였다. 내게는 멋지다기보다 엽기적, 혹은 소위 왜풍을 본 경험이었다. 아름답지 않아... 주인공의 전직(前職)이 영리하게 활용된 점은 조금 멋지다. 소설가다. 편집자에게 보냈으나 출판되지 않은 작품, 조심해야 하는 거다(?) 주인공의 발목을 잡는 이는 물론 아케치 고고로다. 에도가와의 명탐정 캐릭터.


“난 지난번부터 이 머리카락 한 올에 관해 계속 생각해왔어요. 그리고 방금 당신과 이야기하는 사이 겨우 진상을 파악하기에 이르렀죠. 이 머리카락은 한 올만 따로 떨어진 게 아니라 안쪽에서 무언가에 연결되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그럼 지금 시험해볼까요?” (123,「파노라마섬 기담」)


 『파노라마섬 기담』에 실린 「인간 의자」를 만난 건 다행이다. 『도플갱어의 섬』 수록작 「검은 도마뱀」에 같은 소재가 나오기 때문이다. 「검은 도마뱀」은 아케치 고고로가 등장하는 마지막 작품이자 연극으로도 줄기차게 상연된다는 에도가와 대표작이란다. 아케치와 검은 도마뱀 간 경쟁과 애증이 펼쳐진다. 아케치와 검은 도마뱀 둘 다 지나치게 신출귀몰하여 별 매력은 못 느끼겠다. 중편 분량 「도플갱어의 섬」과 「검은 도마뱀」보다는 단편들이 나는 더 좋다. 장황하지 않고 살짝 오싹하거나(「인간 의자」) 시시한 듯 담담(「지붕 속 산책자」).

(알라딘 스뎅빨대를 에르고숨 님이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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